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6개월 여만에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다. 사실상 당 대표 격인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직 사퇴를 넘어 탈당까지 불사할 태세지만 당 내부에선 그에 대한 옹호와 비토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당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친노와 486세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중도성향의 온건파 간 뿌리깊은 불신이 도저히 골을 메우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는 데에서 이같은 전망이 나온다. 자칫 ‘도로 열린우리당’과 '나머지 새정치연합'으로 나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창당 주역이자 여전히 당내 최대 주주중 한명인 안철수 상임고문은 말이 없다. 난제를 직접 풀겠다는 의지는커녕 아예 여의도에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자신의 손으로 만든 정당이 붕괴 직전의 혼돈 상황인데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직무유기를 넘어 무책임하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부도날 지경인데도 모른 척하는 창업주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안 고문은 또다시 지금의 복잡한 현상을 피하려고 하는 것만 같다. 정치인으로서 비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새정치연합의 이번 위기는 안 고문에 의해 촉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승할 것이라던 6·4 지방선거는 무승부에 그쳤고, 이길 수 있는 7·30 재보선은 대패한 게 주 원인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공천파동의 주역인 안 고문에게 있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안 고문은 팔짱만 낀 채 나몰라라 하고 있다.

물론 안 고문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하는 기간이라 공식 입장을 내세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다른 분란 거리가 될 수도 있기에 일단은 신중 모드가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강조해온 새정치 구현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안 고문은 ‘안철수 현상’의 아이콘이란 이름에 걸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창당의 주역으로서 친노 및 486세력과 맞서 싸우던가, 박영선 원내대표를 끌어 내려 새 체제로 가자고 하던가, 중진 의원들의 뜻을 모아 당의 단합을 꾀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하던가,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여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새정치다. 지금처럼 입을 다물고 칩거한다는 것은 구정치만도 못하다. 그간 여러번 지적돼온 ‘철수(撤收) 정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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