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련·일본에서 원전 대형 사고 잇따라… 후쿠시마 원전 참사 4주기

뉴욕 쇼어햄 원전은 69억 달러 예산으로 86년 완공됐으나 가동도 못해

"한 세대가 전기 공급 받기 위해 미래의 수천 세대에게 위험 안겨야 하나"

최열 환경운동가(환경재단 대표)
*편집자 주=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4주기를 맞게 됩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27일 30년 설계수명이 끝나고 3년째 가동이 중단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2022년까지 재가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전 재가동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원전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미래를 위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글을 특별기고 형식으로 보내왔습니다. 데일리한국은 원전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보자는 취지에서 최 대표의 글을 게재합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칼럼] 후쿠시마 원전 참사 후 4년이 지났다. 2011년 3월11일 일본 열도를 덮친 9.0 규모의 강진은 쓰나미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을 삼키고 말았다. 엄청난 해일로 인해 침수된 원전은 전원과 냉각 시스템이 파괴되었고, 녹아버린 핵연료는 수소폭발로 이어져 대량의 방사능 물질을 누출시켰다. 방사능 물질 누출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토양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검출되었고,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갔다. 후쿠시마 참사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일본 국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인 최대 48조엔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4주기, 무엇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보며 "위기가 기회다"라고 발언해 원전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2020년까지 13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후 학계·산업계·관료 등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8주 간 활동 끝에 17기 원전 전부를 2022년에 폐쇄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고, 앙겔라 마르켈 총리는 이 권고를 받아들였다.

1954년 러시아에서 처음 원전이 가동되었던 당시에는 모두들 원전을 꿈의 에너지로 여겼다. 우리나라 역시 1978년 고리 1호기가 완공되었을 때 지역 주민들은 모두 환영했다. 땅값이 오르고 일자리가 생긴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원전은 근대화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다. 원자력 교회가 들어서고 인근 아파트에는 핵광아파트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변하고 있다. 미국의 스리마일,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등 대형 사고가 이어지면서 원전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위험이 알려진 것이다.

뉴욕 인근 쇼어햄 원전은 86년 완공됐으나 가동도 못해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 원전 반대 운동이 확산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뉴욕 주에 위치한 쇼어햄(Shoreham) 원전은 69억 달러, 당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원을 들여 1986년에 완공되고도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가동 한 번 하지 못하고 공개 입찰에 부쳐져 1달러에 낙찰되었다. 이후 신규 원전의 건설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난 당시 전 세계에 가동되고 있었던 원전은 427기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442기이다. 그 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전은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그 열로 물을 끓여서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뜨거운 증기는 바닷물로 식혀서 물로 만든 다음 다시 원자로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 과정을 반복해 전기를 생산한다. 간단하게 들릴 수 있는 과정이지만 원전은 그 어떤 시설보다 복잡한 구조물이다. 자동차는 3만개의 부품, 항공기는 30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데 비해 원전은 250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다. 또 원전 구조물에는 배관 길이는 170km, 전기선은 1,700km, 연결 밸브는 3만개, 용접 부위는 6만 5천 곳이나 된다. 따라서 큰 사고가 나면 긴급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수명을 다해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고려 1호기, 월성 1호기는 원자로에 중성자가 계속 쬐게 되면서 온도가 높아져 외부의 작은 충격이나 온도 변화로 인한 열 충격에 쉽게 파손될 수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골다공증 증세로 쉽게 뼈가 부서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부실 부품 사고까지 연이어 터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안전하게 관리하고 가동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원전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랜 기간 정보를 독점해왔다. 그것은 통제와 왜곡으로 이어졌고 결국 큰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고르바초프 회고 "안전하다는 말 신처럼 믿었지만 모두 통제력 상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지금도 반경 30km이내에는 방사능 오염으로 철망이 설치돼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은 살 수가 없다. 사건 당시 소련 대통령을 지낸 고르바초프는 작년 자서전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밝혔다. “체르노빌 사고가 난지 2달 후인 7월 3일 나는 정치국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우리는 30년 동안 과학자와 전문가, 장관으로부터 체르노빌의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말만 들어왔다. 우리는 그 사람들의 말을 신처럼 믿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담당 부서나 과학 연구기관 등 모두가 통제력을 상실했다. 전체 시스템이 아첨과 굴종, 지도자들의 파벌과 연줄에 지배되고 있었다.”(고르바초프 자서전 중)

4년 전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도 사고로 제일 먼저 도망친 사람은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던 경제산업성 원전 보안관 현지 사무소 직원 5명이었다. 엄청난 사고로 책임자인 도쿄전력 회장은 결국 물러났지만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 한 언론사 기자가 회장에게 퇴직금을 원전 사고로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기부할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노후 대책에 필요하다며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국민 안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와 사전 경고 시스템 필요

우리나라도 잇따른 비리와 뇌물 사고로 많은 원전 관계자들이 구속되었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핵폐기물에 대한 안전한 처리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는 핀란드는 지하 500m이하 암반에 시설을 만들고 있는데, 공사 기간을 100년으로 잡고 있다. 원전 수명이 40년 내외인데 여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적어도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전기 공급을 받기 위해 수천 세대에게 위험을 안기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원전은 희생의 시스템이다. 타인의 생활이나 생명과 존엄성을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내고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밀양 주민이 초고압선 건설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원전 주변 주민이 방사능 공포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CEO 리드 호프먼은 말했다. “명심하라. 여러분이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면 위험이 여러분을 찾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 밀집 지역이다.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지금 준비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사고가 터지기 전에 경고를 울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이 제2의 후쿠시마, 세월호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 아닐까.

■최열 환경재단 대표 프로필
강원대 농화학과- 한국공해문제연구소장- 공해추방운동연합 공동의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총선물갈이연대 상임공동대표- 환경재단 대표(현)-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현)-치코멘데스상 수상(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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