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측의 전제조건들은 북한이 수십년 간 해온 단골 메뉴"

"여론전을 통해 남남 갈등 일으키려는 선전·선동 성격"

"정부, 대화 연연하기보다는 포괄적 협상 원칙 준수를"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16일 '정부 성명' 형식을 통한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위장 대화 공세와 여론전을 통해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는 선전·선동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도 내건 전제조건과 요구들은 북한이 수십년 간 해온 단골 메뉴"라면서 "기존 방식으로 반복하면 국제사회나 한국 내부에 북한의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럴싸한 포장지인 '정부 성명'을 통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은 대화 의사가 없으면서도 국제사회나 남측에 대한 여론 환기를 위해 또다른 전술을 펴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최고위 수준을 대화 제의 주체로 내세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는 한편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뒤집어 씌우려는 '양면 작전'을 펴고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전 교수는 6·15선언 15주년에 맞춰 정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도 보수와 진보 간 대립이 큰 상황에서 진보측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줘 북측이 원하는 일방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넣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우리 정부를 향해 단호한 입장을 주문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대화에 연연하거나 서두르는 모습을 보일 게 아니다"면서 "지난해 말에 통일부 장관 명의로 5·24조치 관련 논의 등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것을 기초로 '포괄적 협상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북한이 제대로 된 남북 대화에 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특히 메르스 사태로 현정부와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고, 내년 총선도 다가오는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북한은 국내 여론을 자기 측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저의를 가지고 위장 평화·대화 공세를 취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경계하면서 대북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6ㆍ15 남북 공동 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은 15일 '정부 성명'을 통해 "남북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북핵 문제 대북 국제 공조 중단, 흡수 통일 논의 중단,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 5·24 조치 해제 등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북한이 이날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며, 김정은 체제 이후 두 번째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 대화 제의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작년 12월 29일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하는 당국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응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 당국 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으나 북측은 5·24 조치 해제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대화를 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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