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부족한 '아프리카TV' '마리텔'이 인기 끄는 원인은 '반영성'에 있다
백종원의 오피니언리더십 주목해야… 시청자에게 요리 '자신감' 불어넣어
대중들은 '전략 있는 인물' 좋아하지만 '전략적으로 보이는 인물' 싫어해

천영준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데일리한국= 천영준 연세대 책임연구원 칼럼] 요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유명한 웹 브로드캐스팅 플랫폼인 ‘아프리카 TV’(Afreeca TV)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던 서비스 개념을 지상파로 끌어들인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아프리카TV 인기 비결은?

실제 아프리카 TV에서는 자신의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사람이나 패션쇼를 선보이는 사람 등 다양한 ‘브로드캐스팅 자키’들이 활동하고 있다. 콘텐츠를 대공하는 대가로 회당 수백만원의 개런티를 챙겨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포맷을 MBC가 방송 콘텐츠에 도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상호작용적 콘텐츠라는 측면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은 채팅을 통해 참여하는 대다수의 관중들과 브로드캐스팅 자키(이하 BJ) 간의 대화로 구성된다. BJ가 자신의 콘텐츠와 함께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늘어놓으면 사람들은 그에 대한 평가를 남기면서 즉시 소통하는 구조다. 콘텐츠가 재미 없으면 바로 ‘방’을 나가버리면 된다. 인기가 없는 방송은 방에서 이탈하는 대규모 ‘러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쇄된다. 스토리텔링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데다 화법 구사 등이 명쾌하지 않은데도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원인은 ‘반영성’(Reflexivity)에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즉시 콘텐츠에 반영된다는 실재감과 재미 때문에 사용자가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방송사는 실시간 온라인 방송의 속성을 자사의 프로그램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성 연예인들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웹 방송의 포맷에 적응한다는 점이 새롭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특기를 강조하기보다 가장 사용자가 관심가질 만한 소스를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돔구장’의 속성을 강조하는 웃기는 스포츠 토크 시도, 연애 상담, 운동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약간의 관음증적 취미를 갖고 있는 대중을 위한 여자 운동 선수의 시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방’에 몰린 시청자들의 수나 반응의 정도를 기준으로 경쟁을 벌인다. 과거에는 한정적인 서베이 패널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이 방송인들의 성과였다면, 이제는 실시간 관심이 주된 평가 기준이다.

'한신포차' '빽다방' 등 숱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을 성공시킨 CEO이자 요리사 백종원이 마리텔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다. 사진=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요리하는 백종원의 오피니언리더십 주목할 만하다

‘마리텔’에서 가장 선전하는 기대주는 누구일까. 단연 백종원이다. ‘한신포차’ ‘빽다방’ 등 숱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을 성공시킨 CEO이자 요리사다. 13살 연하의 미녀 연예인과 결혼해 화제를 낳은 성공한 기업인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 역시 온라인 방송 포맷의 ‘방’에서 자기만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백종원의 콘텐츠다. 그는 혼자 사는 2030세대들의 감성을 후벼팔 수 있는 '콩 없이 콩국수 만들기', '살찌기 위한 땅콩잼 바른 빵 만들기' 등의 소재를 선보인다. 온라인 방송에서 가장 파급 효과가 컸던 콘텐츠 중 하나가 ‘먹방’이다. 젊은이들은 혼자서 먹고 대충 끼니를 때우는 데 익숙하다. 그렇지만 식사를 통해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갈망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재료로도 충분히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백종원의 재주는 외로움에 사무친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위로이자 치유다. 그는 나름대로의 감성적 의미 부여에 성공한 오피니언 리더인 셈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마리텔’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솔직한 입담을 구사하는 그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인들이 SNS나 웹서비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 했지만, 백종원처럼 실시간 만담을 이끌고가는 사람은 없었다. 건강한 식음료관이 중요한 대중들의 이미지에 반하는 모습도 일종의 귀여운 포인트다. 음식에 과다 함유되면 좋지 않은 설탕을 "한 숟갈만 넣었어요"라며 얼버무린다. 그런가 하면 달콤한 잼을 빵에 바르면서 '절대로 사지 마세요. 옆집 친구한테 다 있어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철저히 좁힌 소통 방식이다. 지금껏 요리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맛에 대한 감동이나 주방장의 솜씨가 지니는 위대함 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연예인들이나 요리사들끼리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케이블TV나 종편을 석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백종원의 요리 콘텐츠는 음식 자체보다는 그것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과정, 그리고 검증되고 권위 있는 사람이지만 대중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주는 감동이 있다. 그는 대단한 말이나 화려한 표현 없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콘텐츠가 갖고 있는 진정성, 어떤 상황에서든 부드럽게 소통하려고 하는 노력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기성 엘리트에게 ‘함께 호흡’하는 리더십이 부족해 아쉽다

방송을 보면서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리텔’에 출연하고 있는 인물들의 오피니언 리더쉽에 비해 기성 엘리트들의 소통 전략이 부족하다는 측면이었다. SNS 시대가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지위와 능력을 이미지로 연출할 수 있는 국면이 되었다. 예전처럼 특정한 권력과 자본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얼마 전 학교 소속 교수들에게 ‘고통스럽게 목을 쳐주겠다’며 폭언을 섞은 메일을 보냈던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도 SNS 시대의 수평적 소통 환경이 있다. 누군가 그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실상 ‘갑질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투영되자 박 회장 본인의 거취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 것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 배경 역시 비슷하다. 단순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의혹을 덮으려는 상황이 SNS를 통해 대중들의 집단기억에 각인된 것이다. 그리고 잊혀질 만하면 그 자신을 대변하는 코드처럼 떠올라 주인공을 괴롭힌다. 게다가 요즘은 패러디도 많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있는 인물에 대한 평판을 전파시켜 나간다. 과거처럼 특정 여론을 정부가 단속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 전략이 없는 리더는 자신의 물밑 인심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SNS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완구 전 총리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단어가 ‘구라’와 ‘거짓말’이다. 소통에서 치명적인 요소다.

반면 ‘마리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시간’, ‘잘하다’, ‘매력적’, ‘백주부’(백종원+주부)와 같은 단어들이 연관어로 떠오른다. 하나같이 친근하고 청중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부여하는 수사다. 기성 엘리트들의 소통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대중들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보와 콘텐츠 측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고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미 부여와 소통 과정을 통해 소재 자체를 가공하고 포장하는 기술이다.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메신저의 성향에 따라 메시지가 얼마든지 다르게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슈를 잘 던져야 한다. 사람들이 그때그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뉴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매번 갱신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탈한 전달의 기술을 통해 인간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중들은 전략이 있는 인물은 좋아하지만, 전략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싫어한다. 리더들에게 주문한다. 지금 ‘그들’과 함께 호흡하시라.

■천영준 책임연구원 프로필
연세대 경영학과- 연세대 정보산업공학 석사, 기술경영협동과정 박사- 다음소프트 연구자문역- 합창단 Chantez a dieu, 오페라단 '청 ' 자문위원-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현)/저서 <직장인 4대 비극> <바흐, 혁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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