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노선·이념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하는 문제…기업 적대시 말아야"

"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잃는 노동자 발생… 미래 위기에 대안 마련해야"

"국가 전체를 고민했던 86그룹, 합리성·유연성 갖고 대중 정서 읽었으면"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인 이동학 당 청년위 부위원장이 30일 인터뷰에서 "야당이 노동자의 편에 서는 건 맞지만, 기업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인터뷰·정리=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운동권 출신)그룹’의 각성을 촉구하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던 이동학(33)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이 이번엔 당의 노동 개혁 정책 방향과 관련해 "대안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당 청년위 부위원장인 이 위원은 30일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눈에는 우리가 개혁을 막는 것로 비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노동은 노선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라며 “야당이 노동자의 편에 서는 건 맞지만, 기업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지금 시대의 키워드는 고통 분담”이라며 “대기업도 하청업체의 기여로 수익을 낸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기업 노동자도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무조건 적대시할 게 아니라 노동자 측도 진심을 내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가령 최저임금이 1만원 인상되면, 그만큼 소득이 오르지 않는 영세업자들은 당장 노동자 한 명을 잘라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이런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연봉 양보도 주장했다.

이 위원은 86그룹이 기대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그들이 ‘언제까지 갇혀서 있을 거냐’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국가 전체를 고민했던 그들이 합리성, 유연성을 갖고 대중의 정서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 개혁과 관련 "대안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며 이인영 의원에게 공개 편지를 보낸 취지는.

“일단 첫 번째 편지를 보냈을 때는 당이 혁신해야 하는데 누군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의원은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세대의 대표성도 있었다. 이 의원은 편지의 답장으로 ‘노동이 있는 복지’를 말씀하셨다. 얼마 전 극심한 양극화 기사를 접했고 이걸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정부에서 노동 개혁을 화두로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 노동은 노선이나 이념이 차원이 아니라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이다. 문제 제기를 누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편지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담지 못했지만 이러한 논쟁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할 것으로 봤다."

-노동 개혁이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여당 안에 대해 노동계는 불만이 많은데.

“먼저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100세 시대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어떻게 사회를 압박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인구 구조 변화를 상수로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산업 구조가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다음으로 국민연금 논의가 시작될 텐데, 지금 인구 구조를 그대로 상수로 놓고만 봐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때문에 어떤 전제도 깔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한 건 참여정부 때 일이고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산업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상시적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대한민국 5,000만명의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것을 정치인, 정당이라면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야당이 노동자 편에 서는 건 맞다고 보지만, 상대(기업)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까지도 봐야 한다. 기업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인정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된다. 지금의 산업 구조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별도의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바람직한 노동 개혁 복안이 있는가.

“인구·산업 구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개인적으로는 교육 산업을 생각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수요를 공공에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직업교육도 형편없고, 평생교육도 각 대학에서, 동네에서 하고 있지만 산업이라고 할 수준이 안된다. 이를 잘 발전시키면 60세 정년 때 은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재교육시키기 위해 강사로 빠질 수도 있다. 아예 은퇴가 없는 나라를 만들 수도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여당의 노동 개혁 추진에 대해 쉬운 해고 등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 지적 등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지금 시대의 키워드는 고통 분담이라고 본다. 양극화 이야기를 하지만 단순히 소득의 양극화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대기업-중소기업, 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정규직-비정규직, 중소기업에서의 노조 참여 여부 등까지 다 봐야 한다. 어떤 자료에 따르면 10%이내의 노동자가 가져가는 소득 비율이 48%가 된다. 상위 10%가 반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는 건 정상이 아니다. 야권이 반성해야 하는 건 그런 부분도 포함되어야 한다. 또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조는 우리와 전략적 파트너다. 야권이 대변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과연 상충되는 게 없느냐. 저소득층을 대변하고 표를 받으려고 하는 와중에 한국노총 등은 무엇을 해야 하나. 대기업 노동자도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도 수익이 나면 자기네들 잔치에만 그칠 게 아니라 하청업체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을 신뢰하고 설득하며 서로 이해해야 한다. 노사정 위원회가 틀어지는 것도 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을 무조건 적대시할 게 아니라 노동자 측도 진심을 내보여야 한다.”

