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일파만파..일단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일각에선 투표율 저하·보수결집 현상 가능성 고려 "더 지켜봐야"

여야 인사 모두 거론된다면 정치권 물갈이·지각 변동 배제 못해

김철근 동국대 교수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불똥은 어디까지 튈 것인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성 전 회장이 친박 실세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면서 기록한 명단 메모가 나오면서 핵폭풍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어디까지…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허태열 7억원, 유정복 3억원, 홍문종 2억원, 부산시장 2억원, 홍준표 1억원, 김기춘 10만달러' 등이 적혀 있다. 또 금액 없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 등도 거명됐다. 총리, 전현직 청와대비서실장, 광역단체장 등의 이름이 집중 기록된 것이다. 수사를 받던 사람이 자살하면서 만든 리스트인데다 이미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이어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일요일인 12일에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성완종 파문이 4·29 재보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휴일에 적극 대응에 나선 까닭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하고 신속한 규명을 통해서 하루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검찰은 대한민국 검찰의 명운을 걸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철저한 수사를 해주길 바란다"며 "성역 없이 신속한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 국민의 의혹을 씻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4·29 재보선 성남 중원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사상 초유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불법 대선 자금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검찰도 이날 긴급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문무일 대전지검장)을 구성하는 등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이 지난 3월 중순 온양관광호텔에서 오랜 지인인 한 목사와의 만남에서 “정·관계 인사 100 여명에게 150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도 있어서 수사가 메모지에서 시작하더라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수준으로 진행될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향후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어떤 방향,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가깝게는 4.29재보선, 멀리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경우 정치권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가져올 파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4·29재보선 판세와 김무성·문재인 운명에 영향

첫째, 4·29재보선 판세를 요동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초 4곳의 재보선 지역 가운데 3곳 정도에서 새누리당이 우세를 보였는데, 성완종 파문이 벌어진 뒤에는 일단 새누리당이 크게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메모에 담긴 8명의 명단이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의 전현직 주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 사망 직후에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게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근 지난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되었던 박근혜정부가 임기 3년 차에 맞이한 리스트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조기 레임덕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운명과 명암이 바뀌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생물이다. 이번 리스트 파문으로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되면 재보선 투표율이 저하될 수도 있고, 아울러 집권 3년차 박근혜정부의 위기론이 확산되면 보수 진영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재보선에서 제3세력의 '반사 이익' 가능성도

둘째, 성 전 회장을 온양관광호텔에서 만났다는 한 목사가 “100여명에게 150억원을 뿌렸다”고 증언한 것처럼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에서 야당 인사가 거론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4,29재보선에서 극심한 정치 불신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온다면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다면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각각 출마한 정동영·천정배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총선 앞두고 여야의 인적 쇄신 커질 수도

셋째, 내년 4월의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권 전반의 인적 쇄신과 '물갈이' 요구가 커지면서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이 조성될 수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전개 상황에 따라서 한국 정치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수사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특별검사를 통한 성역 없는 수사'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4·29 재보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각각 여야 대표를 맡은 뒤 처음으로 선거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되겠지만 국민적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특별검사 도입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년 20대 총선에서 여야 정치권 전반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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