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미얀마·라오스 방문 리포트]

한국은 ASEAN의 롤모델, 진정으로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줘야

미얀마·라오스 지도자들 "한국 경험 배우겠다, 경제 지원 바란다"

"한류로 인해 한국을 친근한 나라로 여긴다"...'문화의 힘' 절감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편집자 주=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7박 9일 동안 미얀마와 라오스를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달리 국회의장의 순방 결과는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차원에서 '중남미 방문 리포트' '일본 방문 리포트' '중국·인도네시아 방문 리포트'에 이어 '미얀마·라오스 방문 리포트'를 써서 데일리한국에 특별 기고를 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미얀마·라오스 방문 리포트] 지난달 17일 저녁부터 25일 새벽까지 7박 9일 동안 ASEAN(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을 연이어 맡게 되는 미얀마와 라오스를 방문했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속적 번영과 통일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4강과의 외교가 중요하지만, ASEAN 10개국과 굳건한 우호협력 관계를 다지는 일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왔다. 특히 미얀마와 라오스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여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진하고 개혁·개방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평소 신념을 실행에 옮긴다는 차원에서 두 나라를 처음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국회 대표단이 정말 방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나라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와 친밀감이 예상외로 커서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번 순방은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의 막중한 소임을 다시 한 번 크게 깨닫게 되는 대오각성의 기회이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19일 미얀마를 방문해 네피도 소재 미얀마 국회의사당 민주국민연맹(NLD)사무실에서 동 연맹 당수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면담하고, 수교 40주년을 맞는 한국과 미얀마 관계의 중요성 재확인 및 양국관계 협력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국회 제공)

아웅산 수지 "한국은 교과서 같은 나라"

1월 19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 국회의사당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 면담 중에 수지 여사가 “미얀마에게 한국은 교과서 같은 나라”라는 표현을 썼다. ASEAN 개도국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응축해서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어느새 우리 대한민국은 ‘닮고 싶은 나라’이자 ‘국가 발전의 롤 모델’이 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바뀐 최초의 사례일 뿐 아니라 민주화를 이뤄내고, 세계적인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한 기적 같은 역사를 부러움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은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두 나라에서 만난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이를 ‘외교적 수사’로 가볍게 여길 수 없었던 것은 교민들과 현지 우리 대사관 직원들도 이러한 기대를 똑같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인 바인벨 유니세프 미얀마 사무소 대표 역시 “미얀마는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천연자원에서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필자는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의 후유증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에 이르는 광대한 국토, 인도와 중국 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이점, 5천2백만에 이르는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라로서 국제정치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그 가치가 굉장히 큰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고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외교·경제적 측면에서 더욱 매력을 더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수교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에 미얀마를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 미얀마, "한국은 우선협력국"

직접 가보니 미얀마가 왜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불리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고,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을 넘어 ‘아시아의 빛나는 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넓은 국토 면적,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뿐 아니라 로드맵대로 착실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부, 8% 대의 낮은 문맹률에서 유추할 수 있는 높은 교육열, 곳곳의 공사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근면하고 성실한 젊은이 등 발전의 원동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에서 만난 떼인 세인 대통령과 쉐 만 하원의장, 킨 아웅 민 상원의장 모두가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여러 도움을 얻고자 한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필자에게 공통적으로 건넸다. 특히 떼인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에 많은 국가들이 투자하고 있지만, 한국을 우선 협력국으로 선정했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이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협의를 바란다”고 말하며 한국의 지원과 협력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킨 아웅 민 상원의장도 “한국의 발전 경험에서 배울 게 많은데, 한국이 많은 도움을 주면 굉장히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가 미얀마”라면서 한국의 문화·정치·경제 분야에 아주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그는 한국 방문 희망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야당인 NLD를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지 여사도 “미얀마에게 지금 한국이 도움이 꼭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필자도 6.25 한국 전쟁 당시 5만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그리고 ‘친구의 나라에서 친척의 나라’로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음의 네 가지 협력 방안을 통해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 첫째는 한국과 미얀마 간의 전면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제반 분야를 아우르는 포럼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국 간 교류협력 증진과 한국의 경험 공유를 위한 ‘한국·미얀마 포럼’을 매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둘째는 미얀마를 공적개발원조(ODA) 중점 협력국으로 지정하여 우리나라 ODA 수원국 중 현재 5위의 순위를 2~3위로 상승시키고,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유상원조 규모도 상당액 증액시킬 것을 제안했다. 셋째는 한국 기업의 대 미얀마 투자 활성화를 위하여 한국계 금융기관 지점 개설과 대우인터내셔널의 복합화력발전소 수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네 번째로는 북한이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게 개방과 발전 추구의 필요성을 강조해주고, 특히 핵개발과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필자의 제안에 미얀마 지도자들이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해주었다. 이정우 미얀마 한인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정의화 의장님이 제안한 내용들이 미얀마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교민들의 위상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제안의 방향이 빗나간 것은 아니라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미얀마 현지 방송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 내용이 수차례 방송된 사실을 전해 들었는데, 미얀마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워주고 한국이 진정성을 갖고 자신들을 도울 의지가 있는, '겸손하고 진실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 적지 않은 보람을 느꼈다.

인도차이나의 중재국 라오스, "발전 위해 한국 도움 필요"

두 번째 방문지였던 라오스는 인구가 약 660만 명에 불과하지만 국토는 한반도 보다 조금 넓은 1.1배의 면적을 갖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연평균 7~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나라이다.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오스는 대외관계에서 역내 국가들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평화적 역할을 통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국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려고 하는 작지만 지혜로운 국가이다. 경제 협력 필요성 때문에 우리나라를 중시하면서도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정치·이념적으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한 균형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라오스를 재수교 20주년에 방문한 것은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20년을 제대로 설계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양국 간 무역과 투자, 관광객 교류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는 지난 20년의 성과를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 20년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라오스에서 만난 지도자와 학생들에게 지난 20년의 양국 간의 관계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였다면, 앞으로 20년은 진정한 친구가 돼서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다른 대국만큼의 양적인 지원은 못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win-win의 자세로 함께 전진할 것이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협력을 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또 라오스가 북한 정부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있는 나라이기에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라오스가 개혁과 개방을 통해 번영하고 훌륭한 나라가 되면 북한도 그것을 귀감으로 사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 대해서 춤말리 사야손 대통령, 파니 야토투 국회의장, 통싱 탐마봉 총리 모두가 흔쾌히 동의해주어서 참으로 고무적이었다.

라오스의 요청 사항도 미얀마와 대동소이했다. 내가 만난 고위급 인사들은 한결같이 "라오스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더욱 도와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간절한 기대와 간곡한 요청에 대해 적극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ODA 액수도 기존 양 국가가 합의한 것이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이것을 증대하는 안을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류' 위력 들으며 '문화의 힘' 절감

미얀마와 라오스를 방문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한류’의 위력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 대해 이야기했고, ‘한류’로 인해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민들이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을 친근한 나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 국가’ 대한민국의 비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교민들도 ‘한류’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앞다투어 건의했다. 군인 시절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꼭 시청했다고 자랑하는 킨 아웅 민 미얀마 국회 상원의장이 “한류가 한국 기업의 경제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문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개도국에게 ‘롤모델'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과 도전을 얼마 전에 경험하고 극복한 한국이야말로 그들이 배워야 할 나라이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후한 평가에 어깨가 으쓱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들이 품고 있는 기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커졌다. 그래서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이번 순방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끝까지 챙겨서 빠짐없이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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