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중남미 출장 리포트]
멕시코와 우루과이는 6·25때 물자 지원해준 국가
국회의장 우루과이 방문, 26년 만에 이뤄져
국회의장, 대통령 보완해 의회외교 펼쳐야
양국의 환대는 한국에 대한 높은 기대 보여줘

남미를 순방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호세 무히까 우루과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편집자 주=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7박 11일 일정으로 우루과이와 멕시코를 순방했습니다. 국회의장은 외국을 순방하게 되면 과연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대통령 순방과 달리 국회의장의 순방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보고하는 차원에서 일지 형식으로 메모한 것을 토대로 인터넷한국일보에 특별기고를 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특별 기고] 멕시코 하원 본회의장에는 ‘LA PATRIA ES PRIMERO’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애국심이 우선이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은 의사결정을 할 때 개인이나 정파의 이해가 아닌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라는 뜻에서 걸어 놓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의화 국회의장
멕시코 하원에 걸린 '애국심이 우선이다'

내가 국회의장 당선 소감을 밝힐 때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46조2항 규정을 언급했는데, 그 심정과 똑같은 뜻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귀를 보면서 우리 국회는 과연 '어느 정도 애국심을 우선하는가'라고 되돌아봤다.

국회의장 취임 후 첫 번째 의장외교 활동으로 지난 10월 3일부터 7박11일 동안 우루과이, 멕시코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어렵게 국회 정상화(9월30일)를 이룬 직후에 중남미 순방 길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의원외교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을 서로 나눴고, 국익을 위해 정부를 보완하는 의원외교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공감했었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국회의장 외교활동 원칙이 있다. 첫째, 우리 국익에 필요한 경우나 상대국에서 방문을 희망할 경우 외국 국회의장 초청 외교에 역점을 둬야 한다. 둘째, 국내에 거주하는 각국 대사들과의 소통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원칙은 신체적 고생도 덜할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 대비 효과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이다. 셋째, 외국을 순방할 경우에는 국익을 위해 외교부와 협의하여 대통령이 가지 못하는 국가 중심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넷째, 의회 교류와 경제협력 증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네 가지를 의장 외교의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멕시코와 우루과이 모두 6·25때 물자 지원해준 나라

멕시코와 우루과이를 순방국으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 모두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물자를 지원해준 나라들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정치·안보 분야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나라이다. 특히 우루과이는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2백만 달러 상당의 모포를 지원해준 전통 우방인데도 이재형 국회의장 이후로 26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장이 방문하게 됐다.

첫 번째 방문국인 우루과이는 국제적으로 항상 우리를 지지해온 우방국가로서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가장 먼 나라이기도 하다. 비행기를 탄 시간만 26시간, 중간에 두 번 환승하는데 기다린 시간을 합쳐 무려 36시간 걸려 수도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36시간 걸려 찾아간, 목가적인 나라 우루과이

첫 인상은 참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였다. 인구는 350만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국토 면적은 우리 남한의 1.7배로 넓은 땅이다. 특히 산이 거의 없으므로 미래의 식량 안보를 염두에 두면 시사하는 바가 큰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가 인구의 3배이며, 양이 인구의 2배로서 농업과 축산 중심의 국가였다. 또 국민들 역시 평화롭고 순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사 공관에서 유한준 대사 등과 만찬을 가졌는데, 1997년 IMF사태 당시 주우루과이 한국대사관을 폐쇄하면서 소유한 공관을 팔아버려 현재는 렌트해서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공관의 규모와 시설 등에서 볼 때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 초라한 것이어서 마음이 언짢았다. IMF 때 약 29개의 공관을 폐쇄한 우를 범하여 얼마나 많은 예산 손실을 보았는지 생각하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우루과이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몬테비데오 해변인 뿐따 델 에스떼(Punta del Este)에 현대건설이 건설하고 있는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을 다녀왔다. 현장 소장의 브리핑을 받고 난 뒤 애로 사항이 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현지 노조의 태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대답했다. 노조의 힘이 강하고 비협조적이다 보니 계약된 기한 내에 준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우루과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현대건설의 애로 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10월26일에 선거가 있으니 선거가 끝난 뒤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대통령은 노조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좌파연합당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을 만나 짧지만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양국 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분야의 교류 확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경제 분야에서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에 서로 인식을 공유했고, 항만 등 물류 인프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주고받았다.

특히 중남미 국가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공세를 함께 우려하면서 우루과이로서는 여러 투자국들을 선정해 한 나라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는 데에 의견을 일치시켰다. 호세 무히까(Jose Mujica) 우루과이 대통령은 이웃집 아저씨같이 친근한 인상이었지만 민주화운동으로 12년 간 옥고를 치르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강인한 분이었다. 동행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인태 의원을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분이라고 소개하니까 반가워했다. 대통령과의 면담 후 외교장관과 나는 대통령궁 내의 기자회견장에서 언론 컨퍼런스를 가졌다.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표했고, 떠나기 전 'La Paiz' 라는 최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귀국 후 특필된 기사를 봤다.

