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국가 혁신과 통일 준비 ⑨]
"북핵 문제 해법 없으면 장밋빛 통일 미래 구상으로 나아갈 수 없어"
"북한, 중소 규모 도발에 한국이 보복 못하도록 핵무기 활용할 듯"
"북한 비핵화 위한 국제적 합의 이끌어내야 남북관계 진전도 가능"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데일리한국=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칼럼] 우리에게 통일이 절실하다면 통일 이후의 미래를 꿈꾸는 대신 통일을 성취하는 전략 구상을 세우는 것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통일 이후의 미래가 아무리 장밋빛이라고 해도, 통일을 성취하지 않고서는 그러한 미래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통일 준비는 통일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하고 어려운 도전들을 식별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전략 구상이 되어야 한다. 또 우리의 통일 구상은 통일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도전들의 경중을 따지면서 시간적 선후차를 생각하면서 문제들을 풀어가는 구상이 되어야 한다.

장밋빛 통일 미래 구상 대신 통일 성취 전략에 집중해야

현 시점의 전략 구상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여러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분석하고 관리하면서 해결 방책을 내세우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에 우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전략적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러한 당면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통일의 미래가 아무리 장밋빛이라고 해도, 그러한 미래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먼저 북한 핵무기 능력 고도화 문제를 보자. 통일이 가능하자면 핵 문제와 관련하여 단·중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군사적·정치적 위협과 위험을 방어하는 한편 북한을 단·중기적으로 비핵화 궤도에 복귀시켜야 하며, 궁극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철저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 증강이 제기하는 도전 해결해야

그런데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제기하는 도전이 더욱 엄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자각이 절실하다. 북한의 핵 무기 보유가 초보적 수준이었을 경우 그러한 핵무기는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외침을 억제하기 위한 단순 방어용 무기 차원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가 증대할수록 북한 정권은 그 핵무기를 단순 방어용이 아니라 한국과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 협박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핵무기가 다종화될수록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의 강압 외교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북한 정권은 궁극적으로 남북한 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2013년 이후 북한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핵 사용 논리는 이미 북한 핵무기가 공세적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수단으로 설정되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 사용 논리는 기본적으로 ‘핵 선제’ 사용,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수행 가능론에 입각해 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의 다종화·경량화·소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핵무기를 한반도 전장의 다양한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술·전략 무기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이같은 능력을 구비하고, 거듭되는 협박 언사를 통해 핵 전쟁 발생에 대해 우리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자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활동을 제약하는 한편 공세적으로 우리를 협박할 수 있는 여지와 방법을 대폭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 도발에 한국이 보복 못하도록 핵무기 활용 가능성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한국에 대해 ‘핵 재난’을 언급하는 한편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것이라고 거듭 협박해 왔다. 김정은 정권은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한국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것 같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에서, 한국에 대해 중소 규모 도발(예를 들어 천안함 공격이나 연평도 포격)을 일으켜도 한국이 감히 심각하게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상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한국이 보복해오는 경우 김정은 정권은 곧바로 핵무기를 사용하여 이를 제압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핵 무기의 다종화·소형화·경량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더욱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앞으로 자신이 선택하는 시기에 공격적인 중소 규모 도발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한국을 제압하고자 하는 행동을 더욱 빈번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 비핵화 국제적 합의 이끌어내야 남북관계 진전

다음으로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재차 이끌어내지 못하면 남북관계 개선 전망도 높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존재해야 남북 관계가 크게 진전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마련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배경으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 2005년 9·19합의와 2007년 2·13합의를 배경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로 복귀하는 국제적 합의가 재차 이뤄지기 전에는 남북관계는 불안정하고 위기에 노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비핵화로 복귀하기 전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주로 제재와 압박 위주의 정책을 취할 것이며, 북한은 이에 반발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결국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을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고 이를 통해 통일 준비에서 진전이 있으려면 우선 북한 핵 문제 관리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성취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확실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가할수록 북한 비핵화 궤도를 복원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정권 생존 차원에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과의 관계 재설정을 추진할 것이다. 반면,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보유에 집착할수록 한국과 미국 등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북핵 문제의 해법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질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한국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북한 정권 붕괴에 도달할 만한 충분한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다음으로 그 압력에 상응하는 북한의 위험한 대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둘째, 앞으로 당분간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는 더욱 분열적이고 경쟁적으로 되어갈 것이며, 이 때문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 전선을 효과적으로 펴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그렇게 했듯이 주변 국가 간의 이해상충을 활용하여 생존을 모색해가게 될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중 관계, 일중 관계, 한일 관계 등은 앞으로 상당 기간 비교적 높은 수준의 불신과 반목의 상태를 유지할 것을 상기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인 북한 비핵화 전략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 준비의 두 단계… 북핵 해결 뒤 본격적인 통일 미래 구상

이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면 통일 준비는 두 단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첫 단계는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인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 증강이 제기하는 도전을 해결하는 것이다. 핵 무력 증강이 제기하는 안보 도전을 제압하며, 김정은 정권을 비핵화 궤도에 복귀시키지 못하는 한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개선되며 또한 한국 주도로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그리고 강화되는 남북 간 갈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통일 준비의 둘째 단계가 시작될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우리가 통일 미래에 대해 꿈꿀 수 있는 온갖 장밋빛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당면 도전을 식별하고 대응하며,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프로필
성균관대 경제학과- 독일 마르부르크대 정치학박사- 부르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통 정치안보국제분과 간사(현)- 통일준비위 정치·법제도분과 전문위원(간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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