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통일 시대 준비하자 ⑩]
남북한 경제력 격차,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더 커
5·24 제재 조치 유연화 검토하고 경제공동체 건설해야
2015년에는 남북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전기 마련해야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칼럼]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면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2차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면서 한반도에 또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만큼 남북간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준비가 중요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통일대박’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통일 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통일은 우리 세대에 닥칠 현실적인 문제이다. 통일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가야 할 필연적인 길이다. 우리는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가동되고 각 부처마다 통일에 대비한 정책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각 경제 주체들도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통일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이다. 70년 가까이 분단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통일이 닥칠 경우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통일은 철저한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북한의 시장경제 수준을 높이고,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며, 상호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더 벌어져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통일 직전 동서독 격차보다 더 벌어져 있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측면에서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이 10배 정도 차이가 났는데, 남북한은 2013년 기준으로 43배 차이가 나고 있다. 1인당 GDP에서도 북한이 한국의 1/21 수준이다. 남북한 무역 규모는 무려 188배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는 방안 중 하나가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남북한 경제협력은 아직도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의한 우리 정부의 5.24 제재 조치로 남북 경제협력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한 인적 교류는 2009년 이후 대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에 18만 6,775명이 남북을 왕래했지만, 2013년에는 7만 6,543명로 59%나 줄었다. 남북교역 규모는 2011년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연간 1천만 달러로 낮아져 거의 남북교역 제로(0) 시대에 진입했다. 5.24 조치로 남북경제협력에 참여해 온 300여개 우리 기업은 사업 중단으로 경영난에 처해진 지 오래 됐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된 지 6년이 지났다.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간 유지됐지만 지난해 4월 북한의 일방적 중단으로 5개월 넘게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국제화는 남북의 인식 차로 인해 별다른 진전이 없다.

신뢰에 기반한 남북 경제협력 없이는 통일 준비 어려워

신뢰에 기반한 남북 간의 경제협력 없이는 아무리 통일 준비를 떠들어도 소용없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남북이 상생 발전하기 위한 경제협력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속 가능한 경제협력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통일경제의 기반이 된다. 남북관계 개선 상황에 맞춰 남북 경제 협력의 복원을 넘어서 통일로 가는 새로운 경협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이제 새 시대를 열 때가 됐다. 북한이 진정한 변화의 길을 걷는다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북한이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남쪽과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이행과 드레스덴 평화통일 구상은 북한 주민의 생활경제를 향상시키고 경제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촉매제이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핵을 내려놓고 남쪽과의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5·24 제재 조치 유연화 검토해야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 북한 경제의 올바른 유도와 남북한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첫째, 5. 24 조치의 유연화 및 예외 확대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신뢰와 변화를 보이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통일 준비 차원에서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드레스덴 구상 등 다양한 특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과 통일 준비를 위해 5.24를 뛰어넘는 새로운 선언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개성공단 거점으로 민생 인프라 사업

둘째, 개성공단을 플랫폼으로 한 남북경제협력의 정상화이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국제화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고, 개성공단을 거점으로 민생인프라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개성 복합농촌단지를 건설하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편익 도모를 위한 교통·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나아가 개성 물류 및 관광을 재개하여 남북 경제협력의 복원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금강산 주변 국제관광특구로 확대

셋째, 국제협력 틀 하에서 북한 경제개발 전략과 남북 경제협력을 연계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제2 개성공단 조성뿐 아니라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고, 신의주 특구 등 남북 연계 효과가 큰 곳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원산 개발과 강원도 지역을 벨트로 묶어 국제관광특구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통일한국 위한 경제공동체 건설해야

넷째, 통일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경제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분단에 따른 사실상의 섬나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발전 한계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차원에서 에너지, 농업, 제조, 관광, 철도 분야의 다자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강의 기적' 전수해 '대동강 기적' 유도해야

다섯째, 남북한이 시장가치 공유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 경제개발의 경험과 노하우('한강의 기적')를 적극 전수하여,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판 새마을 운동과 북한 민생경제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통일로 가는 새로운 남북 경협의 길을 여는 데 있어서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삼국지에 나온 말로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겠다'는 뜻이다.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남북한 경제협력의 길을 걷다보면 앞에 산이 가로 막히고, 물이 놓여 주춤할 때가 있다. 큰 어려움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중요하다. 2015년에는 남북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 통일경제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 프로필

동아대 경제학박사-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현)ㅡ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현) 북한 연구학회 이사(현)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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