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다. 당분간은 지난달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시장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눈치다. 이미 작년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추가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준금리 1.75% 동결 의미는?

사실 금리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가계부채와 추후 미국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온 것은 내수 회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뿐 아니라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심화시켜 자본유출 우려를 낳는 부작용이 있다.

한편, 주식시장엔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몇 달 동안 큰 폭으로 올라 마침내 2,100을 넘어섰는데, 이는 2011년 8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미국을 제외한 중국, 일본, 유럽이 아직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풀린 해외 유동성이 외국인투자자에 의해 국내로 유입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지속적인 저유가와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과 국내 기업에 대한 기대치 상승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금방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주가 상승은 외국인·국내 개인 투자자 합작품

외국인 투자 외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금리가 1%대로 낮아지자 예금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주식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올해 들어서 8조원 넘게 감소한 반면 증권시장의 고객예탁금은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약 3조 원이나 증가했다. 저금리 예금에서 고수익·고위험 금융상품으로 ‘머니 무브’(Money Move)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글로벌 유동 성장세가 우리나라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비용 감소로 기업실적 기대가 커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지연되고 있어서 이러한 상승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시장 과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의 실적 향상 노력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

부동산 시장도 저금리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완화와 1%대의 금리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까지 반값으로 내리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집값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 (House Poor)에게 집값 상승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예정이다.

한편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금리가 낮아 전세금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보니 임대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해왔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주택 임대차 방식이 선진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 제도가 월세 제도로 급격히 전환되면 매월 지출해야하는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계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를 압박하지 않는 선에서 전세의 월세 제도로의 연착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성장률 하락·가계부채 증가·노사 갈등 등은 악재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 경제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가계부채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두고 노사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 중국 등 해외 경기가 위축되고 미국 금리 상승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존재해 아직은 한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저금리 기조로 국내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은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를 비롯한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으로 자산가치가 과열될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최근 주식 시장의 호조에 따라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책 당국이 적절히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 과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가계부채 관리 등

한국은행이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한 것은 경기회복 신호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낮은 금리로 투자를 촉진시켜 생산과 소비를 자극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소득이 임금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소비도 늘지 않는다. 따라서 노사 양측은 각자의 이익만 챙기기보다는 국가 경제 전체의 거시적 관점에서 노사 타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최저금리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 관리에도 유의하여 가처분소득을 적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리 운용에 있어서도 대외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덧붙여 노동시장 개혁과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시킨다면 향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급격한 자금유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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