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축구계 인사들과 상의해 FIFA 회장선거 출마 결정하겠다"

"FIFA 회장선거 출마한다면 시간이 겹쳐서 총선 출마 힘들 것"

"블라터 회장의 크로니즘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새 회장 돼야"

정몽준 전 대표
[인터뷰= 김광덕 데일리한국 뉴스본부장/정리= 신수지 기자 ] 미국 연방 검찰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비리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제프 블라터(79) FIFA 회장이 3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FIFA 부회장으로 17년 동안 활동하면서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던 정몽준(64)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FIFA 회장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현재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FIFA 명예부회장을 맡고 있다. FIFA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새 회장을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회는 공식적으로 내년 5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임시 총회가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소집되기 때문이다.

<데일리한국>은 직접 정 전 대표의 육성으로 FIFA 회장 출마 의사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가졌다. 정 전 대표는 4일 본지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문자 그대로 신중하게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제 축구계 인사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FIFA 회장 출마와 2017년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느 분야든 하는 것인데, 둘 다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FIFA 회장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전 대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선 "지금 출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시간이 겹쳐서 총선 출마는 힘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문답.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사임 계기로 FIFA 부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던 정 전 대표가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출마하려는 것인가.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데, 문자 그대로 신중하게 해야죠."

-신중하게 검토해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것인가.

"네, 신중하게 하려고 해요."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누구와 상의하는 절차를 거치는가.

"FIFA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 축구계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과 상의해서 판단하겠다.적절한 시기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대륙 인사들과 만나 보고 거취를 정하겠다."

-출마를 검토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블라터 FIFA 회장이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까지 거의 40년 동안 FIFA를 이끌어왔는데, FIFA를 공조직에서 사조직 비슷하게 전락시켰다. 지나치게 크로니즘(cronysm·정실 인사)과 연고주의로 흐르게 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놓았다. 블라터 회장은 의견이 같은 사람들만 주변에 두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철저히 배격했다. 그런 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것이고, 잘못된 것이다. 블라터 회장의 크로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새 회장이 돼야 한다. 그 사람을 추종하는 사람이 계속 운영을 맡게 되다면 FIFA가 변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그 쪽 세력이 FIFA에 상당히 있는 게 사실이므로, 축구계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FIFA 회장 출마와 2017년 대선 출마에 대해 "둘 다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자료사진

-블라터 회장이 어제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새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여전히 회장직을 맡게 된다고 FIFA가 밝혔다. 여전히 블라터 회장의 영향력을 유지시키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보인다. 자기가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하고, 그동안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데 대해 집행위원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들이다."

-정 전 대표가 FIFA 부회장을 오랫동안 지내면서 느낀 FIFA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FIFA가 국제적으로 굉장히 큰 조직이고 돈을 많이 갖고 있지만 체육단체인 것은 분명하다. 체육단체이면 순수한 스포츠맨십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일반 정치보다도 더 정치적인 단체가 되면 안되는 것이다. 체육단체의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데, FIFA가 그동안 많이 변질됐다."

-만일 FIFA 회장으로 선출된다면 FIFA를 어떻게 운영하고 개혁할 생각인가.

"블라터 회장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FIFA를 투명하게 경영하라'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 FIFA를 투명하게 경영하면 축구도 발전시키면서 회원국들에게 이익도 고르게 돌려줄 수 있다."

-블라터 회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다고 보는가.

"월드컵 개최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더운 날씨를 걱정하는 의견들이 적지 않지만 일단 결정한 사항이고, 카타르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가급적 잘 치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데, 대선 출마와 FIFA 회장 선거 출마는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그 문제와 이 문제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여간 어떤 것을 하더라도 둘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느 분야든 할 것인데, 둘 다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대선 출마와 FIFA 회장 선거 어느 쪽이든 도전할 수 있는데, 둘 다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그렇죠, 둘 다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는 출사표를 던지는가, 나올 경우 어디에서 출마하는가.

"지금 출마 생각을 안 하고 있다. FIFA 회장 선거에 나선다면 총선 출마는 시간이 같아서 힘들 것이다."

■정몽준 전 대표 프로필
중앙고, 서울대 경제학과- MIT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박사-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7선 의원(13~19대), 울산대 이사장(현),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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