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의 민원 통로 역할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부정청탁·접대는 당연히 처벌"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 4월 국회에서 대안 논의할 것"

"역점과제는 금융개혁… 경제 살리려면 소득·환율정책 등 배합한 폴리시믹스 필요"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른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 활동이 빠졌다는 비판론에 대해 "부정 청탁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 김광덕 데일리한국 뉴스본부장 / 정리= 김종민 기자]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 의원·3선·충북 청주 상당)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활동이 빠졌다는 비판론에 대해 "선출직 공직자가 행하는 주민들의 민원 통로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부정 청탁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위원장은 3월 31일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데일리한국·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외에도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이 청탁에서 빠진 것은 결코 편의나 특혜 차원이 아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선출직 공직자도 개인적으로 부정청탁을 하거나 접대를 받으면 당연히 처벌받는다"면서 " 따라서 '국회의원만 김영란법에서 빠져 나갔다'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김영란법이 정무위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입법을 주도했다.

그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져 '반쪽 입법'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인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4월 국회에서 친족관계를 사전에 신고하는 방식 등 여러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영란법의 위헌 소지 논란에 대해선 "위헌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면서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간다는 측면에서 김영란법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업의 후진성을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금융 개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통인 정 위원장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안에 대해 "소득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환율·금리 정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합)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마치고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정무위원장으로서 역점을 두는 정책은 '금융산업의 발전과 신뢰 회복', '원화의 국제화 문제' 이다. 2014~2015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경쟁력(성숙도)은 144개국 중 80위로 아프리카 국가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 수준으로 보면 세계 10대 국가라고 하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후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은 사람의 몸에 비교하면 피의 역할을 한다.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동맥경화를 막고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때문에 올해를 금융산업 발전의 원년의 해로 삼아 규제 및 발전 저해 요인들을 찾아 입법 활동을 통해 제거해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원화 국제화'를 이루고 싶다. 원화를 자유롭게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것이다. 최근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원화 국제화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가치관의 문제, 금융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한 단계 한 단계씩 추진해야 한다."

- 정무위가 만든 김영란법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대통령이 공포안에 재가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활동'이 빠진 것을 놓고 비판론이 적지 않은데.

"우선 국회의원만 빠졌다는 논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도의원·시의원·구청장·광역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이 부정청탁에서 빠진 것은 결코 편의나 특혜 차원이 아니다. 국민이 선출직 공직자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가 행하는 국민의 민원 통로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부정청탁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령 구청장이 400~500명의 구민들로부터 신호등 설치 민원들 들었다면, 구청장은 담당 조직인 경찰에 가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불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반면 선출직 공직자도 개인적인 부정청탁을 하거나 접대 등을 받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이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때문에 국회의원만 뺐다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

정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폴리시믹스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시킨 것을 놓고 위헌 소지가 있고, 지나치게 대상을 확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영란법 원안보다 적용 대상 범위가 다소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 법안을 처음 추진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위헌 소지는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도 '위헌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이냐는 입법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는 공식 의견을 두 차례나 냈다. 또 한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당초 김영란법 원안에도 민간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공직자 115만명 외에도 공직자가 아닌 공직 유관단체에 소속된 40만명을 포함해 총 155만명 정도가 김영란법 원안의 적용 대상이었다. 여기에 언론기관 9만여명과 사립학교 교직원 20만여명을 포함해 30만명 정도를 추가해 대상자가 185만명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공직 유관단체를 넣다보니 KBS, EBS도 들어가게 됐는데 다른 언론기관도 공공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언론을 포함시킨 것이다. 학교의 성적 조작, 촌지, 입학 부정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립학교 교사도 공립 교사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포함됐다. 당초 김영란법안을 발의한 배경과 정부의 공식 의견에 비쳐봤을 때 위헌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현재로선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 또 법 적용 대상이 당초엔 민법상의 가족 범위였지만 법사위에서 배우자로 한정함으로써 당초 추산되던 1,500만명에서 300만명 정도로 크게 줄었다."

- 시행령이나 법 개정을 통해 '김영란법'을 보완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우선 보완해야 하는가.

