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질문하는 호기심에서 생겨나…독서·여행 많이 해야

또래끼리 자주 만나 '다름'을 받아들여야 배려·협동심 생겨"

정부,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데 앞장서야

정운찬 정 총리는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이 창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인터뷰·정리= 데일리한국 장성준 부국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미래의 기둥인 청소년들을 위한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전 총리는 7월 9일을 '친구데이(청소년의 날)'로 만들자는 운동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980만 명에 이르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친구데이'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친구데이’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가수 김장훈, 개그맨 윤형빈, ‘우생순’ 신화의 주역 임오경 핸드볼 감독 등도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행사를 갖기 직전 데일리한국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재목이 좋아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청소년을 건강하고 바르고 지혜롭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나라 발전과 직결된다”며 “청소년이 창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친구데이를 맨처음 제안한 비영리민간단체 ‘프렌딩’의 백두원 대표와의 인연으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서울대 총장과 총리를 지내면서 청소년 교육과 청년 실업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것도 계기가 됐다.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백 대표는 2003년 착한 일을 하는 날이란 의미의 '천사데이'(10월 4일)를 만드는 데 앞장섰었다. 정 전 총리는 앞으로 ‘청소년의 날’ 제정을 위한 법제화 운동을 전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난달 28일 여야 의원 9명과 함께 ‘매년 7월 9일을 청소년의 날로 정한다’는 청소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친구데이 조직위는 7월 1일부터 9일까지 ‘친한친구 주간(청소년 주간)’으로 정해 청소년 권익과 문화 증진을 위한 여러 행사를 개최한다.

정 전 총리는 “요즘 가정에서는 아이를 한두 명밖에 낳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부딪히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는 "이것이 가능할 때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왕따' 문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요즘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성은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정 전 총리는 "요즘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성은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의성은 질문을 많이 할수록 왕성해진다.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는 대부분 호기심이 많다. 이 호기심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알게 만들었다.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선 독서와 여행을 많이 해야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호기심 자극을 받는다." 정 전 총리는 이런 점을 감안해 "청소년들이 또래를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우리의 교육은 지덕체(智德體)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이 목표는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고 진단했다. 지육(智育)은 잠재력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덕육(德育)은 사실상 붕괴돼 교권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체육(體育)은 실종돼 건강한 육체를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우리의 교육 방향을 덕체지(體德智)로 바꾸는 것에 대한 사회적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영국 초·중등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데, 이는 아침부터 크리켓을 통해 체력과 협동심을 키워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이튼스쿨이 수많은 지도자를 길러낸 것은 지속적인 체육 교육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성은 자연스레 힘든 일에 앞장서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게 정 전 총리의 생각이다. 정 전 총리는 "결국 또래집단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 전 총리는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앞장서줄 것을 촉구했다.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이 한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청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하되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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