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책임 총리'는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 '2중적 책임' 있다

이완구 총리·새 내각, 원내야당과 협력해 국회 부정 사태 막아야

선거법 개혁으로 연립정권 기반 만들고, '중도3당' 출현 촉진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최전방을 시찰하고, 전직 대통령과 전직 총리를 예방해 국정운영을 위한 도움을 청하는 등 전방위 정치를 펴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후보자 신분일 때는 신문기자와의 쓸데없는 사담 때문에 곤욕을 치러 간신히 국회 동의를 얻었지만 일단 총리로 취임한 이상 헌법상의 권한과 책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무총리는 행정권의 2인자이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 제청권과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가져 각 행정부 장관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가지며 국무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진다. 대통령이 외국 출타 중인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그는 국무위원의 수장이라고 하겠다(상세한 것은 김철수 <헌법과 정치> 618면 이하 참조).

헌법상 '책임 총리'는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 '2중 책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책임총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정치적 용어로는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대통령과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모든 문서에 대하여 부서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이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하여 보좌했다는 증좌이며, 보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으나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행위와 국무총리 본인의 행위에 대하여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며, 국회의 불신임 대상이 된다. 국회가 해임 건의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없는 대신에 국무총리를 해임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국회에 대하여 '2중적· 책임'이 있는데, 이번 총리는 여당 의원을 5명이나 내각에 기용하였기 때문에 여당과의 조정 책임도 지게 돼 있다. 그는 당ㆍ정ㆍ청 리더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과 당 대표·원내대표와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책무까지 지고 있다. 그는 행정 운영과 관련해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여당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운명에 있다. 이 총리는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냈고, 야당과도 원활한 국회 운영을 해왔기에 야당과의 협조도 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행위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솔직히 설명한 뒤에 명에 따라 행정부를 통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고 외교, 국방, 통일, 국민통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당ㆍ정 협의 등 잡무는 국무총리가 맡아서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총리를 비롯하여 부총리 2명과 일반 국무위원 3명이 여당 의원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내각제 정부'라고도 불리고 있다. 국무총리는 원내대표의 경험을 살려 여당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국무총리는 인사 혁신과 국민 안전 등 새로운 직무도 추가했기 때문에 권한이 강화된 만큼 책임도 크다고 하겠다.

새 내각, '4월 위기설' 요괴부터 퇴치해야

이번 행정부는 우선 '4월 위기설'이라는 요괴부터 퇴치해야 한다. 4월에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사정 협의, 노동조합 조정과 투쟁 등이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외노조인 전교조와 강성인 공무원노조 등은 총파업을, 강성 노조위원장을 선출한 민주노총 등은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해산된 통진당 잔당들과 '극좌 종북세력'들이 보궐선거를 계기로 반정부운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 추진'과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어서 선거를 앞두고 대반격을 가할 것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최대의 급선무인 경제부흥도 민생 안정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요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원내야당과 협력해 경제·안보 입법 통과시켜야

다음으로는 거대 야당과의 정책 조정을 통하여 산적해 있는 경제 입법과 국가안보 입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원내야당은 차기 집권을 원하는 경우에는 정권의 대안세력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강조해야 한다. 원내야당이 현재 원외야당과의 정책연대와 선거연대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원외야당은 원내야당이 보수적이라고 비판하고 보다 좌파인 통진당 잔류세력과의 연립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원내야당은 이들과 연대하는 경우 집권대안정당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와 연립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점을 감안해 원내야당은 우클릭하여 여당과 함께 4월 위기설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원내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원내정당으로 국회 운영에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군소정당과의 연립으로도 정권 창출을 할 수 있었는데도 3개월여의 협상을 통하여 독일사회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였다. 이는 4년 간의 입법정책, 행정정책에 합의하여 100면에 달하는 연립협약을 체결한 결과이다. 이로써 독일은 4년 간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조정자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 이 총리도 메르켈 총리와 같이 원내야당과 협상하고 원내야당의 국회 부정 사태를 막아주는 지략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 개혁으로 '연립 정권' 기반 만들고 '중도 3당' 촉진시켜야

이 총리는 2016년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위하여 선거법 개혁을 통하여 연립정권의 기반을 만드는 것도 연구 검토해야 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활발히 전개해 현 여당과 야당의 중간적 지위를 가지는 제3당(중도 3당)의 출현을 촉진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하겠다.

이 총리는 그동안 경찰관료로서 치안행정을 경험하였고, 도지사로서 지방행정을 성공시켰으며, 원내대표로서 국회 운영을 잘 이끌어 왔기에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된다. 국회선진화법이 헌법재판소에서 무효화되기 전이라도 경기도 등의 연정 경험을 귀감으로 상생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총리가 금년 12월에 총리직을 물러나느냐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임기 말까지 공생하느냐의 시금석이 곧 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조정 능력이 충분히 발휘돼 국정안정에 초석을 놓은 총리로 남기를 기대한다. 이 총리의 건투를 국민과 함께 바란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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