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중국·인도네시아 방문 리포트]

광복 70년·분단 70년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 해외 순방

임시정부 있던 충칭 찾아 여야 의원들과 '간이 국회' 열어

인도네시아 찾아 중견국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역할 다짐

*편집자 주=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잇따라 방문해 양국 정상 및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달리 국회의장의 순방 결과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차원에서 '중남미 방문 리포트' '일본 방문 리포트'에 이어 이번에 '중국·인도네시아 방문 리포트'를 써서 데일리한국에 특별기고를 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중국·인도네시아 방문 리포트]100일 간의 정기국회, 뒤이은 임시회의 본회의를 마치고 베이징으로 떠나는 마음은 무거웠다. 국회의장으로서 다른 나라를 공식 방문할 때마다 한순간도 의회 외교의 부담을 느끼지 않은 적은 없지만 특별히 이번 연말 중국 방문은 광복70주년, 분단 70주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복70주년·분단70주년을 앞둔 여정

12월 17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하는 일정은 전인대 주요 지도자들과의 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면담, 외교학원 특별강연 등으로 빈틈없이 짜여져 있었다. 동행 의원단도 김정훈·강석호·김성태·조원진·강기윤 의원(새누리당) 박병석·김영환·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 의원(정의당) 등 9명으로 여야 중진과 초재선을 두루 아울렀다.

첫날 오후 천안문 광장 옆의 인민대회당에서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우호 증진과 의회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과거 동북아는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픈 역사가 많았기에 이제부터는 정말 평화로운 지역이 되어야겠다는 열망을 갖고 있다”며 “내년이면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을 맞이하는데, 새해부터는 한반도가 하나의 나라가 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중국 몽(夢)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바란다”면서 “중국의 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와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내년이 종전 70주년·광복 70주년”이라면서 “양국 의회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을 마련하자는 공동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국회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화할 계획인데, 중국 측의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 위원장은 “김영남 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좋은 생각이고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면서 “남북 국회회담은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장 위원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 동반자가 됐다”며 “한·중 FTA는 양국 관계의 이정표가 될 것이고, 아시아 번영을 위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주최한 이날 저녁 만찬에서는 뜻밖의 일도 있었다. 만찬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가 들리더니 장 위원장이 커다란 생일케이크를 들여오도록 했다. 마침 18일이 내 생일이었지만 중국 방문 때문에 챙길 생각도 못했는데 장 위원장이 미리 파악해서 깜짝 파티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나는 “66세 생일날은 출장 중에 지나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장 위원장은 “중국에서는 6자가 ‘순조롭게 풀린다’는 좋은 뜻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정 의장님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덕담해줬다.

시진핑 주석 "양국은 과거를 잊지 않되 미래를 지향해야"

둘째 날인 18일 오후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나는 “새로운 양국 지도자인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성숙하고 내실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되었다”면서 “종전 7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가 현재의 동반자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한중 우호연대’ 관계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중일 관계에서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로 용서하고 배려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한중일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각국을 순회 공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정 의장의 중국 방문 성과 중 하나는 중한 의회 간의 체계적 교류 실현, 양국 지도자 방문 강화, 전인대와 국회의 교류를 통해 양국 정치인 간의 교류 활성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라면서 “정치인들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며 양국 의회 간의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지난 세기 중한 양국은 외국의 침범을 받아 같은 운명, 같은 입장을 갖고 있으며 과거를 잊지 않되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세계 반파시즘 승리 70주년을 맞아 정 의장과 장더장 위원장 간에 합의한 내용을 들었고 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 안전을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한반도의 자주적·평화적 통일을 위한 남북협력 확대를 지지하며, 중국은 동북아 평화안정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이에 대해 “시 주석께서 한반도 핵 문제, 통일, 동북아평화를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데 동의한다”면서 “최소한 핵과 미사일을 더이상 개발되지 않도록 동결한다는 북한의 동결 의지가 전제된다면 6자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했다.

나는 이어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FTA의 연내 타결을 합의했는데 실무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실무진들에게 속도를 내어 실무협상이 연내 마무리되도록 지시해 달라”는 즉석 주문도 했다. 나는 시주석에게 “우리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될 경우 상황은 불보듯 뻔하다”며 탈북자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세심한 배려도 당부했다. 또 서해 불법조업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노력을 요청했다. 시주석과의 회담은 다음날인 19일 중국 인민일보 1면 오른쪽 머리기사로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되었다.

시 주석을 만나기전에 나는 중국 외교학원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외교학원은 195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뜻에 따라 세워진 중국 외교부 소속의 고등교육기관이다.

