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통일 시대 준비하자 ⑨]
북한의 양면 전략 의도는 군사·경협·인도적 지원 등 의제 다변화
대북 정책 일관성 유지하고 이행 전략은 상황에 맞춰 조율해야
한반도 비핵화 구축되면 북한 주민 지지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교수 칼럼] 지난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국방위 부위원장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고위 대표단이 전격 방문했다. 이들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에 합의했다. 또 폐막식 전후 정홍원 국무총리와 두 차례 면담하는 등 그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무색할 만큼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일 후 서해 상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월선해 도발함으로써 남북 간에 총격전 상황이 벌어졌다. 10일에는 북한군이 연천에서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쏴 남북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최근 남북관계의 급진전, 급반전 어떻게 봐야 하나

이같은 남북관계의 급진전, 급반전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제2차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한편 신뢰 구축을 위한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 전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남북 간 고위급 접촉과 대화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전향적인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북측의 요구로 전격 개최된 남북 군사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후 북측은 또다시 양측 간 합의나 상호 선린의 관례마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회담 전말을 왜곡해 발표하고 우리측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다. 또 북한군은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각각 철원과 파주 부근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되돌아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대화 제의와 도발 양면 전략 구사하는 북한의 의도는

북한의 이같은 대화 제의와 도발 행태는 그동안 북한이 구사해온 강온 양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 군사안보적 측면과 경협과 인도적 지원 등 의제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통제와 결속을 강화하며 진행되어온 조직 정비 작업이 일단락돼 결과적으로 김정은 중심의 친정체제가 공고히 되었으나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의 건강 악화설 등으로 최고위층의 권력 안정에 이상 기류도 감지되자 김정은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수령으로서의 김정은의 권위와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으나 실제 북한 내부에서 정책의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선군정치'로 북한 권력 핵심부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군부의 역할과 영향력이 동요하고 있어서 이같은 일련의 대남 도발을 통해 내부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최근 북한은 대외정책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나 북핵 문제와 폐쇄 체제의 경직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석주의 유럽 순방이나 리수용의 유엔 및 러시아 순방 외교에서도 소득이 없다. 급진전을 보일것 같았던 북일협상도 납북자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북중관계와 북미관계에서도 핵보유 국가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은 이들 국가들의 냉담과 무관심으로 고립을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북한 내부 정세와 악화된 대외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도발적인 대남정책으로 전환하여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대화의 문호를 열어 놓은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 정책 일관성 속에서 이행전략은 신축적으로 조율해야

북한의 공세적 대남정책과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박근혜정부는 임기 동안 안보-외교-통일-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여야 북한이 스스로 핵-경제발전 병진 정책을 포기하고 동북아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불용과 튼튼한 안보를 위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실제 추진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원칙의 의미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적 추진 기조 위에서 대북정책의 이행 전략을 상황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율해나간다면 평화통일을 준비하며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과 8.15 경축사에서 제기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생 지원 및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방안들은 단계별 남북관계 개선 조치로서 의미 있는 제안이다. 제2차 통일준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앞으로 5.24 조치 및 우리 대북 정책의 우선 순위들이 재조정될 것이다.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장점인 분배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직접 지원 방식을 전술적으로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 구축 후 북한 주민 지지 얻기 위한 통일 준비 본격화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되고 북한의 무모한 핵-경제 병진 정책이 폐기되어 한반도 비핵화의 기반이 재구축되면 본격적인 통일 준비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북한 주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와 협조를 획득할 수 있는 이념적 포용성과 현실적이고 가시적 혜택을 포함하는 전략적 방식으로 대북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내 온건파 엘리트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연초에 언급한 통일 대박론은 일부 비판론자들이나 북한의 주장처럼 북한의 급변사태나 북한 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론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한국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통일헌장 제정과 통일 로드맵 등 구체적 전략 마련에 착수하였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민관협업체제를 통해 통일국가리더십을 확립하고, 여-야, 보수-진보 및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차이를 아우르는 국민대통합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통일 준비 노력이 가시화될수록 우리의 주도적 통일 노력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물론 한반도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기반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유호열 교수 프로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현)-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장- 민주평통 정치안보국제분과위원장(현)- 통일준비위 정치·법제도 분과위원장(현)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통일준비위 정치·법제도 분과위원장)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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