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 ⑪]
모방형, 추격형 넘어 창조형 교육개혁으로 나아가야
개천 자체를 잘 가꿔 다양한 용들이 함께 사는 곳으로 만들어야
'우물 안 개구리' 교육에서 창의적 글로벌 인재 교육으로 전환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 칼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언급할 정도로 우리 교육은 지난 60년 동안 소위 기적과 같은 발전을 이룩해 왔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등교육 진학률, 교사의 질, 학부모의 교육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가 60년 동안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우수한 인력을 육성한 좋은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60년 간 비약적 경제발전의 토대는 교육

우리에게는 아직도 부족하고 불만스러운 부분이 많은 교육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우리 교육의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물론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우리 교육을 부러워하며 한국형 교육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기를 원할 정도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는 11월 서울에서 한국교육개발원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공동으로 개최할 ‘국제교육심포지엄’이나 내년 5월 송도에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공동으로 개최할 유네스코(UNESCO)의 ‘2015 세계교육포럼’은 한국교육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시에 우리와 세계가 함께 나아갈 미래지향적 교육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은 향후 10~15년 간 세계 교육발전의 기조와 목표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전 세계 190여 개 국에서 약 2,0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난 60년 동안의 교육 발전 방식에 안주할 수는 없다. 21세기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 고도의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를 맞이해 우리가 선진 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가 소위 교육 선진국들을 모방하고 추격할 때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방하고 추격할 만한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교육 발전 방식이 ‘모방형’ 혹은 ‘추격형’ 교육개혁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육 발전 방식은 ‘창조형’ 혹은 ‘선도형’ 교육개혁이 되어야 한다.

'개천'을 다양한 '용'들이 함께 사는 곳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선진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창조형 교육개혁의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개인 위주의 교육’에서 ‘공동체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개혁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 개인 간의 배타적 경쟁 위주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위주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은 곧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의 변화가 뒤따를 때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고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동체 위주의 관점에서 보면 개천에서 한 마리의 용이 나와서 그 용만 승천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환경이 열악한 개천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개천의 생태를 잘 가꿔서 개천 자체를 다양한 용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모든 학생들을 글로벌 창의 인재로 육성함과 동시에 전국의 모든 마을을 ‘용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 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해야

둘째, 전통적인 ‘지역이나 국가 위주의 교육’에서 ‘글로벌 위주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더 이상 교육 문제는 한 지역이나 국가 내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 규모가 1조 달러가 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많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결혼 이민자나 취업 이민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수가 거의 8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급증하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교육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바라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교육 문제들을 글로벌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가와 민족을 넘어 세계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경제사회적 성공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의미 있고 즐거워야

셋째, 전통적인 ‘수단 위주의 교육’에서 ‘목적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개혁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제발전을 위한 교육이나 사회적 성공을 위한 교육과 같이 교육을 주로 수단으로 여겨 왔다. 그러다보니 교육 자체가 의미 있고 즐겁고 행복한 인간 활동이라는 점, 즉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이 소홀히 다뤄져 왔다.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고 잠재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 그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자체가 중요한 서비스 산업임을 자각할 필요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로 수출하거나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듯이, 우리도 한국형 교육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수출하거나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개혁은 기존 교육체제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연구를 통해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살리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비록 우리 교육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우리 교육의 위상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높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60년 동안 모방형 교육개혁을 통해 비약적인 교육발전에 기여한 기성세대의 용기와 헌신, 열정에 경의를 표하면서 새로운 60년을 위한 창조형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모든 개혁은 추가적인 비용과 고통을 수반한다. 따라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상호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로 적극 참여해야 한다.

■백순근 원장 프로필

서울대 교육학과 학사·석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육학박사, 서울대 입학본부장, 한국교육평가학회장,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현), 한국교육개발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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