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충격으로 방미 우려 목소리도… 어려운 발걸음 해서라도 사활 걸린 국익 꼭 챙겨야

집중해야 할 의제는 북한 도발 대응 공조, 사드 배치, 한미일 안보 공조, 한미 경제 협력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대학장
[데일리한국=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칼럼] 이달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 잦은 것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그만큼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와 한미동맹을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집중적으로 챙겨할 것은?

최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정무·경제 분야 협력 제고, 동아시아 및 세계 주요 정세 평가, 북핵 등 대북 공조 체제 구축, 동북아 국가 간 협력, 글로벌 보건·안보, 에너지, 기후 변화, 개발 협력, 사이버, 우주 분야 등에서의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이라고 한다. 불과 몇 시간 만나는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이 모든 의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집중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는 굳건한 한미 군사협력 방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미사일, 군사적 위협 및 도발에 대응하는 보다 굳건한 한미 군사 협력 방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 주장,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10여척의 스텔스 고속정 NLL 배치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그 어느 때보다도 노골화하고 있다. 집권 4년 차에 접어 든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더 큰 문제는 김정은이 내부 단속용이거나 오판에 의해 언제 어떻게 실제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실제적인 군사 협력 체제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불안정한 북한 정권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한미 공조 방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북핵 미사일 억지력 차원에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물론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군사 실무적인 검토가 더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외교·군사 고위책임자들이 그 동안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바꾸고,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대해 잇달아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한반도 내 사드 포대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드 배치 문제, 공식 의제 아니더라도 현안으로 떠오를 듯

따라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미국 조야의 지도자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사드 배치 압력을 받을 여지는 있다. 사드는 한국의 안보에 긴요한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드의 한 개 포대 당 최대 2조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 분담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사드 한반도 배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납득시켜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 둘 다 우리에게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재천명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 복원… 과거사 지적과 함께 미래지향적 자세 필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의 복원이 또 다른 주요 현안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 세력의 팽창을 저지하고, 역내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축은 일본과 한국이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강력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동아시아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로 인해 극도로 악화된 한일관계의 복원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동맹의 글로벌 동맹화를 꾀하고, 미일 간 '신밀월' 시대를 선언하였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게도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하기를 원하는 눈치이다. 만약 한국이 위안부·과거사 문제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협력하지 않는 꼴이 되어 미국과의 관계도 불편해질 수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지적하되, 종전 70주년·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TPP 참여 등 한미 경제 협력 방안도 주요 의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경제 협력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성공적인 출범을 최대 관심사로 여기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주력하다 보니 TPP 협상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한국이 TPP 창립 회원국이 되고자 했을 때 미국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당시 미국 관계자들은 한국의 뒤늦은 협상 참여가 기존의 협상을 더디게 하고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TPP 가입 의사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의 TPP 참여는 한국의 FTA 네트워크를 환태평양에 걸쳐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세계 무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현재 엔저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TPP의 참여는 한국 상품의 수출 시장을 넓히고,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또한 한국의 TPP 참여는 한일 간 FTA 체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고,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공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여론 일각에서는 메르스 충격으로 국내 상황이 엄중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안보에서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사안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발걸음이라도 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의 사활이 걸려 있는 국익들을 반드시 챙겨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한규 경희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박사 -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현),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대학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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