"우선 통과된 법에 대해선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경조사비, 식사 등 관례적으로 하던 것을 어느 정도 허락할 것이냐에 대한 점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현재는 대통령령에 의거한 공무원행동강령에선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에게 선물이나 음식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3만원 이하(경조품은 5만원)'로 정해 이를 통상적 관례의 범위로 본다는 규정이 있는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지게 되어 '반쪽 법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당초 김영란법 원안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의 핵심은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수 었도록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친족 관계를 사전에 신고하는 방식 등의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란법 자체가 현재 우리 사회보다 다소 앞서가는 법이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부패를 없애고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간다는 측면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

- 우리나라 금융업이 제조업에 비해 후진적이고 부실한데, 정 위원장이 생각하고 있는 금융 개혁 방안은.

"우선 규제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다. 예를 들면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이 자율적인 투자 활동을 통해 수익도 내고 다른 활동이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제약이 많아 금융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또 현재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80% 이상 은행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의 90%를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시대를 맞아 더더욱 금융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또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국내 사업에만 주력해왔기에 현재 해외 진출 자산이 4%에 불과하고 수익의 비중은 전체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또 요즘 금융계의 화두 중 첫번째로 핀테크(FinTech)를 꼽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는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아울러 최근 동양사태,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통해 저하된 금융의 신뢰도 문제도 개선되어야 한다. 정무위원장으로서 금융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을 발굴해 수정하는 작업을 꾸준히 수행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핀테크 등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해 실질적인 금융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 남북 통일에 대비하기위해 금융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과거 서독과 동독이 통합될 때 환율이 1:1로 적용됐다. 이후 이같은 방법이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장애 요인이 됐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만약 남북이 통일될 때 화폐를 1:1의 비율로 교환한다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통일 이후 화폐가치, 화폐 융통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또 남북의 금융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통일비용 감축 측면에서 필요하다. 북한은 분단 이래 지금까지 중앙통제경제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를 가격 중심의 시장경제체제로 큰 무리 없이 전환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금융 개념을 전파하는 것도 선결과제다. 한편으로 통일은 곧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금융 시장이 열린다는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 금융권이 북한 진출 계획과 성공 가능성이 있는 투자 방안들에 대해 준비한다면 통일은 우리 금융업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경제관료 출신으로 해양수산부장관도 지내 여당의 경제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정체 상태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소득 정책을 통해 지금의 불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득 정책을 펼치면 그것이 소비 활성화로 연결돼 경제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비판하는 사람들은 가계 부채가 많기 때문에 소득을 올려줘도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최 부총리팀도 소득 정책 하나만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 과거 1930년대 프랑스 인민전선이 근로자 임금을 15% 상승시켰지만 결국은 부채 더미에 앉게 된 사례를 봐도 소득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기업에 대한 임금 인상 압박은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져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한다. 때문에 여러가지 경제 정책을 혼합적으로 써야 한다. 환율 문제도 지금처럼 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조금 더 환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 수출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본 수출 기업들이 최초로 고용을 2% 늘리겠다고 한 것도 엔저·양적완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미국도 양적완화 효과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안했다. 우리는 최근 금리를 내렸지만 이미 시기가 늦었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이라도 폴리시믹스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 대통령이나 여야 지도부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집권 3년 차에 들어섰기 때문에 금년이 개혁과 민생 안정을 이루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인사와 소통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여전히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인사 문제에서 좀 더 장관이나 내각에 힘을 실어줘서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이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여야 지도부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정치는 정직하게 해야지 가면을 쓰고 해선 안 된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집권을 위해 선동하거나 과장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갈 때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여야의 진정한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

- 평소 정치에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치 활동을 해왔나.

"정치의 역할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라를 태평하게, 백성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정치가 그런 순기능을 해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자기가 손해를 보고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철학과 소신을 갖고 정도(正道)를 걸어가는 것이 정치인이지, 의리나 소신을 버리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 안된다. 39세에 공직을 그만두고 정계로 진출할 당시 '한국의 케네디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요즘도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모자란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프로필
경기고, 성균관대 법학과,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행정고시 22회 합격-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 15·16·19대 국회의원(현, 충북 청주 상당, 새누리당)- 해양수산부 장관- 충북도지사-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회 정무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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