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과 대구·경북에 '첨복단지' 만들었으나 임상시험센터는 없어
"첨복단지 출구 막힌 꼴"… 민간 투자 유치해 임상시험센터 만들어야
민간 투자 유치 실패한다면 국비 지원 통해서라도 반드시 건립해야

선경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선경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칼럼] 의료 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이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의료 산업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등은 그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들 후발주자들의 의료 인프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화 집적단지인 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면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만들었으나 임상시험센터 확보 못해 "출구 막혀"

우리나라는 의료 산업의 원천 연구에서 제품화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인프라가 취약하다. 특히 전임상과 임상 시험을 포함하는 중개 연구 단계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클러스터인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는 이러한 병목 지점 혹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최단 시간에 통과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의료 산업의 핵심 추진체로서 자리매김하고자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 지역에 각각 구축되었다.

첨복단지 안에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가 구비돼 있다. 이들 센터들은 모두 정부 지원으로 건립되었는데,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이 전체 조직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추가로 필요한 임상시험센터는 100% 민간 투자를 유치해 건립하도록 계획돼 있다.

임상시험센터는 첨복단지 발전 전략의 핵심 요소이다. 새롭게 연구 개발된 약품과 의료기기는 모두 임상시험을 통해 상용화와 제품화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오송과 대구·경북 첨복단지 모두 임상시험센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첨복단지의 출구가 막혀 있는 상황과 같다. 따라서 임상시험센터 건립은 재단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이다.

흥미롭게도 오송과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각각 요구하는 임상시험센터의 규모와 형태가 다르다. 오송 첨복단지는 600병상 수준의 병원을 기대하는 반면,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50병상 수준의 센터로 계획돼 있다. 아마도 의료기관이 부족한 오송 지역의 경우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배려가 깔려 있고, 반면 대구·경북의 경우는 이미 그 지역에 6개 대학병원들이 포진돼 있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센터가 운영되는 것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거리의 개념이 공간보다는 시간적 의미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송 첨복단지 임상시험센터에서 KTX고속철도를 이용하여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 병원 시설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대구·경북 첨복단지나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오송 첨복단지의 경우도 임상시험센터를 확보하는 문제와 지역 주민을 위해 병원을 확보하는 문제는 분리하여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투자 유치해 임상시험센터 건립해야… 안되면 국비 지원해야

민간 투자로 임상시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크게 국내 자본과 국외 자본으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떠오르는 방안은 국내 병원이나 의과대학의 투자이다. 하지만 열악한 의료수가와 환경을 고려할 때 투자자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환자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병원들도 이미 가지고 있는 임상시험센터의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송 첨복단지의 경우에도 충청북도가 전면에 나서서 유수한 의료기관을 유치하려고 수년간 노력하였으나 결국 포기한 상태이다. 다행히 오송에는 최근 화상전문병원이 소규모 임상시험센터를 건립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의료기관이 아닌 투자기관을 고려할 수 있다.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혹은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임상시험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은 진료시설 외에도 여러 가지 수익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투자금융기관은 이러한 진료 외 수익을 통해 진료시설을 건립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수준의 규모와 환자 흐름이 필요하다. 첨복단지에서 필요로 하는 임상시험센터 수준의 규모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세 번째 가능성은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단순히 외국 병원이나 의료기관의 브랜드를 빌리는 방식은 무의미하고 직접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선도 국가의 의료 클러스터들도 외국기업과 자본의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첨복단지도 경제자유구역으로서 장점과 특별법의 혜택들이 있다. 이미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중개 연구의 최적지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첨복단지를 통해 조기 제품화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더구나 오송 첨복단지에는 의료산업과 관련된 핵심 국책기관들이 밀집해 있으며 인접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정부부처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장점들을 공격적으로 홍보하여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이같은 민간 투자 유치가 모두 실패한다면, 임상시험센터는 국비 지원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건립해야 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일본의 고베 클러스터나 싱가폴 바이오 클러스터에 필적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건립한 첨단의료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첨단의료장비 전시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선경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프로필
고려대 의대, 고려대 의학석사·박사, 고려대 경영학석사- 고려대 의대 교수, 고려대 의무기획처장-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의사-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현)-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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