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은 시대의 요청·국민의 명령…청년 일자리 창출 위해 불가피"

"현재 임금모형으로 청년 취업 어려워…임금피크제 도입해 고용 늘려야"

"노사정 대화 통해 상생의 길로…파트너십 강화해 세계 경쟁에 나서야"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은 "노동개혁은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의 명령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김광덕 데일리한국 뉴스본부장/정리=이선아 기자] 정부·여당이 노동 개혁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건 가운데 그 선봉에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서게 됐다. 최근 열린 당정청 수뇌부 회의는 1993년 최연소 노동부장관을 지낸 이 최고위원에게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노동 개혁은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의 명령인 만큼 밀도 있는 논의와 협상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금년 하반기 최대 국정 과제로 떠오른 노동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노동 개혁 추진 방식과 일정에 대해 "노사정 타협으로 연내에 입법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 요건 완화 방침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지난 4월부터 중단된 노사정위원회의 재가동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지난 1년 간 노사정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몇 가지 쟁점 때문에 결렬된 상태인데 올해 정기국회 안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정위를 재가동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연내에 입법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재가동 추진에 반대하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선 이 위원장은 "별도의 타협기구를 또 만드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전부터 노사정위에서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8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결렬된 상태인데, 이것들을 무위로 돌리는 건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위에서 합의하더라도 근로기준법 등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있는데, 국회는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특위 역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입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로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일정표는 8월 초 노사정위원회 활동 재개-9월 중 노사정 대타협-정기국회(12월 종료)에서 노동 개혁 입법 완성인 셈이다.

노동 개혁에 실패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하늘에 맡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노동 개혁이기 때문에 받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개혁은 당대에는 고통스럽지만 그 열매는 후대에 맺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인제 위원장은 "노사정위를 재가동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연내에 입법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다.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이 최고위원에게 위원장을 맡겼다고 하던데.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이 최우선 국정 과제라고 선언하고, 김무성 대표도 당에서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한 이야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내가 위원장을 맡으면 좋겠다고 합의했다고 하더라. 그날 밤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다음날 김 대표가 전후 사정을 설명했는데, '어차피 누군가 맡아야 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승낙했다."

- 최연소 노동부 장관 출신으로 이번에 위원장을 맡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때가 22년 전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노동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시장 개혁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노동시장의 낡은 구조를 한번 개혁해내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현재로선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청년 실업률이 일반 실업률의 3배를 뛰어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절반이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위원장을 맡은 만큼 노동시장 개혁이 잘 마무리되도록 당력을 모아 뒷받침해야겠다는 각오다."

- 정부·여당이 하반기 최대 국정 과제로 노동 개혁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사실상 노동 개혁 입법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이번 정기국회 안에 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 개혁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 노사정위를 재가동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국회에서 입법으로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노동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선진화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노동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이중 구조(양극화)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은 2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 또 비정규직은 선진국보다 2배 가까이 비중이 높은데다, 임금과 고용 안정 측면에서 많은 불이익을 강요당하고 있으므로 개혁이 시급하다."

- 외국의 노동 개혁 사례를 보면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개혁과 노사정 대타협에 의한 개혁 등 두 갈래가 있다. 우리의 노동 개혁은 어떻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한가.

"영국의 경우 대처 정부가 추진했고 현재 캐머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은 강력한 지도력을 동력으로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 없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이 같은 방식으로 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처 정부 당시 영국은 초강성 노조와 과도한 복지 제도로 인한 임금 상승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었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했다. 이처럼 극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야 노사정 간 사회적 합의를 이뤄 개혁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의 개혁이나 독일 슈뢰더 총리 시절 단행한 하르츠 개혁처럼 말이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것은 하르츠 개혁처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 이루려는 것이다. 노동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고강도의 개혁이 아닌 만큼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좋다고 했는데, 노사정위나 국회 중 어디가 합의 채널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노사정위에서 여러 개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하더라도 통상임금이라든가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입법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국회는 최종적으로 이런 일을 하면 된다. 노사정위에서 기본적으로 타협한 후 국회에서 정치적·입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라고 보면 된다. 현재 야당과 민주노총은 국회 안에 새로운 국민 대타협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위해 상설 기구로 만든 게 바로 노사정위다. 연금 개혁을 위한 타협 기구는 상설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대타협을 위해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대중정부 때 개설돼 상설 대타협기구로 활동하는 게 노사정위다. 이보다 더 권위 있는 대타협기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도 여기에 참여해 노사정 대타협과 국민적 합의 도출에 참여하는 게 맞다. 노사정위가 지난 1년 간 협의한 것도 있으니 무위로 돌리는 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인제 위원장은 노동개혁에 실패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노동 개혁이기 때문에 받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하늘에 맡긴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내년 총선이 있는 만큼 올해 안에 노동 개혁이 마무리돼야 할 것 같다. 노동 개혁 일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8월 초 노사정위가 재가동될 것으로 본다. 1년 전부터 노사정위에서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서 8부 능선을 넘은 상황인데 한두 가지 쟁점 때문에 중단된 상황이다. 이르면 9월 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입법 기회인 올해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지 않으면 노동 개혁이 표류하게 된다."

