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RB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한국 가계부채 문제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수출에 순풍·역풍 두 갈래 효과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공공·노동 부문에서 구조 개혁해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12월 16일 0.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로 약 6년 간 지속된 현재의 금리를 드디어 인상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연준 의장의 발표는 경기 회복이 확실시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다소 전환된 모습이다. 하지만 무조건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물가가 2%까지 꾸준히 상승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옐런 미국 FRB의장 "올해 안에 기준 금리 인상"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후 미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채권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양적완화’(QE)정책을 6년 간 시행해왔다. 그러다가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에 들어갔고 작년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종료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 덕분에 미국 경제는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침체된 세계 경제 속에서 미국만이 5%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움직임을 보여 미국 경제의 ‘탈동조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세가 될 만큼 탄력을 받지 못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 중국은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로 인해 성장률이 7%대로 고착화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시행 중인 대규모 양적완화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이은 재정 위기의 여파로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통화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은 엔화 가치 절하로 수출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이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걷어내고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성과이다.

이렇게 각국에서 경제 회복 정도가 다르게 나타남에 따라 미국은 금리 인상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 작년 테이퍼링을 실시했을 때는 신흥국이 받은 충격이 컸는데 이제는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완만한 회복세가 금리 인상의 충격을 다소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FRB 의장의 발언으로 금리 인상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물론 상황은 가변적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경기 회복 정도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도 상이한 의견을 제시하며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 우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 경제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00조 원에 이르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자본 유출 위험이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해야하는데, 현재 채무구조를 보면 변동금리대출이 약 70%를 차지하므로 이는 상당수의 채무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될 것이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 규모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계 생계비 대출이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하였으며 대출의 출처가 제2금융권에서 12.6% 증가하였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렵자 제2금융권에서의 고금리 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대출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취지는 긍정적이었으나,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이어서 상환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을 감소시키진 못했다.

또한 현재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8~9%에 불과하기에 여전히 가계부채 문제는 항상 예의주시해야 하며,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을 줄이고 악성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실물·금융 측면에서 한국의 수출에 순풍·역풍 영향

또 수출은 실물과 금융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실물적 측면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경기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올해 전반적인 수출 실적의 부진 속에서도 대미 수출은 1~4월에 전년도 동기간에 비해 약 9% 증가하였다. 이미 미국 경기 회복의 신호가 수출 실적에 반영되었으므로 하반기에도 수출 실적의 호조를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측면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수출에 악재이다. 한국도 금리를 올리면 해외유동성이 유입돼 달러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원화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품 가격을 올려 수출을 감소시킨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5월 29일 기준으로 1,108원으로 과거 3년 간 박스권인 1,050원~1,150원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여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대외 여건이 지속된다면 미국 금리 인상은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는 한국의 수출에 불리한 변수 될 듯

한편 저유가도 한국의 수출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다. 이번의 저유가가 기존의 저유가 상황과 다른 것은 원유의 생산 증가와 수요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즉, 해외의 경기 불황이 저유가의 주요 원인이 되면서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수출은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기름값이 싸지는 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예상보다 증가세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원유 가격 하락이 셰일가스 등 미국 에너지산업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또한 중동, 남미 등 재정 수입의 대부분이 원유 수출인 산유국에서도 저유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고 이 역시 우리나라의 수출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최대 석유소비국인 중국은 성장률 둔화로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해외 경기 둔화는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 불리한 요소다.

우리의 대응… 공공·노동 부문 구조 개혁해야

환율과 외국 금리 등 대외 요인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의 경제 기반을 탄탄하게 잘 다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정년 연장이 시행되는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기업의 부담이 커져 고용은 더욱 감소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 당장 2018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설 만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인 마당에 고령층의 취업 기회도 확대해야 하는 2중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쉽지 않다. 노사정 대타협의 결렬에서 보듯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노사 양측의 태도 때문이다. 노동 부문 외에 연금 문제도 당사자 간 이해관계 차이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와 타협이 절실하다. 환율 전쟁, 미국 금리 인상, 유가 변동 등 국제 여건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시간은 충분치 않다. 오랫동안 미루어 온 공공·노동 부문 개혁에 실패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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