아스또리 상원의장 겸 부통령, 페레이라 하원의장 등과도 면담을 가졌다. 아스또리 상원의장은 우루과이의 경제전문가로서 차기 정부의 재경부 장관에 내정된 분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몬테비데오항 인근이나 심수항 개발에 조선수리소 건설이 적합할 것 같다는 나의 제안에 그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몬테비데오 항 인근 심수항 건설 프로젝트(페레이라 하원의장의 지역구) 등 우루과이 정부 발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이뤄낸 것 같아 뿌듯했다.

그 다음날인 10월 7일, 우루과이 각계 주요 인사 및 외교단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우루과이 수교 50주년 기념일 리셉션이 열렸다. 60년 전 한국동란으로 절망에 빠진 우리나라에 우루과이가 재정적 지원을 해준 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한국과 우루과이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연설하고 일정을 마쳤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바르보사 상원의장을 면담하고 양국 간 우호 증진과 교역·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중남미에서 우리와 교역이 많아 전략적으로 중요한 멕시코

멀지만 가까운 나라 우루과이 방문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멕시코로 향했다. 멕시코는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로 중남미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경제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중남미 수출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육박한다. 지정학적 위치뿐 아니라 인구, 경제규모 등 모든 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로 부상하고 있다.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공해로 악명을 떨쳤었는데, 의외로 공항에 내리는 순간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고산 분지에 위치하여 공기의 순환이 좋지 않은데다 자동차 매연으로 굉장히 숨쉬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터라, 마중 나온 홍성화 대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자동차 매연을 엄격히 제한한 뒤 매연이 사라지고 도시의 녹지에 나무가 늘어나면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약간 오염이 있어 보였으나 우리의 가을처럼 상쾌한 기분이 드는 그런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다만 교통체증은 정말 심각했다.

멕시코 상원을 방문하여 바르보사 상원의장 및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은 여느 만남과 달랐다. 언론의 관심이 굉장히 컸다. 상원의 각 당 대표들이 전원 참석하였고 외교위원장과 아태위원장 등 관련 의원들이 다수 참석하여 면담장이 내가 놀랄 정도로 뜨거웠다. 면담 후 각 대표들과 위원장들이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으며 예상 밖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상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 의원으로 멕시코 상원에서 최초로 연설하는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과 멕시코 양국의 발전에 대해 9분 동안 연설했다. 6. 25 전쟁 때 멕시코의 도움에 감사드리면서 2008년 중단된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멕시코 북부의 몬트레이에 KIA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계기로 협상을 재개하자고 촉구했다. 또 ‘MIKTA’(한국과 멕시코가 중심이 되어 만든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5개국의 중견국 연합체로서 멕시코가 첫 간사국을 맡음)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연설이 끝난 후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더욱이 다음날, 멕시코 현지 신문에서 ‘한국이 멕시코의 개혁을 높이 평가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멕시코 의회가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방문을 크게 환영하며, 긍정적 외교의 산물로 평가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상원 연설 후에 멕시코 하원을 방문했다. 아우레올레스 하원의장 및 의회 지도자들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는 33세의 변호사 출신 한국계 하원의원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감비아 송 의원이 있었는데, 증조부가 유카탄 반도로 건너온 소위 애니깽의 후예였다. 1905년에 건너온 한인 후예들은 유카탄 반도를 중심으로 멕시코 전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떠나기 전날 저녁 동포와 상사대표 만찬 간담회에서도 애니깽 이민자들의 후손들 여러분을 모시고 함께 만찬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멕시코 하원 본회의장을 방문하여 준비된 맨 앞좌석에 아태위원장의 안내로 착석하였고 임시의장의 소개로 의원들에게 인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많은 의원들이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멕시코 상·하원을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높은 기대와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멕시코는 광활한 영토와 오랜 역사, 그리고 뛰어난 국민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중남미의 지도적인 대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젊고 활기찬 국가라고 생각한다. 또 멕시코는 우리에게 중남미 최초의 전략적 동반자 국가이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으로 멕시코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더욱 심화, 확대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귀국 길에 올랐다. 중간에 미국 LA에 잠시 들러 동포간담회를 가진 후 다음날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

대통령 외교 보완해 어디든 찾아갈 것

국회의장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국을 중남미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이 중남미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중남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적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40%를 차지하는 중남미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또 국회의장의 외교는 대통령의 외교를 보완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챙겨야 할 곳은 아무리 먼 곳이라도 어디든 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끝으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항상 즐겁게 웃음을 주신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인태 의원, 새누리당의 주영순 의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국회의장(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