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 칼럼]
박 대통령 지지율 신년 회견 당일 이례적으로 하락
대통령 지지율 회복되다가 '수첩 파문'으로 하락세로 돌아
김 대표 지지율도 하락… 문재인 의원은 대선주자 중 1위로 올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칼럼] 예상치 못했다. 보수 신문들조차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회견 당일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기자회견 직후 소폭 상승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문건 유출, 민정수석 항명 파동의 늪에서 벗어나 분위기 반전을 하고자 했으나, 집권 3년 차 출발이 산뜻하지 못했다.

대통령 신년 회견 당일 지지율 하락은 이례적

신년 회견에서 ‘인적 쇄신’과 ‘소통 방식’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자회견 당일(12일) 기자회견 내용 공감 여부를 물은 결과 ‘비공감’이 39.6%, ‘공감’이 33%로, 부정 평가가 7% 포인트 가량 높게 나타났다. 하루가 지난 13일(화) ‘기자회견을 잘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에서는 ‘잘못했다’는 의견이 52.2%로, ‘잘했다’는 평가 39.5%에 비해 12.7% 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부정 평가의 강도가 더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당일 하락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기자회견 익일부터 소폭 반등해서 주중에는 40.6%로 소폭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의외의 사건, 즉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메모 파문이 터지면서 15일(목)에는 30%대인 39.4%로 다시 내려앉았다.

'김무성 수첩' 파문 이후 박 대통령·김 대표 지지율 하락

수첩에 등장한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공방이 당청 갈등의 또다른 소재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급기야 음 행정관이 면직되고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는 더욱 커져갔다. 문건 유출 파문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첩을 공개한 김무성 대표의 의도성 여부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고, 진위 여부를 떠나서 새누리당과 김 대표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 주간집계에서 41.5%로 40%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던 날부터 38.2%로 하락하더니 완만한 하락세를 계속 이어갔다. 연말연시 소폭 반등했던 지지율이, 민정수석 항명 파동과 당 대표의 노트 파문으로 다시 30%대로 하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은 어떨까? 우선 이번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부터 살펴보자. 김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 집계 상으로 11.2%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0월 18.5%로 반짝 1위를 하고나서는 줄곧 하락세를 기록하던 상황에서 수첩 파문이 터지면서 리얼미터 15일(목) 일간 집계에서 10.8%로 조금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적 수첩 노출이 아니다"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음에도 많은 언론이 ‘의도적 노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만 보면 김 대표의 수첩 공개는 스스로에게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문재인 의원은 박원순 시장 따돌리고 1위로 올라

그 사이에 야권은 어떻게 변했을까? 2·8 전당대회 유세를 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14일(수)에 18.6%까지 올라가며 여야 전체 대선주자 중 1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주간집계 상으로 동률 1위를 기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14.1%)과는 4.5% 포인트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당청 간의 자살골 공방이 연이어지면서 반사이익을 본 측면도 있고, 당내 네거티브 공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어쨌거나 '전당대회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포스트 박근혜’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여권의 대선 지형구도에서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지만 그나마 가장 앞서가던 김무성 대표가 이제는 여야 전체 주자 중 3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까지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김 대표 외에도 김문수 혁신위원장, 홍준표 경남지사, 정몽준 전 대표도 아직까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낮은 정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빅2'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더욱 견고해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오던 인사 문제의 ‘뫼비우스 띠'는 과연 풀릴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인가?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그리고 새누리당이 이 띠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에 전념하고 통일 대박을 실천할 수 있을 그날이 정말이지 빨리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프로필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리얼미터 대표이사(현),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현),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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