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 체코 고위 인사 앞에서 한국 원전 우수성 설명
헝가리 국회의장, 광주U대회 참석한 딸 사진 보고 환한 웃음..화기애애
크로아티아 총리 "원조 받던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 경험 배우고 싶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편집자 주= 정의화 국회의장은 7월 8일부터 16일까지 체코·헝가리·크로아티아 등 중유럽 3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차원에서 중남미/일본/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라오스/미국/필리핀·베트남/인도·캄보디아 방문기에 이어 이번에 중유럽 3개국 방문 리포트를 써서 데일리한국에 특별 기고를 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꾀비르 헝가리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데일리한국= 정의화 국회의장 중유럽 방문기] 의회 외교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난 7월 8일부터 16일까지 체코·헝가리·크로아티아 등 중유럽 3개국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나와 여야 의원들은 함께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중유럽 3국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기업의 유럽연합(EU) 진출 거점을 확보하고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수교 25주년을 맞은 체코와 동구권 국가 중 우리와 가장 먼저 수교를 맺은 헝가리의 경우는 13년 만에 이루어진 국회의장 공식 방문이어서 의미가 컸다.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2차 대전 이후 냉전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동유럽'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이들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을 뿐 아니라 동쪽으로 계속 확대되어가는 EU에서 지리적 중심에 놓여 있다. 이들은 스스로 '중유럽' 국가로 불리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헝가리 시민공원에 있는 안익태 선생 동상에 헌화한 뒤 동상을 매만지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체코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 참여 요청..야당 정세균 의원도 적극 홍보

첫 방문지였던 체코는 10여년 전 큰 인기를 누렸던 TV드라마 '프라하의 여인'과 직항 노선의 개설로 매년 20만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고위급 방문인 만큼 수교 25년 동안 양적(量的) 팽창을 이룬 양국의 교류가 경제협력 등의 질적(質的)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체코를 찾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체코에서는 보후슬라프 소보트카(Bohuslav Sobotka) 총리, 얀 하마첵 (Jan Hamacek) 하원의장, 안드레이 바비쉬(Andrei Bobbish)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을 만나 경제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체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얀 하마첵 하원의장과 소보트카 총리와의 연쇄 회담에서 나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이루어냈고 SOC 발전의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강조했다. 면담 도중 대표단으로 함께 한 정세균 의원에게 한국의 원전 기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었고 그는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의 지식과 경험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정 의원의 논리는 간단명료했다. 사고로 원전이 멈추면 경제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원전은 지난 30년 간 큰 사고 없이 운영될 만큼 안전하며 경제적이다. 한국은 최근에도 원전 건설을 하고 있어서 최고 수준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많다. 한국과 파트너가 된다면 함께 제3국 진출의 기회도 생길 것이다.

설명을 들은 얀 하마첵 하원의장은 “체코는 한국과 원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나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보트카 총리는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환영한다”며 “원전 추가 건설 일정과 계획에 대한 정보를 한국측에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코는 올해 7월부터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구성된 중유럽 지역협의체인 비세그라드 그룹(V4)의 의장국을 맡고 있다. 비세그라드 그룹(V4)의 기원은 14세기 중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의 국왕들이 헝가리 비세그라드 성(城)에 모여 맺은 경제 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소보트카 총리는 비세그라드 그룹(V4)과 한국 간의 조속한 정상회의 개최와 박근혜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한다면 양국이 돈독한 정을 쌓는 데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코는 우리가 눈여겨 지켜봐야 할 나라이다. 100년 전 비행기를 만들었을 정도로 기계산업과 중화학 분야의 탄탄한 기초를 가지고 있다. 비록 30년 간의 사회주의체제를 겪으며 많은 분야의 발전이 멈추었지만 1989년 벨벳혁명 이후 외국자본 및 기업의 유치를 통해 시장경제체제의 강화를 지속해 오고 있다.

'형제의 나라' 헝가리에 울려퍼진 애국가와 안익태 선생

체코에 이어 방문한 헝가리는 우리의 북방 외교를 위한 거점 역할을 하는 국가이다. 한국과 헝가리는 수 많은 외세 침략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온 역사적 유사성과 우랄알타이계의 언어를 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DNA를 가진 양국이 경제 협력을 뛰어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방과 방위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형제의 나라'로 발전하기를 희망하며 헝가리를 찾았다.

헝가리에서의 일정은 부다페스트 시민공원에 위치한 안익태 선생의 동상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헝가리는 안익태 선생이 수년 간 체류하며 애국가 작곡의 음악적 영감을 받은 나라이다. 안익태 선생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체류하며 졸탄 코다이에게 사사받은 사실은 양국 간 깊은 문화·예술적 인연을 시사해 준다.

