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경북 의성으로 귀농 후 촌부 삶

"혁신은 야당 제대로 서길 바라는 국민 마음 바라보고 하는 것"

"새정치연합 실망스럽고 희망 안보이지만 여전히 소중한 정당"

임미애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은 "분당될 것을 염려해 어정쩡하게 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임미애(49) 위원은 "분당될 것을 염려해 어정쩡하게 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만일 혁신위 안을 거부하며 일부 세력이 분당을 한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면 안되지만 적어도 그와 같은 일이 겁나서 혁신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 대변인은 18일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새벽에 기차를 타고 당사에 올라오는 이유는 새정치연합이 조금이라도 바로 서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보고 오는 것이지 의원들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임 대변인은 그러면서 “호남이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나 당의 물갈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물갈이는 유능한 인재를 더 등용해서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의 경력은 이채롭다. 그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경북 의성에서 기초 의원을 지내면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내 정당 생활을 접고 소를 키우는 농부로 돌아갔다. 때문에 임 대변인은 혁신위 첫 회의에서 "대한민국 제1야당이 어쩌다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는 촌부에게 혁신을 자문하는 지경까지 왔을까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혁신위 회의 참석을 위해 새벽에 상경한 그를 새정치연합 당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미애 혁신위원은 "이제껏 내가 보고 느끼고 실망했던 점들을 이번 기회에 꼭 바꾸고 싶어서 혁신위원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구 민주당 시절부터 오랜 당원이었다가 탈당했던데.

“(군의원 당시) 민주당 생활 10년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면서도 (당내) 민주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탈당을 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영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었다. 당은 국민의 삶을 보다 나아지게 하는 좋은 정책을 만들고,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해야 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본 새정치연합은 그런 면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다. 또 그 역할을 하려는 생각조차 안했다.”

-그런데 어떻게 혁신위원직을 수락하게 됐나.

“나도 의아했다. 탈당을 했는데 김상곤 위원장이 '도움을 청하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그래서 고민했다. 참 한심스럽기도 하고 희망이 잘 안 보이는 정당인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한테는 소중한 정당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특히 새누리당 일변도로 정치 지형이 짜여진 영남 지역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야 영남 지역의 정치 지형을 바꾸고 보다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제껏 내가 보고 느끼고 실망했던 점들을 이번 기회에 꼭 바꾸고 싶기도 했다.”

-당원이 아닌 평범한 국민으로서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평가는.

“그간 욕 많이 했다. 민주주의는 갈수록 후퇴하고,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나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국민이 선택한 정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체되고 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야당을 보면서 심정이 어땠겠느냐. 꼭 거리에 나가서 싸워야 투쟁성이 강화되는 건 아니다. 나는 야당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위해 악착같이 싸워야 한다고 본다. 평소 나는 정치하는 사람은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노나 이상을 끝까지 밀고 가는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야당에게는) 이런 것들이 너무 없다.”

-혁신위가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아니다. 단지 계파 활동을 중단하고 막말하지 말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혁신위를 흔들거나 분파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대응을 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단 내년 총선을 약간이나마 새누리당과 대등하게 치를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우리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임 혁신위원은 친노라는 비판에 대해 "모든 사람들을 자기 기준으로 놓고서 친노다 아니다 색깔 씌우고 나누는 건 비겁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공천 문제가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마침 윤리심판원장이 자기는 윤리심판원 역할을 충실히 할 테니 여기서 징계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정을 혁신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왔다. 그래서 이에 대헤 논의 중이다. 23일쯤 상세 내용이 나올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

-혁신위 활동을 둘러싸고 비노진영 측 반발이 거세다.

“이와 관련한 말 자체를 많이 안 한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혁신위원들도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예를 들어 '짜고 치는 고스톱' 운운한 조경태 의원의 비난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의원, 조경태 의원 등 개개인을 보고 혁신하지 않는다. 혁신위 참여 동기도 국민의 눈으로 야당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실제 혁신위가 공천심사위원도 아니고 그저 공천할 때 국민적 눈높이에 가장 맞는 공정한 경쟁을 이룰 수 있는 룰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런 부분에 충실할 생각이다.”

-그렇더라도 계파 갈등 상황을 아예 외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에 혁신위가 안을 냈는데 맘에 안 들어서 분당하겠다고 나온다고 치자. 그걸 어쩌겠느냐. 개인적으로는 혁신위원 한 게 끝까지 같이 해서 당을 깨지 말자고 나온 건데…. 그런 불상사는 절대로 벌어지면 안된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게 무서워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그런 어정쩡한 혁신위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다. 다만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분이 ‘혁신위는 친노 계파를 해체하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던데, 그건 아니라고 봤다. 원내대표로서 중심에 서야 할 분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임 위원 개인에 대해 일부에서 '친노·운동권'이라는 비판을 했는데.

“나는 운동권이 맞다. 운동권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삶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이었고, 나만의 문제뿐 아니라 내 이웃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러나 나는 친노가 아니다. 사실 친노가 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로, 날 친노로 몰아붙이는 분들이라면 아마 갓난아기가 태어나도 친노라고 하실 것 같다. 정치인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을 자기 기준으로 놓고서 친노다 아니다 색깔 씌우고 나누는 건 비겁한 행동이다.”

-혁신위 김상곤 위원장과 조국 교수의 활동에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조 교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경청하고 정리하는 편이다. 김 위원장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지만 의견이 다 일치하는 건 아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나와 함께 남편도 혁신위원 추천을 받았다. 둘 다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서였다. 그래서 의논했고 그 결과 남편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역할을 나눈 것이다. 아이들 역시 지지해주고 있다.”

임 대변인은 이화여대 경제학과 84학번으로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임씨 직전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었다. 그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의 남편 김현권(52)씨와 결혼한 뒤 남편 고향인 의성으로 내려가 농부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남편 김씨는 2004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년 뒤 임씨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의성군의원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김씨는 현재 새정치연합 경북 군위·의성·청송 지역 위원장이다.

■임미애 혁신위원 프로필
1966년 경북-이화여대 경제학과-이화여대 총학생회장-경상북도 FTA대책특별위원회 위원-제 5,6대 경북 의성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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