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률 조정 수준·시기 조절 강도 미흡… 다음 세대에 미룬 것밖에 안돼"
"지급률 1.7%로 인하 땐 속도 내서 5년 이내… 1.6% 땐 10년 만에 끝내야"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연계 잘못…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젊은 세대 참여 필수"
  •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선임연구위원)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원 연구실장은 8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급률 1.9%에서 1.7%로 내리는 것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면 속도 조절이라도 빨리해서 20년이 아닌 5년 내에 끝내야 하며, 바람직한 개혁은 1.6%까지 내려가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원 연구실장은 "비록 '제도 개혁'이 아닌 '모수(母數)개혁'이지만 최소한 그 정도까지 깊이 있게 해줘야 '국민들이 바라는 선에서의 개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것에 대해서도 원 연구실장은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도 '피상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 연구실장은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과 관련해 젊은 세대가 배제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원 연구실장은 "2060년 바닥날 기금 고갈 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늦추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재정 추계 때마다 2%씩 단계적으로 올려 2028년에는 15%가 되도록 인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원 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개악'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지급률 조정이 미미했다. 보험료율(기여율) 인상은 임금 인상이나 외생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지급률을 조정하는 것이 재정 절감이나 개혁 효과가 크다. 기존 지급률 1.9%에서 1.7%로 내리는 것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면 속도 조절이라도 빨리해서 20년이 아닌 5년 내에 끝내야 하는 것이고, 바람직한 것은 1.6%까지 내려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한다면 너무 충격이 크기 때문에 10여년에 걸쳐서 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비록 '제도 개혁'이 아닌 '모수(母數)개혁'이지만 그정도까지 깊이 있게 해주면 국민들이 바라는 선에서의 개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미흡하다는 부분도 아마 너무 타협을 봤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급률을 지금처럼 시간을 길게 두고 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여야 합의안에서는 50년에 걸쳐 333조원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얘기하는데, 이는 (물가 상승을 무시한) 경상가격, 경상가치다. 이것을 실질가치로 환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100조원과 20년 뒤의 100조원은 엄연히 다르다. 지금 333조원은 경상적으로 모든 금액을 총합한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왜곡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가치와 비교해 수치가 거의 가까울수록 개혁 속도를 빨리 할 수 있고 제대로 개혁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앞서 말한 대로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추면 5년, 1.6%로 하면 10년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 비난받는 부분은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내린 것도 미미한데, 게다가 낮추는 기간도 20년으로 길게 했으니 절감액의 경상가치와 실질가치 격차가 크게 난다는 점이다. 결국 다음 세대에 넘기면서 지급 문제를 나중에 보자며 미루는 것밖에 안돼 '개혁한 것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지급률 인하 수준과 인하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혁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문제다. 세대 간 재분배, 세대 내 재분배, 기금운용 문제 등 국민연금에는 복잡한 요소가 너무 많다. 하나를 건드린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을 넣는 것은 피상적인 접근이다. 진짜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산층이나 서민 근로자가 국민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 명목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이 맞는지, 그들에게 가입 기간을 길게 해줄 수 있는 고용정책이나 다른 '크레디트 제도'가 맞는지 등을 생각해야지 명목소득 대체율을 올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전제다. 아울러 세대 내 재분배도 역진적이라고 본다. 지금 개혁안 대로 명목소득 대체율을 올리면 고액연봉자만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혁안은 단순히 한 측면만 본 것이며 종합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재정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봐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급률의 조정을 20년에 걸쳐 했기 때문에, 세대 간 재분배 문제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너무 심각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합의안은 개혁이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 야당에선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어렵게 도출된 합의를 폐기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연금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인지부터 의문이다. 다만 사회적 대타협기구만 놓고 본다면, 이번 기구의 구성원을 보았을 때 세대 간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기구라고 할 수 없다. 연금 제도라는 것은 세대 간 계약이고 세대 이전이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다음 세대, 젊은 세대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20대, 30대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세대 간 합의에 대한 구성은 배제해 놓고, 당사자들끼리 모여놓고 사회적 합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 청와대에선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후(後)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향후 국민연금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국민연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불발 때문에 함께 이슈가 된 데 대해 한편으론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 다들 참담한 현실을 눈감은 채 덮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적어도 5년에 한번씩 하는 재정추계 때마다 보험료율을 2~3%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2060년 바닥날 기금 고갈 시점을 2100년까지 끌고 갈 수 있다. 현재 9%에서 2018년 11%, 2023년 13%를 거쳐 2028년까지 15%로 올라가야 한다. 이런 계단식의 보험료율 인상 개혁은 세대 간 전가를 많이 하는 것이다. 갈수록 보험료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지겠지만, 미봉책이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500조원에 가까운 기금을 과거 50조원 수준에서 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선 안되고, 동일한 위험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찾아서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어떻게 보면 복지 업무를 하는 곳이다. 급여를 찾아주고 보험료를 얻는 곳인데, 그렇다면 읍·면·동 사무소, 주민센터와 기능이 비슷하다. 그런 조직에서 500조원을 운용하는 금융 투자조직을 끌어안고 있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조직의 성격상 분리해 순리대로 풀어나가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서둘러야 한다. 공공조직에는 좋은 인재가 오지 않으려 하니 그나마 금융 공공조직으로 만들어 우수한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기자소개 김종민 기자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5/05/08 18:17:28 수정시간 : 2020/02/07 14:03:10
데일리한국 지사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