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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5월 모스크바에서 박근혜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만날까?
  • 기자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서울대 러시아연구소장) 승인시간승인 2015.02.02 17:03
북한 김정은, 러시아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 통보한 배경은?
"공은 우리 정부로" 박 대통령, 모스크바 행사 참석 검토해야
북핵 문제 해결 및 북한 개혁· 개방 유도 정책 동시 추진해야
  • 신범식 서울대 교수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칼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이라고 크레믈린궁이 확인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나치 독일을 패퇴시키고 승리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성대한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왔는데, 이번에 북한 지도자가 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아시아의 정상들도 초청했다. 현재 미국과 서방을 제외한 22개국 정상들이 초청을 수락한 상태라고 한다.

러시아의 전승 기념 행사에 북한 김정은 참석 통보

전승기념일 행사는 탈냉전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정상들을 초청하여 소통하는 외교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당시 이 행사에 남북 정상들도 함께 초청됐는데,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만 참석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불참했다. 이에따라 남북 정상의 제3국 회동 기대는 불발에 그쳤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전승기념일 행사를 러시아가 대대적이고 화려한 행사로 치르고 싶어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대조국(大祖國)전쟁'이라고 부르는 이 전쟁을 통해 2,500만명에 달하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로서 나치 독일에 대항하여 인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계의 평화를 지켜낸 위대한 민족으로서의 커다란 자부심을 강조해왔다. 최근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저유가로 인해 경제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지도부는 이 행사를 통해 민족적 자부심을 고양시킴으로써 내부 단합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 정상 초청을 통하여 러시아가 세계 공동체의 주요 기여자였음을 인식시킴으로써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제재 국면을 타개하는 계기를 찾고 싶어 할 것이다.

이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남북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된다면 최근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도 퍼져가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점은 그가 이전 북한 지도자들과 달리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자신감'을 과시하는 한편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의 교류 의지를 천명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접근하는 까닭은?

북한 지도자가 이같은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나서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간 중국의 영향력과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라는 전통적 우방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을 줄이면서 의존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진행돼온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접근은 러시아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러시아는 탈냉전 초기 북한과의 관계를 섣불리 정리하였고, 그 공백을 중국이 메우고 들어옴으로써 북한은 물론 한반도 및 동북아 전역에서의 영향력을 급격히 상실한 외교적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이같은 뼈아픈 경험은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그동안 제한돼 있던 북·러 간 전략적 협력을 가능케 하는 신호탄으로서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이어 러시아는 2012년 대북 부채 문제를 해결해주고 북한의 항만·철도·공단 시설에 대한 투자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경제협력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최룡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의 상호 방문도 이례적으로 잦았으며, 새로 취임한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철도 보수 및 공단 개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한 점은 크게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제재에 몰린 러시아의 탈출구 찾기 일환으로 해석하려는 일부 보도나 해석은 그간 북·러 관계의 진전 과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나아가 이같은 북·러 관계를 활용하여 남·북·러 삼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본격화된 나진항을 통한 석탄 수입은 이같은 삼각 협력 구도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의미있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나 북한이 이런 수준에서 삼각 협력이 그쳐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삼국 간에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들이 성사될 수 있다. 교통과 물류 분야는 물론이고 에너지와 전력, 농업과 식량 등 굵직한 협력 의제들은 이미 오랜 동안 논의돼 왔고, 예비적으로 검토된 경제적 타당성도 높다는 것이 증명된 지 오래 됐다.

"공은 우리 정부로" 박 대통령, 모스크바 행사 참석 검토해야

이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제 공은 우리 한국에 넘어온 것 같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으로 이어지는 확산·연쇄형 외교 구상을 발표하였다. 또 중견국 외교를 통한 역할 확대 및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으로 이어지는 통일정책 추진을 위해서도 진력하고 있다. 이런 박근혜정부의 외교 구상은 원론적으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전략적 실행 계획이 체계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약점도 드러난다. 국가 전략이란 결국 그 국가가 지닌 목표와 그를 이루기 위해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사이의 함수관계를 의미한다. 구상과 목표는 있는데, 목표와 수단의 상호관계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박근혜정부는 벌써 집권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정치의 난제 못지 않게 외교 정책의 난맥을 푸는 일도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실행과 북핵 문제 해결 그리고 동맹국과의 공조라는 요청 속에서나마 한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외교 정책의 가용 수단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외교적 목표와 짜맞춰보는 전략 구상 작업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접근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해법은 한국 외교 운신의 폭을 다소나마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와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이중 과제는 통일을 위한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통일 준비는 우리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함께 그리고 주변국들의 협력을 얻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전략의 견지에서 다가오는 모스크바 2차 대전 전승기념 행사의 참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양자 회담 내지는 3자 회담의 형태로라도 김정은 1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진전을 이룰 실마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 북한 개혁·개방 유도 정책 동시 추진해야

물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을 동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미학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북·미 간에 고조되는 적대감도 분명 한국 외교에게 어려운 도전거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창조적 외교는 거꾸로 다른 나라가 마련할 수 없는 한반도와 국제정치의 난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동맹과의 전략적 협력 그리고 적대관계를 관통하는 우회로를 한국 외교가 개척해야 한다. 한·미·일 공조체제나 남·북·러 삼각 협력은 물론 남·북·중, 한·일·러, 한·미·러, 남·북·러·일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를 활성화시켜 한반도를 둘러싼 중층의 고리들을 꿰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층적 협의 및 협력체의 망을 연합하여 지역협력 기제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어떤 모습의 통일이든지 통일이 갑자기 오지 않을 바에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난관을 풀기 위해서뿐 아니라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난맥을 풀기 위해서도 ‘창의 외교’가 요청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기념 행사가 한국 '창의 외교'의 시동을 알리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 프로필
서울대 외교학과, 정치학석사-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 정치학박사- 서울대 국제지역원 초빙교수- 대통령 산하 동북아시대위원회 연구위원, 한국슬라브학회 총무이사,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위원(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현)-서울대 러시아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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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2/02 17:03:13 수정시간 : 2020/02/07 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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