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앞두고 '신당'과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해야"

"중대선거구제 도입하고, 개헌 국민투표는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금년 하반기까지 충분히 논의해야"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다수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2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개방형 중도진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이석현 국회부의장 인터뷰= 김광덕 뉴스본부장/ 정리= 조옥희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1992년 국회에 입성해 안양에서만 내리 5선을 기록한 이석현 국회부의장(65·안양 동안 갑·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의 뿌리깊은 나무로 자리잡았다. 이 부의장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2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개방형 중도진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부의장은 13일 오후 국회 부의장실에서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당은 다양하고 새로운 움직임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중도개혁 노선에 충실하면서도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하고 만드는 신당도 진보 노선을 표방하는데, 어느 정도 노선이 다르더라도 포용하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개방형 중도진보로 외연을 확장하면 향후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신당 등과 협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의장은 당명 개정 논란과 관련 ‘새정치민주당’을 새로운 당명으로 제안했다. 그는 “새정치라는 개혁성도 담아내면서 정통 민주개혁 세력의 의미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역설했다. 그는 “한 선거구에서 6,7명 정도를 뽑는 큰 폭의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면 지역구 활동에 따른 의정활동 미흡 등의 소선거구제 폐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과 관련해 이 부의장은 “올 상반기가 개헌의 적기이므로 늦어도 하반기에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올 연말만 돼도 차기 대선주자가 부각되면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공론화를 위해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짧아도 4월 말까지 운영하고 여론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며 “서두를 일이 아니므로 올 하반기쯤 개정안을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 방식에 대해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제도가 정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 대해 "국민의 시각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서 놀랐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소통과 대화의 정치를 주문했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아갈 진로에 대해 당 중진이자 원로로서 당부할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혁신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당대회는 이를 위한 이슈 논쟁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전당대회가 소모적 논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책 대결 모습을 보여주는 쪽으로 가야한다.”

- 그동안 새정치연합의 노선과 이념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앞으로 당의 노선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라는 중산층과 서민을 중심에 두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이제 당은 진보 노선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은 아쉽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좋은 분들이 또 탈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요즘에는 당이 새롭게 일어나는 부분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듣고 있다. 때문에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혀서 진보도 포용하는 개방형 중도진보 노선으로 가야 한다.”

-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중도와 중도보수를 아우르기엔 진보와 강경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당내 지적도 있는데.

“실은 지금은 이념이나 노선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는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모두 담아내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모든 걸 좌다 우다 하는 개념으로 본다. 물론 당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나는 중도부터 진보까지 다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념과 노선이 한쪽으로 굳어져서는 안되고 유연하고 포괄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중도개혁 노선에 충실하면서 진보까지 폭을 넓히고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정 전 의원과 함께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 밝혔듯이 정 전 의원의 탈당은 안타깝고 아쉽다. 당에서도 섭섭하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이른바 정체성 부분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신당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라의 정의를 세우자는 같은 기류에서 함께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대통합된다고 못박을 수는 없지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협력하면 좋겠다. 실제 보수여당 쪽과는 입장이 다른 것 아니냐.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면 좋겠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 개정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질에 관한 논란은 아니다. 그러나 당 명칭이 담고 있는 의미도 크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새정치민주당’ 정도로 이름을 정했으면 좋겠다. 새정치의 개혁성도 담아내면서 정통 민주개혁 세력을 뜻하는 '민주당' 이름도 포함시키면 좋겠다.”

이석현 부의장은 "현재 당은 다양하고 새로운 움직임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중도개혁 노선에 충실하면서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당권 후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당권을 잡는 게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당대회가 페어 플레이로,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경쟁하다 보면 어느 정도 소모적인 논쟁과 인신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지 않은가. 보통 전당대회 후엔 당 지지도가 오르는 게 정상인데 이번에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특히 친노-비노 간 계파 대결로 가면 안 된다는 걱정을 한다. 통합·혁신 방안을 둘러싼 논쟁과 정책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전대가 끝나면 잘 화합해서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 지난해 국회는 '식물 국회’ 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막판에는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지난해 세월호법으로 장기간 대치했지만 결국 여야 합의로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했다. 또 선진화법으로 예산안 법정 시한 내 처리가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없었다. 이건 성과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당이 예산안 자동부의조항을 믿고 무성의했다.”

