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결국 구도의 싸움'… 요즘 여야의 갈등 풍경이 구도의 바로미터

총선 구도는 '3+알파' 또는 '4+알파'… "여권보다 야권 분열 가능성 더 커"

2017년 대선에선 '2+알파' 구도 가능성… 이념 뛰어넘는 '연합' 여부 주목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데일리한국=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선거는 결국 구도의 싸움'이란 얘기가 있다. 그만큼 선거의 대결 구도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범여권과 범야권 중 어느 쪽이 분열되는지 여부는 승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키가 된다. 그러면 2016년의 20대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의 19대 대선의 대결 구도는 어떻게 될까?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요즘의 정치 풍향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선거는 결국 구도의 싸움'… 요즘 여야 풍경이 바로미터

요즘 국회법 거부권 정국으로 여야 간·국회와 청와대 간 갈등 특히 당·청 대립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문제로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은 새누리당을 함께 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7월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통해서 사퇴 문제는 정리되겠지만 원내대표 사퇴 이후 내년 총선을 향한 당내 갈등은 더 증폭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함으로써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함께 새누리당의 권력관계 재편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4월 총선을 맞이할 경우 총선 이후 당 장악력과 국정운영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박계의 결속력과 힘은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수평적 당청관계를 주도해왔던 김 대표도 박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현 상황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일단 분열 없이 총선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친박·비박 간 갈등이 더 심해져서 결국은 갈라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보수 진영이 분열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정치적 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창당했던 ‘미래연합’, 이인제 의원의 ‘국민신당’, 고 김윤환 전 의원이 주도했던 ‘민주국민당’, 박세일 전 의원의 ‘국민생각’ 등이 있었지만 '보수 분열'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1997년 이인제 의원의 국민신당 창당과 대선 출마는 대선 승부를 바꿔놓는 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보수의 분열이 결정적 위력을 보인 경우는 김영삼정부 시절 김종필 전 총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의 등장이었다. 자민련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50석을 차지해 제3당 지위를 확보했고, 이어 1997년 대선에서 'DJP 연대'로 공동 정권을 만들어냈다.

새누리당과는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 역사는 훨씬 깊고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호남 유권자와 핵심 지지층은 야당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그 이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한 뒤 새정치민주연합을 집권 가능성이 없는 정당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집권 가능한 정당’ ‘수권 능력을 갖춘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 참패 후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당 지도부는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를 내세워 당의 면모을 일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내의 비노·중도 세력은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 내용이 적합하지 않으면 ‘중도 신당’을 기치로 내세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4·29 재보선에서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구을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의원은 ‘개혁적인 전국 신당’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치 세력화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당내의 비노·중도 세력 중 3~4개 그룹들은 요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물밑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적절한 시점이 되면 당 외부의 천정배의원과 단일 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가 과감하게 포용적 통합 행보를 한다면 비노 세력들의 이탈 명분을 없앨 수도 있다.

내년 총선의 대결 구도는… '3+알파' 또는 '4+알파'

19대 총선을 10개월 앞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다음 총선은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 당 각 계파의 이합집산으로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고 실현 가능성이 적지만 '비박+비노의 연합정당' 이야기도 회자된다. 아직은 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친박 대통령당' '비박 정당' '친노 정당' '비노 중도 정당' 등 신(新)4당 체제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 경우 친박 정당은 과거 '친박연대'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여 범보수 세력 중 '친박 정당'과 '비박 정당' 중 어느 쪽이 헤게모니를 잡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내년 총선에서는 보수의 분열 보다는 진보의 분열 가능성이 조금 더 큰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의 대결 구도는 별도의 진보 정당까지 감안하면 결국 '3+알파' 또는 '4+알파'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통령선거가 2년 6개월 앞으로 다가 왔다. 아직은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차기 권력 창출에 집중될 것이다. 역대 대통령선거는 양대 정당 후보 간의 1 대 1 구도 또는 양대 정당 후보와 의미 있는 제3세력 후보 간의 '2+알파' 구도로 치러졌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선거는 'All or Nothing' 게임이다. 이른바 승자 독식 구도이다. 이에 각 정당은 집권하는 데 모든 세력을 모으는 총력전을 펼친다. 승리 가능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역대 대선의 대결 구도를 보면 1987년 13대 대선은 4자 구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1992년 14대 대선은 '2+알파' 구도 (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1997년 15대 대선은 '2+알파' 구도 (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2002년 16대 대선은 2자 구도 (노무현, 이회창), 2007년 17대 대선은 '2+알파' 구도(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2012년 18대 대선은 2자 구도 (박근혜, 문재인)로 진행되었다.

대선에선 '2+알파' 가능성… 이념 뛰어넘는 '연합' 가능성도

그러면 2017년 대선 구도는 어떻게 될까. 보수 대 진보로 양분돼 진영 논리에 입각한 구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보수-진보 이념을 뛰어넘는 연합 세력 간 대결로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내년 총선 결과가 대선 구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제1당이 되느냐, 국회의원 의석 수는 어떻게 분포되는가 등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요즘 과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다변화되고 있고, 하나의 정치세력이 국정 전체를 장악하여 국민들을 통합하고 국가 발전을 이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러 세력이 협력하는 '협치'의 모델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이념이 다른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을 했듯이 국가의 시대적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수-진보의 이념을 뛰어넘어 여러 수단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선 과정의 연대 방식으로는 '대연합' '중연합' '소연합'등 여러 가지가 있다. 원내1당과 원내2당의 연대는 '대연합', 원내1당과 원내3당의 연대는 '중연합', 원내2당과 원내3당의 연대는 '소연합'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물론 연합 정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내각제적 요소를 갖고 있는 우리 헌법을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1997년 원내 2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원내 3당인 자유민주연합이 연대해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를 넘어서 정권을 창출한 사례도 있다. 2017년의 시대 정신과 국민 여론 흐름이 결국 대결 구도 짜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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