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토론]
제한된 작전권을 평시에 한국이, 전시엔 양국이 공동 행사

'군사주권' 문제라는 주장은 정치 공세 위한 의도적 곡해

중요한 것은 전작권 자체가 아니라 유사시에 승리하는 것

윤상현 국회의원(새누리당)
※편집자 주= 한국과 미국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국제정치학박사이면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소속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전작권 전환 연기가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인터넷한국일보가 발간하는 데일리한국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비판하는 반론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윤상현 의원 칼럼] 군사용어인 지휘(指揮. Command)는 ‘지휘관의 권한으로 부대를 이끌어가는 일체의 행위’이다. 지휘권은 모든 군사자원을 사용하고 군사력을 운용하는 권한과 책임을 뜻한다. 작전(作戰. Operation)이란 ‘군사행동과 그에 필요한 전투수행 과정’으로서 군사 공격과 방어, 기동과 보급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통제(統制. Control)란 ‘지휘관이 행사하는 권한으로 지휘보다 제한된 권한’이다. 작전지휘(Operational Command. OPCOM)는 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예하부대를 편성하고 목표를 지정하고 명령·지시하는 권한이고, 작전통제(Operational Control. OPCON)는 작전계획에 명시된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정된 부대에 대해 전술통제를 실시하는 권한이다. 군사 전문용어인 작전통제권은 ‘제한된 특정 영역에서의 작전 권한’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부여됐다고 해서 전시에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 전체가 미국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전통제권은 제한된 영역에서의 작전 권한 의미

그리고 이러한 ‘제한된 권한’도 미국 측이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전시에 대비한 최고작전사령부이다. 평시, 즉 지금과 같은 정전(停戰) 시에는 군 통수권자인 우리 대통령이 합참의장을 통하여 한국군 ‘작전지휘’를 한다. 전시에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및 군사지휘기구가 각 국의 합참의장을 통해서 양국 간 협의기구인 한미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에서 협의하고 결정한 결과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려 작전통제권이 행사된다. 이 때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군뿐 아니라 주한미군과 미국 본토에서 증원되는 전력 전체에 대한 작전통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미국의 증강 전력은 한국군의 전체 전력을 뛰어넘는 막강한 규모와 화력을 갖추게 된다. 이처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평시에는 한국이, 전시에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한미연합지휘체계인 것이다.

군사 전문용어인 작전통제권의 ‘통제권’이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제’라는 말이 가지는 ‘전체적인 지휘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군의 전체 지휘관계에서 일부 한정된 권한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은 유사시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한미 양국이 한미군사위원회에서 합의해 규정한 특정한 작전 임무에 대해서만 지정된 한국군 작전부대를 제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군 부대의 편성과 유지, 군수와 관련된 사항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전시작전통제권에서 ‘통제’라는 단어의 통상적 의미만을 일방적으로 부풀려 "군사주권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를 위한 의도적인 곡해일 뿐이다.

군사 상황 무시하고 정파적 논리로 안보 문제 재단 안돼

연합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지휘체계의 단일화와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그 역할을 해 온 것이 한미연합사령부(CFC. ROK-US Combined Forces Command)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1978년 11월 7일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한국 방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오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합작전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한미연합사 해체’를 대남 선전공작의 중심 이슈로 삼아왔다. 소위 ‘자주’를 핑계로 대북 억지력의 주축을 없애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포함한 전작권 전환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자주 국방’은 이념적 사고와 주장으로는 그 내용을 조금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과업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군사 상황을 도외시한 채 편협한 정파적 논리로 국가안보 문제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국방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무엇보다 ‘이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이다. 지난 10월 23일 한미 양국이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이전에 설정했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10년 정도 늦추고, 그 전환도 조건(condition)에 기초하여 논의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이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풀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제 전작권 전환 문제가 올바로 매듭지어진 만큼 과거와 같은 관성적인 정치공세가 재개되어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여건의 문제

중요한 것은 전작권 그 자체가 아니라 유사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특히 개전 초기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조기에 승리하는 것이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핵심이다. 그래서 최강의 연합전력인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작권 전환기준도 ‘정해진 시간표’가 아니라 ‘능력 조건’과 ‘안보 환경’이 되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여건의 문제’인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의 ‘안보 실패’를 바로잡는데 이처럼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국가정책이 한 번 잘못 결정되면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모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이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 사안을 통해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할 때에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유사시에 우리가 믿고 함께 전장에 설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우리 국민이 지난한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건설할 때까지 이 나라의 한 모퉁이에서 북한군의 폭격 표적이 됨을 감수하며 이 나라를 함께 지켜온 이들이 누구인가?

6.25 전쟁 때, 북한군에 맞서 미군과 함께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백선엽 장군이 미군의 측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지 탈환 작전을 감행하기에 앞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내 뒤를 따르라. 만일 내가 뒤돌아서면 나를 사살하라.” 그리고 함께 있던 미군 고문관에게 백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 “Let's go together."(함께 갑시다!) 이 말이 바로 전시에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구호이다. 한미동맹은 말이 아닌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온 역사이다.

■윤상현 의원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조지타운대 외교학석사,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박사- 18·19대 국회의원(현, 인천 남구 을)-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국회 외교통일위 위원(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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