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 차 성공을 위해 세 가지 히든카드 있다, 결국 "문제는 정치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국가경쟁력 1위 등 눈부신 성과관리로 퇴임 때 지지율 80%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 메르켈 독일 총리·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공감'도 배워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지난 수십년 간 여의도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꼽는다면 ‘경제 활성화’와 ‘정치 개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수십년 간 가장 진전되지 않은 것이 ‘경제 기반 조성’과 ‘개혁 과제 실천’이다. 선거 때만 되면 연례 행사처럼 내거는 공약이 ‘민생 경제’이다. 이쯤되면 식상해진다. 대통령 임기 3년 차 시작을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과제는 ‘경제 활성화’였다. 물론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국익을 증진하는 일에 대통령으로서 힘을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에 대한 만족한 결과를 당연히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다면 실망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임기 3년 차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과 여야 모두 여러 가지 주문을 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경제 활성화’, ‘공공 개혁’, ‘인사제도 개선’, ‘소통 강화’, ‘대북관계 개선’, ‘복지 증진’ 정도로 요약된다(그림1). 대통령의 남은 시간을 1000일 정도로 계산할 때 각계각층에서 주문한 요구가 얼마나 실천될 수 있을까. 2년 간 대선 공약이 제때 실천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론’으로부터 얼마나 정치력이 부재했던가를 실감한다. 인사와 소통 미흡이라는 대통령의 결정적인 부정 평가 요인은 결국 정치력 결핍을 상징한다. 취임 이후 NLL(북방한계선)논란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쟁으로 공약 이행 시점을 실기했다.

"문제는 정치야!"…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이 중요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공약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이다. 국회의 법안 통과 없이는 대선 공약 실천은 불가능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과 맞선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였다. 걸프전쟁으로 민생 경제를 외면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경종이었다. 하지만 이때 당선된 클린턴 대통령 역시 취임 후 본인의 야심작이었던 의료보장 법안 통과는 실패한다. 선거 슬로건은 경제였지만 공약의 실천은 정치에 달렸던 것이다. 공화당과의 정치적 소통에 실패했고 대국민 설득력도 부재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 3년 차는 정치에 달렸다. 박 대통령의 임기 3년 차 평가는 2016년 총선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임기 3년차 국정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박근혜 마케팅'을 가동할 수 있고 재집권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기 3년 차에도 아무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정권 심판 성격이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국정운영 추진 동력은 거의 마비 상태가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직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집권 가능성은 더 크게 열리게 된다. 임기 3년 차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슨 과제가 놓여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실천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약 이행을 위해 국회 입법은 불가피하고,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임기 3년 차 성패는 결정될 것이다. 실천하고 성과를 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리더십 고수들의 스타일을 벤치마킹(Benchmarking: 모범이 되는 다른 사람이나 기업으로부터 혁신적인 방법을 배워오는 행위나 태도)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의 ‘지표와 성과 관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임기 3년 차 성공의 3가지 히든카드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 배워야

먼저 선택과 집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유색 인종 대통령이라는 사회의 편견을 넘어야 하고 공화당의 집단적인 보수주의와도 맞서 싸워야 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1~2개의 핵심적인 업적(Key Achievement)에 국한된다. 재선으로 8념 임기를 누리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공을 들인 또는 들이고 있는 대선 공약은 1~2개 수준에 불과하다.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고 결국 법안을 통과시킨 ‘의료보험 개혁 법안’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경제적 약자까지도 의료보험 제도의 혜택을 보도록 했다. 재선에 성공한 뒤 추진하는 공약은 ‘이민개혁 법안’이다. 500만명의 불법체류자 신분을 바꿔놓았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가 많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8년여의 임기이지만 고작해야 대통령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몇 개의 법안 통과에 그칠 뿐이다. 임기 3년 차 밥상에 놓인 모든 과제와 요구를 다 소화할 순 없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고 국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핀란드의 '국민 엄마' 할로넨 전 대통령, 지표 통해 성과 관리

