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과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둘러싼 당청 갈등 관계 장기화될 듯

제2친박연대·호남신당까지 만들어질 경우 내년 총선 다당체제 가능성

분열 과정에서 살아남은 주자가 대선 승리… 분열의 전주곡 연주인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데일리한국=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칼럼] "잘 들었다, 생각해 보겠다.” 6월 29일 오후 3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장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론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최고위원도 일단 유 원내대표 판단을 지켜보자고 ‘말미’를 주었다.

그러자 국회법 개정안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당청 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장기화 전망의 또 다른 이유는 국민 여론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고 주말을 지나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반등(그림 1)하면서, 청와대의 유 대표 사퇴 압박은 그 수위가 더 강해졌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 ‘사퇴하면 안된다’는 조사 결과(그림 2), 그리고 여권 차기 주자로서의 유 원내대표 지지율이 전 월 대비 2계단 상승해서 4위로 올랐다는 소식(그림 3)이 전해지면서 당내 ‘비박계’ 또한 버티기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진보 진영과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 대해 ‘입법권의 침해 혹은 파괴’, ‘삼권분립의 위기’, ‘대화와 타협의 정치 붕괴’ 등의 표현으로 유 원내대표를 엄호하고, 당청 간 틈 벌리기에 나섰다. 급기야 "I am You, 나는 유승민이다.”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프랑스의 ‘샤를리 에브도’가 IS로부터 테러 당했을 때, 프랑스 시민들이 들었던 ‘나는 샤를리(Je Suis Charlie)’라는 문구를 패러디한 것이다.

국회법을 둘러싼 충돌 기저에 총선 공천권?

언론에서는 이번 갈등이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권력 투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고, 그 기저엔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눈에 띄었다. 친박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로 이어지는 비박 지도부가, 내년 공천에서 자신들을 물갈이할 것으로 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 압력은 내년 4월 총선은 물론 2017년 대통령선거 지형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재 시점에서 친박 의원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의원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2년 총선 직후인 5월 서울신문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계파를 분류했을 때 범친박(친박+우박(우호적 친박)) 의원이 73명, 중립 63명, 비박이 1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매일경제가 이번에 새로이 분류한 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매일경제 ‘레이더P’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나흘 후인 29일 새누리당 의원 분포를 친박 의원 38명, 비박 46명, 중간지대(중립) 76명으로 분류했다. 당 핵심 관계자와 보좌진 등을 통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160명의 계파를 분류한 것인데 3년 사이 친박 의원 분포가 73명에서 38명으로 거의 반토막난 것이다. 전체 새누리당 의원 중 친박은 23.8%에 불과한 분포로 감소했다.

당청 간 충돌이 장기화 국면으로 갈 가능성

그러다 보니 친박 의원들은 비박 지도부 하에서의 공천 문제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중립 의원들은 그들대로 ‘주박야김(晝朴夜金, 낮에는 친 박근혜, 밤에는 친 김무성)’ 스탠스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발 원심력’과 ‘지도부 발 구심력’의 절묘한 긴장감이 이어져 당청 간 충돌과 대치가 장기화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친박의 ‘분당’ 전망, 혹은 작금의 당청 갈등 상황에서 아예 ‘다당제’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논평마저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4.29 재보선 이후 야권 발 '호남신당론'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데, 이제 여권에서 제2의 친박연대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정치가 생물은 생물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너무도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치를 보는 국민들의 입장은 ‘메르스’로 엎친데다 ‘친박·비박 갈등’으로 덮친 격이어서 답답한 가슴이 두 배로 먹먹할 수밖에 없다.

제2 친박연대 만들어질 경우 내년 총선은?

각설하고, 여하튼 이번 당청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 만일 실제로 친박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제2의 친박연대를 창당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의 지지율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이 있고 나서,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하고 받은 직후의 정당 지지율은 8.6%로 3위였고, 자유선진당이 7.4%였던 것을 고려하면, 충청과 영남을 기반으로 한 제2의 친박연대가 친박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내 교섭단체, 즉 20명 이상의 현역 친박 의원이 탈당하여 신당의 형태로 출범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략 20% 안팎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지지율을 반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추론의 근거 중 하나는 2010년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을 두고 친이-친박 갈등이 가장 극심했을 때의 지지율 추이인데, 당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1월 초 40.4%에서 6월 4째주 22.7%까지 거의 반토막으로 하락한 적이 있었다. 현재권력으로서의 레임덕 현상까지 고려한다면 15~20% 안팎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지지층을 잠식할 것이다.

호남신당까지 출범할 경우 다당제로 총선 치러질 수도

만일 거기에 호남신당까지 출범해 다당제로 치러지는 선거가 될 경우 내년 총선의 결과와 그로 인한 대선 지형은 그야말로 예측이 어렵게 된다.

여기서 문득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주 25일의 발언, 즉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는 격정 발언을 듣고, 2008년 친박 공천 학살 때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했던 “살아서 돌아 오세요”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2의 친박연대 가능성이 엄존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역설적으로는, 19대 대통령선거를 위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과도하리만큼 ‘분열’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당선인은 본선 이전에 매우 치열한 예비 선거(그것이 경선이든 총선이든) 과정을 거쳤었고, 또 세포 분열하듯 분열하는 험난한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가 대선 본선에서 승리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과연, 여와 야 모두 2017년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분열의 전주곡을 연주할 시기가 된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프로필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리얼미터 대표이사(현),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현),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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