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참패 요인 네 가지..성완종 파문 대처 미흡, '호남 민심' 읽지 못해 등

새정치연합, 근본적 변화와 계파 갈등 해소 여부가 제1야당 구심력 유지 변수될 듯

천정배 의원, 호남지역 뛰어넘는 비전 제시와 '뉴DJ' 결집 여부가 원심력 확보 변수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데일리한국=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0 대 4의 충격적인 참패 성적표를 받고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다시 시작’을 외치고 있으나 박주선 의원등 당내의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당 밖에서는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호남을 중심으로 '뉴DJ'들을 세력화하여 내년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이번 4.29 재보선은 당초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선거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언론은 연일 새로운 사실들을 보도하는 가운데 이완구 국무총리가 거짓말 논란 속에 총리직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새정치연합의 완패였다.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새정치연합의 참패 요인 4가지… '호남 민심' 읽지 못해

첫째,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조성된 유리한 정치적 환경에 대한 대처 미흡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리스트에 나온 8명이 정치자금을 수수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야당 일부 인사도 정치자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대처 능력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김무성 대표는 사건 초반부터 대선자금 문제라면 자신부터 조사에 응하겠다고 치고 나오는데, 문재인 대표는 2번의 특별사면 문제에 대해 "법무부 소관'이라고 말함으로써 8명의 리스트 파문이 특혜 특별사면 의혹으로 옮겨붙는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둘째, 새정치연합이 '호남 민심'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도 패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4곳의 재보선 지역 중 광주 서구을,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은 야권 강세 지역으로, 인천 서구·강화을은 새누리당 우세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야권 강세 지역의 핵심은 호남 민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정치연합은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은 이미 새정치연합에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전남 8곳, 전북 11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당선되었고 2014년 7.30 재보선 때 순천·곡성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승리했다. 새정치연합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호남 민심이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호남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자괴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 중에 박근혜정부의 인사 편중은 가장 심각하다. 의전 서열 1~10위 중 대다수는 영남 출신이고 5대 권력기관장 전원이 영남 출신이다. 호남 민심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인사 편중에 대해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호남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셋째, 재보선은 단기전이다. 공천이 매우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은 공천에서 실패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이른바 전략공천으로 선거에 패배했다고 분석하고 이번 재보선에선 지역 후보들의 경선으로 공천자를 결정했는데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들을 내세우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이같은 공천 방식은 문 대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넷째, 새정치연합에는 국민들을 감동시킬 비전과 정책이 없었다. 새정치연합이 집권하면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다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정책이다. 성장을 말하지만 사실상 분배에 무게가 있는 정책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야권에는 ‘약무호남 시무야당’ 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선거 패배 이후 광주를 방문하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호남 민심이 어떤지 들어 본다고 한다.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고 보인다. 이번에도 새정치연합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천정배 "호남 30곳에 '뉴DJ' 내세워 새정치와 경쟁하겠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DJ들을 찾아서 호남 지역 30개 지역구에 내보내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표 얼굴로 내년 20대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천정배 의원과 이같은 당내 비주류의 흐름이 교감을 이루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되면 새정치연합을 분열시키는 원심력은 확장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내 일부 의원들이 조기에 탈당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원심력을 모색하는 세력들은 대선에서 패배했던 김대중 전 총재가 1995년 정계복귀를 하면서 새정치국민회를 창당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회의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79석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면서 통합민주당(15석)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 물론 당시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재의 천정배 의원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야권 재편 경쟁… 문재인 대표와 천정배 의원 자세에 달려

하지만 문재인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잡기' 주도권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세력들이 힘 겨루기를 하면서 야권 재편 경쟁이 뜨겁게 전개될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 당수인 문재인 대표의 구심력과 새로운 야당을 모색하는 천정배 의원의 원심력 중에서 어느 쪽이 힘을 더 발휘할지는 양측의 자세와 전략에 달렸다.

새정치연합이 비록 이번 선거에서 실패했다고 하지만 다른 야당 세력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제1야당 지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아가 새정치연합이 계속 뿌리를 내리면서 집권 세력으로 나아가려면 근본적인 변화, 즉 환골탈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집권 비전을 보여주면서 박근혜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한편 당내의 계파 갈등을 해결해가야 한다. 천정배 의원에게도 크게 두 가지 숙제가 놓여 있다. 단순히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시도'로 비치지 않도록 호남 외에도 전국을 아우르는 수권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의 공언대로 내년 총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뉴DJ'를 발굴해 실제로 이들을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야권 재편 경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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