- 노동 개혁이 필요한 이유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인데.

"노동 개혁 과제 중 중요한 것 하나는 임금피크제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근로자 정년이 연장되는데 현재처럼 근로계약이 길어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모형을 갖고서는 기업이 젊은이들을 채용하기 어렵다. 55세 전후해 임금이 내려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 여력을 확충해 청년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는데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2배 이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번 노사정위의 사회적 합의 내용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내용도 들어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문화·콘텐츠·관광·서비스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빠른 속도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대해 야당과 노동계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오히려 노동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하면서 반발하고 있는데.

"반대와 저항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좋은 개혁일수록 저항이 많고 반대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하려는 개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표출된 사안을 정리해 불확실한 건 확실하게, 불안정한 건 안정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판례를 통해 유연성을 가능한 넓히겠다는 정도의 개혁이다. 정부·여당이 근로자들의 권익을 넓히지는 못할 망정 해칠 이유가 없다. 노총도 조직 근로자뿐 아니라 비정규직을 비롯한 조직 외 근로자 전체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 우리 아들·딸과 미래 근로자들의 권익도 대변해야 한다. 넓은 시각에서 결국 노총이 개혁에 동참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야당은 반대 편에서 걱정하는 부분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야당과는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부정적 부분을 줄이고 조율해 대타협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

- 노사정위에 노총이 복귀할 것이라고 보는가.

"반드시 들어올 것이다. 한국노총은 자기 조직 안에 있는 근로자에게만 매몰돼 있어서도 안 되고 그런 조직도 아니다. 노총은 노동자 전체 이익을 대변하고 사용자와 함께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노사정이 파트너십을 보여야 한다. 노총은 미래 근로자를 대변해야 하는 사명감도 있는 만큼 반드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노사관계의 대립과 갈등이 반복돼 왔다. 앞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노사 간에 대립할 이유가 없다. 이제 기업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해야 할 때다. 노사정 파트너십이 더 강화돼야 세계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하면 선거에 도움이 되겠지만 잘못하면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늘에 맡긴다. 피할 수 없는 개혁 과제이므로 돌파해야 한다. 개혁은 당대에는 고통스럽고 그 열매는 후대에 맺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은 노동시장 개혁이기 때문에 우린 받들 수밖에 없다. 수술에 비유하자면 고통스럽지 않은 수술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수술하는 것이다.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은 새로운 질서와 문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행복해지는 미래가 있기 때문에 고통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다."

- 노동 개혁 이슈와 별도로 최근 야당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인구 3억2,000만명인 미국의 하원의원이 435명, 인구 1억2,700만명인 일본의 중의원이 480명이다. 의원 300명을 유지해도 통일 후 인구 비례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450명이 된다. 중앙정부와 국회를 비대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권한을 넘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노동 문제뿐 아니라 남북통일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해왔는데,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은가.

"대통령은 '통일이 대박'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통일은 큰 경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개혁과 관련한 가장 큰 목표는 경제가 더 뜨겁게 성장해 젊은이는 물론 국민의 실업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어마어마한 성장이 이뤄지게 돼 있다. 통일이 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나 빈곤 문제 역시 해결이 가능하다. 통일은 국민의 에너지가 집결돼야 이뤄질 수 있다. 통일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 이인제 위원장 프로필
경복고, 서울대 법대- 판사- 노동부 장관- 경기도지사- 15·17대 대선에 후보로 출마- 선진통일당 대표- 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다보스포럼 특사- 13·14·16·17·18·19대 국회의원(현재 6선), 새누리당 최고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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