"비례대표는 무소속 배제…정당 후보만 참여할 수 있다는 근거 헌법에 없어"

"상한 규정 없다고 의원 수 막 늘리면 헌법 해석상 내재적 한계 벗어나는 것"

"1960년 참의원 선거 같은 중 ·대 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편집자 주= 여야는 요즘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5선 의원을 지냈고 현행 헌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비례대표제에서 무소속을 배제한 것은 위헌'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을 넘으면 헌법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 등의 새로운 주장을 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특정 선거제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서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박 변호사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인터뷰=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10일 선거제도 개편 논란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뿐 아니라 현행 비례대표제 모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대 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박 변호사는 헌법에 '200인 이상'으로 규정된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서도 "300명을 넘으면 헌법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정당 국가'를 못박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소속 대통령·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데, 유독 현행 비례대표제는 정당 후보만 내세우고 무소속이 출마할 길을 막아버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에 대해서도 "상한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의원 수를 무제한으로 350명, 400명, 500명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헌법 해석 상 내재적 한계가 존재하는데, 야당 혁신위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헌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답.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뿐 아니라 현행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비례대표제는 무소속을 배제했다.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헌법 조문에도 비례대표에는 정당만 참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국회의원에 관한 조항을 보더라도 정당 후보만을 뽑아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규정이 있다면 위헌 문제가 제기될 수 없다. 우리는 정당국가 체계가 아니다. 무소속 대통령과 무소속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데, 유독 현행 비례대표제는 정당 후보만 내세우고 무소속 출마의 길을 막아버리고 있다. 유신 이전 과거의 헌법에선 정당의 추천을 받은 대통령후보와 국회의원후보만이 나설 수 있었다. 이것이 비록 국민주권 논리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헌법 조항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다툴 방법이 없었고 그 당시엔 헌법재판소도 없었다. 하지만 이후 그 부분이 문제가 된다며 유신 때 헌법이 개정돼 무소속 대통령후보와 무소속 국회의원후보도 출마하는 게 가능해졌는데, 유독 비례대표만 무소속이 배제된 것은 당연히 위헌인 것이다. 아울러 현행 비례대표제가 합헌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이 제출한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인이 결정되는데 국민들은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기준에 따라 그 순서를 정했는지 이유를 모른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입김의 작용으로 친박 인사 일색이었고, 새정치연합은 한명숙 전 대표 체제였기에 친노·운동권 인사가 주를 이뤘다. 결국 당 대표와 실세들의 밀실 야합을 통해 뽑게 된다. 국민의 입장에선 사실상 어떤 인물인지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 때 정당 득표 비율대로 나눈 54명이나 되는 국민의 대표를 뽑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이든 비례대표이든 반드시 국민의 1차적 심판을 받고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 현행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 제2의 김재연·이석기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 국회의원 증원 논란에 대한 의견은. 의원 정수는 몇명 정도가 적합하다고 보는가.

"야당 혁신위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행 헌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원 임기는 4년, 의원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 '200인'이라는 숫자를 주목해야 된다. 상한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의원 수를 무제한으로 350명, 400명, 500명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해석 상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제가 제1야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당 개헌특위 간사였다. 제 손을 다 거쳤다. 우리 헌법이 통일 지향 헌법이므로 나중에 남북 통일이 됐을 경우를 대비했다. 남북한 인구가 2:1 비율이라는 점을 감안해 남한 200명, 북한 100명을 포함해 통일 후 한국 전체 국회의원이 3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염두에 두고 의원 수 하한선을 200인으로 정했던 것이다. 의원 수는 현행 300명을 넘어서면 안된다. 지금도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약 16만명이므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200명으로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1인당 국민 수는 25만명을 넘지 않는다.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일본에선 26만명, 미국에선 70만명인 것에 비하면 우리 국회의원 수가 많은 편이다."

- 그렇다면 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해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은 현재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눈으로 보고 있다. 무더기 사표를 구제할 방법도 없고,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지역 패권 후보만 양산해내고 있다. 이것을 완화하는 방법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대 선거구제로 바꿔 한 지역구에서 6명 내외를 선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모델은 지난 1960년 4·19혁명 이후 그 해 7월 29일에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적용됐다. 당시 양원제를 도입해 하원에 해당하는 민의원 233명과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58명을 선출했다. 이 가운데 참의원 선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중·대 선거구제를 적용해 각 선거구별로 2~8인의 의원을 선출했다. 당시 서울특별시와 9개 도(道)로 선거구를 나눴는데, 경남·부산·울산을 합한 종전의 경상남도에서 8명,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6명씩 선출한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지역 의원 정수의 절반까지 기표가 가능했다. 만일 특정 지역에서 8명을 선출한다고 하면 1~4명을 찍을 수 있었는데, 5명의 후보를 찍으면 무효가 됐다. 그러다 보니 당시 민주당 신파·구파와 무소속, 자유당 외에도 사회대중당, 한국사회당, 혁신동지총연맹 등의 군소정당 후보도 당선됐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씨도 경남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중위권 득표로 당선됐다. 여야 정치권이 이 같은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위헌 요소를 줄일 수 있다. 또 국민의 정치 의사를 선거에 제대로 투영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제9대 국회의원부터 시작해 5선 의원을 지냈다. 1992년 당시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제14대 대통령선거에출마한 적이 있다. 신한국당에 입당해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199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에 경선 불공정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정치권을 떠나 다시 변호사로 돌아온 뒤 석궁 테러사건, BBK 김경준 사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 등의 변론을 맡으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박찬종 전 의원 프로필
경남 김해 출생 - 경기고, 서울대 상대 - 사법시험 합격(12회), 행정고시 합격(13회) -제9대·10대·12대·13대·14대 국회의원(5선) -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현)- 법무법인 이도 고문변호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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