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현 추세 계속되면 2050년에 지구 기온 2도 오른다"

한국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ETS)시행… 고비용으로 업계 반발

ETS제도, 장기적으로 환경·에너지 산업 발전의 자극제 역할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조하현 연세대 교수 칼럼] 지구온난화가 임계치를 넘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온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지구의 기온이 2°C 가까이 오른다고 한다. 이는 전세계 곡물 생산량을 최대 50%까지 감소시키고, 최대 10억 명의 기후난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수치다.

현재 추세 계속되면 2050년에 지구 기온 2°C 오른다는데…

지구온난화 원인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6대 온실가스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하는 것으로 공동 대응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어 1997년 교토 의정서에서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의 감축 의무를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 대비 평균 5.2% 줄인다는 목표치가 설정되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cheme)는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량을 준수하되 부족하거나 남는 양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만일 목표치 이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남는 배출권 판매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저감기술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거래비용이 없고 당사자 간 협상이 가능하면 외부 효과의 비효율성을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코즈의 정리’와도 부합한다.

한국은 ETS 도입 전에 2010년부터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시행했던 경험이 있다. 목표관리제는 정부가 배출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벌금을 내는 직접 규제 방식이다. 하지만 ETS는 직접적 규제를 완화시켜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비용 절감 및 기술 개발의 유인을 제공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져 제도 이행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선 올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

ETS의 1차 계획 기간인 2015~2017년 동안은 정부가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분배한다. 또한 다음 연도로 이월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출권 확보를 위한 당장의 부담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청했던 수량에 비해 정부 할당량이 적어 결국엔 기업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었다. 기업 신청량은 총 20억 톤을 상회하는데 반해 정부 할당량은 그보다 20% 이상 부족한 16억 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족분을 톤 당 만원으로 계산하면 1차 계획 기간인 3년 동안 약 4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에 배출권이 적게 할당되어 과징금 폭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산업계의 반발과 이의신청이 쇄도하면서 ETS는 시행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의신청을 한 기업은 전체의 46%에 달한다. 시설 증설 때문에 할당량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지만 애초에 할당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게다가 시행 3주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거래량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ETS 도입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무감축 국가도 아닌데 ETS를 너무 일찍 도입해서 기업들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계의 반발 있지만 ETS 성패 판단 이르다

하지만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첫 시행인 만큼 관련 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U-ETS)와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산업과 기업별 배출량이 어느 정도일지 확실치 않아 초기부터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당장은 기업들의 시장 관망세가 지속되더라도 계획 기간 중하반기 정도 되면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1차 계획 기간의 목표는 당장의 배출권 거래를 늘리는 것보다 배출 감소를 위한 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촉진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ETS 시행은 의무 감축을 사전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기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 합의안을 발표했다. 두 국가가 교토의정서에서 빠지면서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의심케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동시에 올해 12월 UN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1)에서는 ‘신(新)기후 체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감축 의무만을 규정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신기후 체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한국은 상당량의 감축 의무를 지는 게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3년 기준 세계 7위이고, 배출량 증가 속도는 3위에 해당하는 배출 강국이다. 감축 기술 개발과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ETS제도, 잘 보완하면 환경·에너지 산업 발전의 자극제 역할

물론 제도상으로 보완해야할 점은 많다. 정부 할당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있고 업종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다. 또한 ETS 시행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생산 의욕마저 꺾지 않도록 지원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환경개선 비용’을 안고 가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ETS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을 주지만 멀리 보면 환경산업을 발전시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으며 국제기조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ETS의 시행은 시기적절하다고 본다. 선물, 옵션 등 탄소금융시장, CSS(탄소 포집·저장)및 바이오연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기술, 자동차와 가전제품 부문의 친환경 제품 개발까지 환경산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앞서 기술한 내용들이 민관의 합의를 통해서 원만히 해결된다면 ETS를 비롯한 에너지 및 환경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다.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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