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국가 혁신과 통일 준비 ⑭]

"강산이 7번 바뀌었는데 분단 그대로… '봉산개도 우수가교' 정신으로 상생 추구

북한이 핵 억누르고 경제 문 박차고 나올 수 있도록 유연한 대북 전략 고민해야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데일리한국=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칼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1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그런데 강산이 7번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남북한 분단이다. 8.15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강산이 7번 바뀌었는데 변하지 않은 것?… 남북 분단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광복 70주년이다. 이젠 분단경제를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경제의 새 지평을 열어 나가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경제 도약을 이루는 것은 남북한 모두가 안고 있는 최대 과제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시장을 넓혀가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는 더 절박하다. 경제 회생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김정은 체제마저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퀀텀 리프의 디딤돌이 바로 통일이다. 통일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고, 우리에게는 그 길을 개척해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남북한 모두의 과제는 경제 도약… 북한 경제는 더 절박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4년 차가 지나가고 있다.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자 인정을 받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북한의 외화 창고가 거의 바닥이 난 상황이다. 결국 외부로부터 자본을 끌어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꺼내 든 카드가 경제개발구다.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했고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압록강 경제개발구, 현동 공업개발구, 와우도 수출가공구 등 19개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나선, 황금평, 신의주, 원산~금강산 등 14개 중앙급 경제개발구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관광·제조·물류를 집중 육성하여 경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고 대외 강경 노선을 견지하는 한 외자 유치가 어려울 것은 뻔하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국제사회가 내민 협력의 손을 잡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주문해야 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핵을 포기할 리도 만무하다.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더라도 우리는 북한과 연결하는 경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북한이 경제 맛에 빠져 핵보다 경제를 더 중시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안정과 대화 협력이 결국 북한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되고 체제 안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핵보다 경제 맛에 빠지도록 유연한 대북전략 고민해야

우리는 북한이 핵을 억누르고 경제 문을 박차고 나올 수 있도록 유연한 대북 전략을 고민할 때가 됐다. 통일 경제로 가는 첫 걸음을 북한 경제개발구 추진에서 시작해보자. 북한이 경제개발구를 통해 개방의 문을 열도록 협력해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경제개발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경제가 확산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발구 구상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바라만 봐서는 안 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나가야 한다. 북한 경제개발구 투자 수요 창출은 우리 기업의 북한 시장 확대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시키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의 유턴 기회를 제공하며, 북방 진출의 요충지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점이 기대된다. 통일 준비 차원에서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줄이면서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북한의 경제개발구 중심으로 남북 상생 모델 찾아야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경제경개발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자본만으로 경제개발구 추진은 한계가 있다. 북한 지도부도 경제가 너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야 하며, 특히 한국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경제개발구 진척은 어려울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한 남북이 상생하는 경제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의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경제개발구 변화 흐름을 잘 파악하여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북한 경제개발구과 연계한 새로운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일경제 시대를 실질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의 새로운 경제 협력을 위한 네 가지 조건

첫째, 남북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통일경제의 초석을 놓는다는 긴 호흡 속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실천 가능성이 높은 쉽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북한의 대응에 따라 점차 높은 단계의 경제개발구 연계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안정성과 지속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경제개발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 당국을 너무 의식한 개발협력에서 벗어나 북한 민생 인프라 개발, 일자리 창출 및 우리 경제의 성장 등을 견인할 수 있는 경제개발구가 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 측의 추진 능력(경제성, 사업성, 투자자금 등)을 당연히 고려한 상황에서 북한의 수용성과 사업 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 우선 남쪽과 접경하고 있는 서해의 와우도 수출가공구, 동해의 원동공업개발구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넷째, 남·북·중·러 등 다자 간 경제협력이 되어야 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북한 경제개발구와 연계해서 확장하며,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GTI를 활용하여 두만강 및 압록강 북·중·러 접경 유역에 물류, 관광, 환경 분야 등을 중심으로 다자간 협력 사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섯째, 큰 틀에서 각 경제개발구가 분절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특징을 고려해 한반도 광역경제권별로 거점 산업 및 도시들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경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서해축을 서울·경기·인천권에서 북한 남포~신의주~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성장 벨트와 동해축으로는 강원도~북한 원산~나선~중국 옌지·훈춘·투먼~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성장 벨트를 이어서 그려보면 미소를 짓는 모양의 곡선이 나타난다. 그것이 한반도 스마일경제 벨트 구상이다.

'봉산개도 우수가교' 정신으로 남북 경제의 맥을 이어야

북한의 경제개발구와 연계한 다양한 방향에서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구상해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고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며, 5. 24 조치의 벽도 넘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 경제개발구와 연계한 남북 경제의 맥을 잇는 대전환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처마의 빗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한 곳으로 힘을 집중하면서 끈기 있게 바위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온갖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남북이 함께 도약하는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어 내면 한반도 경제공동체가 이뤄질 것이다. 가는 길에 산이 가로막히고, 물이 놓여 주춤할 때가 있더라도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 )의 정신으로 노력하다 보면 미래 30년에는 한반도 통일경제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 프로필
동아대 경제학박사-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현)ㅡ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현) 북한 연구학회 이사(현)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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