나는 강연에서 “한중일 3국, 특히 중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대립과 갈등 요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면서 “심화되고 있는 영토·역사 분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는 19세기나 20세기처럼 전쟁을 일삼던 세계가 아니라 문명의 시대”라면서 “문명의 시대는 문화를 꽃피우고 문화를 교류하고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인문의 시대”라고 얘기했다. 강연의 요지는 이러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21세기 문명시대를 맞아 의(義)로써 화(和)를 이루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3국이 만약 과거의 잘못이 있다면 서로 진솔하게 사과해야 하며 서로 용서하고 화를 이루어 가는 가운데 더욱 훌륭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화(和)의 길이다. (중략)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공동번영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자 마스터키가 될 것이다. 북한이 현재의 모습대로 남아 있는 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동북아공동체, 나아가 중국의 꿈(中國夢)도 결코 안정적 토대 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전체 군비 축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세계 최대의 화약고를 평화 공영의 완충지대로 만드는 길이다. 통일한국이 등장하면 중국의 동북지역은 상하이나 광둥 못지않은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중국에게 상상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임시정부와 광복군사령부 있던 충칭에서 '간이 국회' 주재

베이징에서 2박3일 일정을 마친 뒤 우리 일행은 임시정부 청사와 광복군 총사령부가 있던 충칭(重慶)으로 향했다. 중국은 자국을 공식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들에게 베이징 외에 한 도시를 반드시 더 방문하도록 권하는 관례가 있는데, 나는 충칭을 택했다.

12월 19일 오후 충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충칭시위원회에서 쑨정차이(孫政才) 당서기와 만났다. 나는 “충칭은 항일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면서 “1940년대 우리 애국선열들은 충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는데 당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충칭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한다” 말했다.

나는 특히 “한국광복군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서 “충칭 소재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을 보존하기로 결정한 충칭시의 결정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감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은 지난 1942년 중국 시안에서 충칭으로 옮겨온 뒤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재개발될 위기에 처했었다.

이에 대해 쑨 당서기는 “광복군 총사령부 원지원형 복원에는 여러 법적·경제적 난관이 있었지만 중한 관계에서 큰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복원 명령을 내렸다”면서 “임시정부 청사는 잘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이튿날 나는 의원단과 함께 충칭 시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충칭 임시정부는 1940년 9월 터를 잡은 항일 기간 마지막 임시정부로, 임시정부 27년 역사상 가장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친 끝에 광복의 기쁨을 실현해낸 곳이다.

나는 임정 시절 국회였던 의정원 회의실에서 '간이 국회'를 즉석 주재했다. 나는 함께 간 의원들을 모두 자리에 앉게 한 뒤 "김구 선생을 필두로 의정원에 계시던 대선배들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겠느냐"면서 "제2의 대한민국 광복을 위해 지금부터 임시회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개회 선언은 의사봉이 아닌 맨주먹으로 책상을 '땅·땅·땅' 세 차례 두두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첫 발언 기회는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에게 줬다. 박 의원은 "제2의 광복은 남북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 모두 "나라가 부강해야만 세계 모든 인류가 인정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마무리발언을 통해 "약 열흘 뒤에 광복 70주년이 된다. 내년이 대한민국 (제2의) 광복을 완성하는 첫 출발의 해가 되길 바란다"면서 "김구 선생이 광복이 되고 귀국하면서 '군사강국을 바라지 않고 문화 면에서 최고의 강국이 돼야 한다'고 한 말씀을 되새겨 통일 한국은 문화 강국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KTA, CEPA 협력을 위해 인도네시아 방문

우리 일행은 충칭에서 광저우를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공식 방문했다. 22일 오후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을 만나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체결, 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등 5개국의 첫 글자) 의회 간 협의체 구성 등 양국 간의 주요 협력사업 및 향후 경제협력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조코위 대통령에게 “한국은 아세안의 맏형격인 인도네시아를, 국제사회에서 함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며 “1973년 외교관계 수립 이래 교역규모 125배, 인적교류 150배 등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국관계를 양자 차원뿐 아니라 핵심 중견국들 간 결속을 통해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나는 특히 “교역 투자 확대와 한·인니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 체결 추진이 필요하다”며 “현재 양국 간에 다소 이견이 있어서 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진정으로 상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win-win 협정이 될 수 있도록 양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조코위 대통령은 “CEPA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화답했다. 그간 우리 정부의 잇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이었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모아진 덕분으로 보였다.

나는 한국,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중견국가(Middle Power)들의 협력을 통한 세계의 평화·공동번영 기여를 강조했다. 이어 MIKTA 5개 회원국의 단합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내년 7월 초 한국에서 MIKTA 국회의장회의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배석한 인니 외교부장관에게 MIKTA 관련 진행 상황을 물어보더니 전적인 공감의 뜻을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줄키프리 하산(Zulkifli Hasan) 국민평의회(MPR) 의장 및 이르만 구스만(Irman Gusman) 상원(DPD) 의장과 연쇄회담을 갖고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MIKTA 의회 간 협의체 구성 등 정부 및 의회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공식 방문(4박5일)과 인도네시아 방문(2박3일) 등 모두 6박8일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서울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광복 70주년·분단 70주년인 을미년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 등과 협의했던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노력,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거론했던 중견국가 협력을 위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할 등을 다짐하며 나는 국회의장실로 바로 출근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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