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대안 없는 '60세 정년' 연장은 ‘사다리 걷어차기’

지난 2월 청년 실업률 11.1%로 최고치… 청년들 '칠포 세대'로

노사정이 마음 열어서 '청년 채용 연계형 임금피크제' 검토해야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운영위원장
[데일리한국=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운영위원장 칼럼]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2013년 4월, 국회에서 '60세 정년연장법'이 통과될 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하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려 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었다.

'60세 정년연장법'으로 청년 일자리 악화 우려

문제는 이렇게 분명하게 예측되는 결과를 대비하기 위해 정치권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이윤 감소를 주장하는 사측과 실질적인 정년 보장을 믿지 않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노동계측의 반발을 ‘정년 연장 사업장은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미봉책으로 무마했을 따름이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청년 세대가 해당 법안으로 인해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러는 사이에 청년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 세대 실업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하는 11.1%에 이르렀다.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6%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구직을 포기해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들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상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직종이 아닌 소위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들은 열 명 중 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년연장법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는데도 이렇다.

이러한 사실은 필자만 아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기업도, 노동계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들 중에서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물었을 때 희망적으로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지고도 ‘단군 이래 최대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인 청년 고용 대책도 없이 정년연장법이 시행된다는 것은 또 다른 ‘사다리 걷어차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을 보장함으로써 늘어난 인건비를 신규 채용 축소와 저임금 일자리로 충당하면 될 것이고, 60세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은 그저 손해 없이 가만히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 세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점점 사치스러운 꿈이 되고 있는 청년들이다. 그들은 이제 ‘삼포 세대’도 아니고 ‘칠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 마련·꿈·희망 포기 세대)로 불리고 있다.

청년 채용 연계형 임금피크제 고육책으로 검토해야

정년연장법 시행이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정부에서는 청년 채용 연계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노사정 간의 합의와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려다 보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도 정부안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속이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정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안하는 청년 채용 연계형 임금피크제는 비록 청년 고용율을 당장 개선하지는 못할지라도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고육책이 될 수 있다.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일자리 문제를 세대 간 갈등 문제로 섣불리 진단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정년연장법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절박한 청년층과 노년층 또는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가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미 청년층과 노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대체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년 일자리는 내 자녀의 문제이기도 하고 노년 일자리는 내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사정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함의를 외면하지 말고 상호 마음을 열어서 다시 한 번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운영위원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 청와대 행정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운영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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