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일단 선거·정당제도 개혁해 연립정부 기틀 만들어야
개헌할 경우 양원제 도입해 대선거구제로 상원의원 선출 검토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승자와 패자 간의 사생결단적 싸움이 대한민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하여 헌법 개정이 논의되기도 한다. 대통령제는 안 되고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대통령 제도가 아니라 운영의 잘못 때문에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토론과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선호하는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가 실시되더라도 양당 제도가 고정돼 있고,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당론에 따라 운영되는 경우에는 사생결단의 극한 정치를 배제하기는 어렵다.

승자와 패자의 사생결단 싸움이 한국 정치 망쳐

우리 헌법은 민주정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에 관한 규정을 특별히 두었지만 정치가들이 이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양대 정당의 극한적 대립과 정당의 과두화ㆍ독재화가 행해지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정치인이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추구하도록 의식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모두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여 합의 정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하루아침에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인이 일탈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하겠다.

헌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인과 국민의 정치적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당장은 민주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 지역구 간의 인구 평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에 2015년에는 선거제도 개혁을 끝내야 한다. 소선거구제에서 선거구 구획은 현직 국회의원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혹자는 지역구 선거인 수의 하한을 10만명으로, 상한을 20만명으로 하여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지역구 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전부 소선거구제로 운영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농어촌과 소지역민의 이익을 대표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군소 정당들은 이같은 방안에 반대하면서 비례대표제 확대로 비례대표의 직능대표성과 군소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소선거구제는 인물 대표제이고, 비례대표제는 직능ㆍ정당 대표제이기 때문에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당들이 행한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제도는 정당민주주의와 선거의 직접성에 위배되므로 비례대표제를 지금처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정당명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지만 지역구 후보자의 순위는 직접선거에 따라 결정한다. 과거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은 당원의 선거에 의한다고 하면서도 대리투표, 중복투표로 이뤄져 위헌ㆍ위법으로 규정됐고, 큰 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은 중앙당 일부 간부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후보자 공천 과정은 정당민주주의와 직접선거 원칙을 위반한 것이었다.

개헌시에는 양원제 도입해 대선거구제로 상원 선출 검토

현행 선거법과 같이 양념으로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여당에서는 논공행상으로, 야당은 전투전위부대 양성 목적으로 공천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 의사를 왜곡한 것이다. 또 국민의 직접투표로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상적인 방법은 독일식 완전 비례대표제에 인물 선거를 가미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헌법 개정 때에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헌 시에 양원제 도입으로 상원 제도를 두는 경우에는 권역별 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상원에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대표와 정당 간부들의 당선을 위한 대표제가 필요할 것이다. 하원만의 단원제 국회로 운영할 경우에는 인물 선거를 위한 소선거구제가 필요하다.

인물 선거를 위해서도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를 도입할 수 있다. 현재는 지방의회 제도가 확립되어 지방주민의 이익은 지방의원이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는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 전국적 인물을 선출하기 위하여서는 중선거구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중선거구제에서 2인을 선출하게 하면 현재의 양당 제도가 고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당개혁을 위해 후일로 미루는 것이 불가피하다.

내년에는 소선거구제 유지할 듯… 선거· 정당 제도 개혁해야

2015년의 선거법 개정에서는 현 국회의 속성상 소선거구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도농 간의 인구 격차가 심한 현실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소선거구제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 획정을 현직 국회의원에게 맡기는 경우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일)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국회법에 따라 민간인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를 결정하고 국회는 이 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공직선거법 제25조)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각 정당은 형식적으로는 정당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킨 공천심사기구를 두어 공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중앙당의 간부들에 의하여 공천이 결정된다. 각 정당은 전국적 인물과 타협 능력이 있는 정치인을 공천해야 한다. 과거 부패 행위나 범법 행위가 있었던 인사를 공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성당원에 의하지 않은 비당원 참여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국가'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당원·대의원대회 등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당의와 당론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하며'(헌법 제46조 2항)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14조의2). 국회의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자당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는 것은 국회의원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헌법기관으로서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우선하여야 하며, 국회를 팽개치고 원외 데모 등을 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케 해야 할 것이다.

온건 보수와 온건 진보가 연합해 연립정부 기틀 만들어야

우리 헌법은 복수정당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8조) 그런데 현실은 양대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어서 큰 문제이다.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치인들이 집권만을 위하여 당의에 따라 시급한 법률은 제정하지 아니하고 임기 내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헌법 제4조)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에 반하는 극단적인 정당은 해산돼야 한다. 최근에 종북 세력을 배제하고 '대안 정당은 새누리당의 왼쪽, 새정치민주연합의 오른쪽에 건설해야 한다'는 세력이 나타나고 있어서 기대된다. 독일식 사회민주주의정당은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의 야당은 급진좌파를 제외시키고 온건 진보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여당은 온건 야당과 타협하여 합의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온건 보수와 온건 진보가 연합하여 국무총리를 추천하여 공동정권을 수립하는 경우에만 우리도 독일과 같이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국론이 사분오열되어 사생결단 투쟁을 하는 현실에서는 민주통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온건 보수와 온건 진보가 합세하여 자유민주주의에 근거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주변 강국의 반대를 극복하여 통일을 쟁취할 수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2015년에 선거 개혁과 정당 개혁을 이루어 토론과 타협에 입각한 연립정부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해야만 분권제나 내각제로의 헌법 개정도 가능하고, 통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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