-이 위원은 민감한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 '인상 요구 구호가 공허하다'고 주장했는데.

“가령 4명과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최저시급을 올린다고 치자. 그런데 1만원 올라가면 그만큼 소득이 올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경우 당연히 한 명을 자르게 되지 않을까. 나처럼 그냥 자영업자, 노동자이면 최저시급 1만원, 2만원 인상을 외칠 수 있으나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이동학 위원은 "최저임금이 1만원 인상되면, 그만큼 소득이 오르지 않는 영세업자들은 당장 노동자 한 명을 잘라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이런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청년 고용 정책 등 현재의 정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현재처럼 청년을 고용하면 중소기업에 돈 지원하는 식은 안된다. 그 제도도 이미 청년을 고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원금만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이 시장에 의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인위적으로 월급 줘서 고용하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최근 '86그룹' 비판 편지를 이인영 의원에게 보냈었는데.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 세대가 됐다. 이 세대를 치우고서는 실제 대안도 없다. 그 다음 세대는 정치적 훈련을 받지도 못했고 인물도, 담론도 없다. 그들이 시대적 요청에 전면적으로 부응해나가는 게 정말 필요하다. 나라 전체를 보면서 국방· 교육·노동시장 등에 대해 어젠다를 던져주길 바란다. 지금의 486, 586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국가의 어젠다를 걸고 치고나가야 한다. 민주화·통일 등을 큰 줄기로 가져가되,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계속 받아 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 합리성·유연성이 필요하고 대중의 정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갇혀서 있을 거냐’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혁신위 활동이 기대만큼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간 혁신한다고 해놓고 혁신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는 것 같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 혁신위원회가 됐으면 좋겠다. 파당이 돼버린 상황과 계파 갈등 등으로 우리 안의 믿음과 희망, 기대, 꿈이 고갈된 게 사실이다. 사실 혁신위가 그런 부분을 감당해줘야 하는 데 실제 당 상황이 너무 처참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나 한 달 남은 상황에서 계속 치고나갈 것이다. 앞으로는 조국 위원 등 혁신위원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분당설과 신당설이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신당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만들 것으로 보는데, 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확실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의 정당으로 가야 한다."

-친노·비노 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혁신위 차원에서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공천 제도가 나와야 한다. 나는 친노에서도, 비노에서도 각각 우수한 분들이 있다고 보는데 한쪽을 배제하면 안된다. 또 근본적으로 당에 신뢰가 없는 게 문제다. 일단 삼겹살 좀 먹어야 한다. 서로 친해져야 하고, 의도적으로라도 '네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로 가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당은 민생으로 가야 하고, 오직 민생을 대변해야 한다. 현재의 당은 엘리트 정당이고 50~60대 남성 중심 정당이기에 의사 반영이 고루 안 된다. 국민 90%의 의견과 여성·청년·청소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위원에 대해 궁금해한다.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한다면.

“인생에 파고가 크게 두 번 정도 있었다. 13살 때 아버지 돌아가신 게 가장 큰 파고였고, IMF 사태 때가 두 번째였다. 그런데 위기가 기회였다는 말을 실감했다. 어머님께 용돈 안 받겠다는 생각으로 6학년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월급을 2만5,000원 받았다. 그 나이에 엄마 장갑을 사드릴 생각을 했다. 고교 3년 때는 군고구마 장사도 하고, 유공자여서 6개월만 가도 될 군대를 지원해서 가고 그랬다. 독립심과 자립심이 아버지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군대 재대할 즈음 IMF로 집이 풍비박산이 났다. 그래서 노점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실업계 고교를 다녔었는데, 이 학력으로는 그 당시 월급을 150만원 이상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법 공부는 노점상을 하면서 경험한 부조리 때문이었다. 나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차를 도로에 대고 장사하는 게 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경기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됐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정당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차기 총선에 나올 생각이 있는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다만 당장 내년 총선을 얘기한다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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