헝-한 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언드레이 세괴 교수가 공원 입구까지 나와 우리 대표단을 맞았다. 전날까지 쏟아진 폭우에 엉망이 된 동상 주변의 화단을 손수 정돈했다는 말에 호의를 넘어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로 서거 50주년을 맞은 안익태 선생의 동상 앞에서 대표단 전원이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동안 진한 떨림이 전해졌다. 언드레이 세괴 교수와 '안익태 음악제'·'코다이 음악제'를 각각 헝가리와 한국에서 교차 개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딸바보’ 꾀비르 의장, 딸 사진 한 장에 화기애애

이어진 라슬로 꾀비르 (Laszlo Kover)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는 삼성전자, KDB, 한국타이어 등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헝가리 의회에서 '외화표시 대출 법안'이 통과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헝가리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법과 제도가 갖추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 기업의 지상사 종사자들이 대부분 3년 간 헝가리에서 일하는 반면 비자 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어 기업 활동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만큼 비자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가 오가던 면담 분위기는 미리 준비해간 꾀비르 의장의 딸 사진 한 장으로 화기애애하게 전환됐다. 꾀비르 의장의 딸은 광주에서 개최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헝가리 펜싱 대표 선수로 참가 중이었고,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정책수석비서관과 대변인을 광주로 보내 꾀비르 의장의 딸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도록 했다. 딸의 사진을 본 꾀비르 의장은 “응원을 받았다는 딸의 전화를 받아 놀랐다”며 “딸이 4강 진출에 실패해 슬프지만 한국에서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꾀비르 의장은 영락 없이 ‘딸바보’ 아빠였다. 첨예한 외교 전쟁에서 사진 한 장이 억만금의 선물 공세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꾀비르 의장은 면담에서 며칠 전 헝가리 국회는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고, 부다페스트가 1988년 서울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며 올림픽 유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올림픽 유치의 노하우를 얻기 위한 헝가리 국회의원들의 구애는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헝-한 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시몬 의원과 회원들은 우리 대표단을 위한 선상(船上) 만찬을 준비해 유람선을 올림픽 개최 예정지로 인도해 직접 설명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함께 방문한 정병국 의원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임을 알고 부다페스트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을 만찬장 옆자리에 앉혀 노하우를 경청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부다페스트 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올림픽이 헝가리 국민의 에너지를 집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크로아티아, '첫눈에 반한 연인 같은 나라'

마지막 방문국인 크로아티아는 우리 국민이 꼽는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꽃보다 누나’라는 TV프로의 방영 이후 관광객이 폭증해 작년 한해 26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올해는 3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치 ‘첫눈에 반한 연인같은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와 교역이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야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여타의 국가와는 다르게 크로아티아는 관광을 통한 인적 교류가 양국의 투자와 교역을 견인하고 있다. 이렇듯 한-크로아티아의 양국 관계는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도전적이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요십 레코 (Josip Leko) 국회의장, 조란 밀라노비치 (Zoran Milanovic) 총리 등 주요 정치지도자들과 만나 양국 의회 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 및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10개월 전, 서울에서 만난바 있는 레코 국회의장은 48년 동갑내기인지라 이미 친구 같이 마음을 튼 사이였다. 덕분에 허심탄회하게 애로 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회담에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크로아티아인 의무고용 규정의 개정이었다. 크로아티아가 새로운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숙박업 및 요식업 분야에서 소규모 투자자들의 진출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1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크로아티아인 3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규정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어진 밀라노비치 총리와의 회담은 총리관저에서 진행됐다. 크로아티아의 국회와 총리관저는 도심 속 나지막한 빌딩 사이에 100여 미터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었다. 크로아티아 국기가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사무실로 보일 만큼 평범하고 아담했다. 유럽 국가의 실용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밀라노비치 총리와의 회담에서 크로아티아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및 에너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여 상호 호혜적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총리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우리는 한국 측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총리의 답변을 받았다. 특히 그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통해 크로아티아가 EU 내에서의 협력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크로아티아에 한국 관광객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조치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례로 호텔 프런트에서도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와 표지판을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주한크로아티아 대사관과 관광청이 올해 개설을 앞두고 있어 차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관광객의 편의와 안전 보장을 위해 지난 5월 말에 가서명된 항공협정의 조속한 정식 체결과 관광객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밀라노비치 총리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총리는 한국인 관광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항공협정 서명을 위한 모든 준비가 8월 말까지 완료될 것이고 협정을 통한 직항로 개설 등 양국 간 관광인프라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밀라노비치 총리 "원조 받던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 배우고 싶다"

중유럽 3개국 공식 방문을 마치고 오른 귀국길에 문득 밀라노비치 총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밀라노비치 총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이 얼마나 빈곤한 국가였는지, 원조를 받으며 지냈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빠른 성제 성장의 모습을 선망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경제만으로는 진정한 친구가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5천년의 장고한 역사 동안 우리의 이익을 위해 단 한번도 남의 나라를 침범해 본 적이 없는 평화의 나라. 문화를 사랑하고 문화로 강한 나라가 되고 싶은 나라.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 보은의 역사를 가진 나라. 이러한 우리의 역사가 대한민국을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19대 후반기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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