다음은 지표와 성과 관리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많은 국정 계획을 쏟아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필두로 '국가 대개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창조경제'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많은 계획은 도전과 의욕으로 좋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임기 초라면 모를까 임기 3년 차의 대통령이라면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 연초 대통령 기자회견에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렸던 것은 청와대 문건 파동의 여파 때문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2014년과는 달라진 공약 이행 수준을 듣고자 했던 국민들에게 여전히 계획뿐이냐는 비아냥거림만 가득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그림2).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과 눈높이에서 대선 공약이 어느 정도 이행되었는지를 살펴야 했었다. 그래서 지표와 성과 관리는 임기 3년 차 대통령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지표가 있어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이 뚜렷해진다.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릴수 있는 복지와 누릴수 없는 복지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복지와 연동된 국가 재원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들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불분명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향한 지표는 분명해진다. 누적되고 있는 기업의 사내보유금이나 투자 여력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분명하고 뚜렷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에 대해 정부는 어떤 규제를 해소하고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해 줄 수 있는지 시장논리에 맞게 응답해야 한다. 계획만 나열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달성 지표 제시가 없으면 한낱 공염불처럼 들릴 뿐이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재선에 성공했던 타르야 할로넨의 해법이다. 취임 초 50%의 지지율을 올렸던 할로넨 대통령은 퇴임할 때 80%의 지지율을 넘나들었다. 잘했다는 평가와 박수였다. 그 기준은 철저하게 할로넨 대통령이 재임 12년 간 국가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지표로 나타났다.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지표 없는 항해는 일종의 표류에 불과하다. 국정철학은 무엇이고 어떤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설정해야 한다. 결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경제 활성화라는 영구불변의 과제는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할로넨 대통령 재임 중에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의 침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노키아라는 대기업이 핀란드 경제 전체를 의미하진 않았다. 창의적 벤처 기업을 집중 육성했는데, 이같은 벤처기업이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세계적인 게임 벤처가 탄생했고 국가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창의적 기업이 실질적으로 육성되고 있는지 성과 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구호에만 그쳐선 곤란하다. 다음 정부에선 폐지될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이라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불확실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제시보다는 현실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체계적인 성과 관리가 있어야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감과 소통' 노력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 3년 차 성공 키워드는 공감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3대 요인은 소인정(소통, 인사,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소인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임기 3년 차 시점에 지지율 추락을 맛보았다(그림3).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소통’이다.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있었다면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만큼 내려가 있지도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물론 나름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공감이 없었다. 국민뿐 아니라 정치적 파트너인 야당의 공감마저 불러오지 못했다. 취임 이후 대통령 부정 평가 원인으로 인사와 정책에 대한 불만족이 지속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무형(無形)의 원인인 ‘소통 부족’ 즉 불통이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 독일의 메르켈 총리다. 영국의 대처 총리보다 더 긴 서유럽 최장수 총리직을 이어가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남녀 구분을 떠나 현대적 국가 지도자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각종 개혁 과정은 연방 의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넘어 야권과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협력에 궁색하지 않았다. 야당 당사를 직접 찾아가 17시 간의 밤샘토론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상대방을 설득해냈다. 취임 때보다 퇴임 때의 지지율이 더 높았던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나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의 공통점은 국민들과의 ‘공감’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룰라 대통령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핀란드 국민들은 할로넨 대통령은 ‘무민 마마'(moomin mamma ·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엄마, 일종의 국민 캐릭터)라고 부른다. 얼마나 소통했기에 얼마나 경청했기에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리는 것일까. 임기 3년 차 ‘공감’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에게 '신의 한 수'가 있다면…

박 대통령에게 남은 ‘대통령의 시간’은 길지 않다. 많지 않은 시간을 탓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이미 취임 전부터 대통령의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얼마나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보낼지는 온전히 대통령에게 달린 것이다. 임기의 5분의 2는 지나갔다. 지나간 시간에서 대통령은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인들 선택과 집중, 지표와 성과 관리, 그리고 공감이라는 3가지 성공 키워드가 없다면 시련만 있고 ‘성공’은 없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다할 수 없어도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간직하겠다고 했다. 임기 3년 차를 시작하는 박 대통령에게 ‘신의 한 수’가 될 명언을 전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좋은 리더의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용기가 있어야 하고 또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리더는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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