- 올해 국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면 여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청와대하고 여당의 관계가 관건이다. 대통령 취임 초여서인지 몰라도 청와대 입김이 너무 셌다. 앞으로는 국회 일은 여당이 알아서 하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여야 간에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 비정상적인 현상이 생긴다. 가령 여당 대표가 있는데 원내수석부대표가 실세 노릇을 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았나. 여당이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 야당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올해는 정국 주도권을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갖고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채 국회를 운영하다 보면 야당도 강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여당이 자율성을 갖고 주도하면 야당에서도 협상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회) 밖으로 나가자는 주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개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개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헌의 적기는 올해 상반기이다. 금년 연말만 돼도 대선후보가 부각되면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개헌 논의가 '경제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개헌 논의는 경제 심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을 미루면 권력 누수가 온다. 개헌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람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다. 개헌론자인 김 대표가 강한 목소리를 내야 가능하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야당이 봇물을 텄는데 여당이 호응하지 않으면 졸졸 흐르다가 소용 없게 된다. 국회에서 발의해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된다. ”

- 바람직한 권력구조와 개헌 시기에 대한 의견은.

“올해 상반기에 개헌을 추진해서 금년 하반기에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금년 넘어가면 못한다. 권력구조는 권력분산형 대통령제에 4년 중임제가 좋다. 부통령제와 결선투표도 두면 좋겠다. 4년 중임제에서는 중간에 대통령 신임을 물을 수 있다. 미국식 4년 중임 정·부령제를 기초로 하되 약간 더 권력분산적인 형태가 바람직하다. ”

-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선거구를 개편해야 하는데,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의견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6~7개 소선거구를 통합해서 뽑게 되면 소선거구제 폐해를 막을 수 있다. 소선거구제는 지역 연고와 애경사 챙기기 등으로 당락이 좌우된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의정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영·호남으로 나뉘어진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의원을 줄인다니깐 농촌 지역에서 불만인데, 수도권에서 한두 명씩 덜 뽑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 공직선거 후보 공천 방식도 논란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의 '밀실 공천'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정답이다. 다른 방식을 채택하면 결국 지금처럼 당권을 가진 사람에게 공천권이 돌아간다. 과거 외부 인사에게 권한을 준 적이 있지만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미국식으로 국민이 선거를 두 번 하는 게 좋은 해법이다. 그렇게 하면 비용도 덜 든다. 오픈프라이머리와 의원 한 선거구에서 6,7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결합시키면 소수 정당 후보나 신진 인사도 당선될 수 있다. 역선택 우려는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여야 지지층에게 따로 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언제쯤 처리해야 하는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짧아도 4월 말까지 운영해야 한다.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국민 여론과 소통하면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논의 기간은 4월 말까지도 짧다. 기회를 많이 줘서 여론을 살피면서 충분히 토론한 다음 연금특위가 개정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 서두를 일은 아니므로 올 하반기에 처리해도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 박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 시각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서 놀랐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는데, 경기 회복의 온기가 국민 실생활에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경기 침체의 냉기가 윗목에서 아랫목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은 뒤집어서 보고 있다. 소통 측면에서도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잘못한 게 없다는 말이었지 않나. 대통령이 앞으로 많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특히 반대자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에서는 무엇보다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풍년이나 이미지메이킹 같은 기술적인 처세술은 소용이 없다. 또 조정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대쪽’이란 말이 좋은 의미였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을 그렇게 하면 망한다. 외고집 정치에 국민들이 질린 지 오래 됐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프로필

1950년 전북 익산 출생 - 서울대 법학과- 고려대 경제학석사- 민추협 기획위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회 연금제도개선특위 위원장- 14·15·17·18·19대 5선 국회의원(현, 경기 안양 동안구갑)-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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