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가정경제 악화됐다는 응답이 높아지면 국정 지지율도 동반 하락

박근혜 대통령, 국가 성장과 개인 복지 확대 요구 모두 수용해 대선 승리

3년차 국정운영 사활은 성장·분배 동시 추구 성과 및 통합 노선 체감에 달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칼럼] 필자는 지난 연말에 '박근혜정부 지지율 하락에도 체감 위기는 아닌 까닭은?'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에서 2015년 박근혜정부의 국정 지지율 전망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측의 주된 근거 중의 하나는 집권 3년 차부터 경제적 책임을 현정부에게 돌리기 시작하는 국정 사이클 효과로 보았다. 임기 초에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현정부에 직접 묻기 보다는 잘해주기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는데,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기대심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책임을 현정부에 돌리는 효과로 3년 차에 경고등

2015년 박근혜정부는 3년 차로 접어들었다. 2015년 들어 국민들의 체감경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가경제와 가정경제 상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이전 시기와 비교해보자. 올 1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년 전에 비해 국가경제가 악화되었다”는 여론은 58.2%로 2014년 6월 조사 당시의 45.6%에 비해 12.6%포인트나 증가했다. “가정경제가 1년 전에 비해 나빠졌다”는 응답도 2014년 25.0%에서 2015년 조사에서 36.1%로 더 늘었다. 국가경제에 대한 평가가 가정경제에 대한 인식보다 더 인색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가정경제 인식은 국가경제 인식과 서로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경제 인식과 국정 지지율의 변동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1, 2)

국가경제는 물론 가정경제가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높아지면 국정 지지율은 하락하고, 체감경제의 개선은 국정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스위치 현상이 2007년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 인식이 괜찮았던 2014년 6월 조사에서 55.3%에 달했던 국정 지지율은 2015년 조사에서는 33.0%까지 떨어졌다(그림3, 4). 그림2의 연도별 체감경제 악화 비율과 국정 지지율의 상관관계를 보면 세계경제 위기가 있었던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초를 제외하면 집권1-2년 차에는 체감경제가 나빠졌다는 여론은 낮고, 국정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 위치한다. 반면, 임기 4-5년 차 결과는 체감경제가 나빠졌다는 여론이 높고, 국정 지지율은 낮은 영역에 위치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가경제·가정경제 악화됐다는 응답 높아지면 국정 지지율 하락

사례 수가 많지 않아 일반화에는 신중해야겠지만, 임기 중·하반기에 국정 지지율이 40% 밑으로 하락하는 시점에는 예외 없이 국가경제가 나빠졌다는 인식이 과반을 넘었고, 그 해 선거가 있는 시기에는 정권심판론이 안정론을 웃돌았다. 올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국정 지지율 하락이 정권심판론으로 표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박근혜정부의 3년 차는 국정관리에 대한 심각한 경고 사인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기조는 무엇보다 국가경제 및 가정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이 점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불쌍한 경제, 불어터진 국수론'도 민생경제 현실 인식의 발로로 볼 수 있으며, 민생현장 방문과 경제 협력을 위한 순방 외교로 3년 차를 맞이하는 것은 경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정부·여당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긍정적 사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생 우선" 강조 국정운영 기조, 약효 떨어져

문제는 지난 2년 간 통했던 방법만으로 경고등이 들어온 국정위기 징후를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민생 강조, 경제협력 순방 외교로 대표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우선 원칙은 집권 초부터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 가정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부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2014년 1월 56.7%에서 2015년 1월 43.7%까지 떨어졌다. 또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주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같은 기간 중 52.4%에서 40.6%까지 하락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강점이었던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갔다. 59.7%에 달했던 긍정적 응답이 1년 사이에 38.7%까지 떨어졌다.

경제 인식의 양면성: 국가 성장과 소득 분배 요구 공존

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메시지가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의제 선정과 실제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지난 2년 간 현정부의 국정운영을 돌이켜 보면 우선 민생 현장 방문, 경제협력을 위한 순방외교 등으로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를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우선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리서치 2월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거시적인 국가 경제정책 기조로서 “복지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61.3%로 국가적 차원에서 성장 노선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가정경제 및 개인 차원에서는 “최대한 소득 분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 56.0%로 “지나친 소득 분배 정책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34.3%)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한국은 이미 충분한 복지국가”라는 현 경제팀의 메시지는 국민들의 여론과 충돌하고 있다. 체감 정책 차원에서는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논란·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도 정부의 민생 우선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켰다.

신뢰 기반 약화, 이념 쟁점화로 민생 통합 노선 희석

또한 정부의 민생 우선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경제 안정에 필요한 다른 국정과제들과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지난 2년 간 한편으로는 민생 우선 어젠다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국정운영 과정에서 이념적 갈등, 정치적 쟁점을 유발하는 어젠다를 주도한 것도 정부·여당이었다. 이러한 양면 전략은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정국을 주도하면서도 지지율을 관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과 청와대 내분으로 신뢰 기반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민생 우선 원칙에 대한 진정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부터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까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뚜렷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민생 우선 노선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국가 성장·개인 복지 확대 추구 및 통합 노선 체감에 사활 달려

무엇보다 지난 대선 시기 정책 공약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복지 확대 요구가 공존하는 것이 일관된 국민여론이다. 당시 압도적인 정권심판론 하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국가적 차원의 성장노선과, 국민 개인 차원의 분배 요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실사구시의 포지션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라고 선언하고 전통적인 보수 노선에서 탈피하여 과감하게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성장 일변도의 기존 국가경제 노선도, 야당이 주장하는 급격한 보편복지 노선도 아닌 국가 차원의 성장과 개인 차원의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의 양면성을 고려한 결과였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민생 우선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기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국정운영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통합과 신뢰 기반의 회복 없이 민생 회복은 불가능하다. 국내적으로 민생 안정이 이루어고 사회적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정부가 공들여온 '통일 대박론'의 진전이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장기 국가과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쟁과 이념 갈등을 유발하는 갈등 의제를 멀리하고 이념적·정치적 입장을 떠나 합의할 수 있는 의제를 국정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국민행복과 국민통합을 내세웠던 선거 캠페인 역시 다수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전태일 동상을 찾고, 사회적 약자를 만나면서 보수·중도층은 물론 심지어 진보 성향 일부 유권자들로부터도 지지를 이끌어냈다.

대통령과 정부는 2년 전 이미 지금 닥친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권 후 지난 2년 동안 중도층, 반대파까지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선별적 맞춤형 복지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복지 자체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했다. 진보 혹은 보수 어느 단일한 하나의 노선으로 국가의 비전과 국민 생활상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도 민주화 이후 충분히 체험했다. 국가뿐 아니라 국민 개인을 강조하고, 보수 대신 통합과 개혁을 내걸었던 2012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없는가가 경고등 켜진 현정부가 위기 징후에서 탈피하고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프로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박사(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현), 주한미군사령관 민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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