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통일시대 준비하자⑥]
북핵과 통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추진해야
"북핵을 머리에 이고 통일할 수 없어"

더 늦기 전에 발상 대전환...6자회담 틀 고집 말아야

전옥현 교수
[전옥현 교수 칼럼 ] '북핵을 머리에 이고 통일할 수는 없다' 실제로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 통일로 나아갈 수 없다.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교류 확대와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이 어렵다. 또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도 북핵 제거는 필수 요건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에서의 현상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통일로 갈 수 없어

우리 국민들도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통일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데일리한국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통일 추진의 3대 장애물로 남북 간의 이질성(22.9%) 주변 강대국의 입장(22.2%) 북핵 문제(20.6%)를 꼽았다.

북핵 문제 해결과 통일은 외교안보 정책의 최대 과제이고,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를 배가시켜주는 지름길이다. 이같은 과제가 실현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북핵 문제의 장기화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기조로 하는 민주적 평화통일을 어렵게 만든다. 나아가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과 함께 미국, 중국, 일본 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신냉전’의 새로운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북핵과 통일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은 달라진다. 따라서 북핵과 통일 문제야말로 ‘실체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6자회담 협상 틀에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북핵 불용’만을 반복 주장하면 해결되는 것 같은 환상에 젖어 있다. 또 통일은 ‘대박’을 외치면 국내외 지지를 받으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착시효과에도 빠져 있다. 이러한 착시 효과는 남남 갈등과 남북 대립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통합적 정책 목표 실행을 위한 합리적 전략과 전술의 황금배합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남북 문제는 우리 민족의 내부 문제이지만 북핵과 통일 문제는 그렇지 않다. 두 가지 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같은 주변 강대국 간 역학관계의 영향이 크게 미치는 분야이다. 따라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대립 해결을 위한 ‘지도자로서의 도전적 리더십’과 국제적 이해와 지지 확보를 위한 ‘총합적이고 다층적인 외교안보 역량의 극대화’가 함께 요구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업무보고 사상 처음으로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공동으로 '튼튼한 안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주제로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함축적 의미가 있다. 사실상 2014년을 '통일의 원년'으로 보고 우리의 정책적 지향점을 밝힌 것이다. 북핵이 '악의 근원'으로 뿌리내리지 않도록 비핵화에 성공하고, 통일이 대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전략적 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직시해야 할 엄중한 현실이 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지난 20여년 간의 '다자간 협상'만으로는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북핵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과거 폭파한 냉각탑을 복원하여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국내외 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은 현재 1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수년 내에 100-300기에 상당하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고농축우랴늄 생산을 위한 핵심 품목인 신형 P-2원심분리기 제작을 위한 독자기술을 확보했다는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의 공개 주장이 나오고, 핵 탑재 가능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개발도 진행 중이라는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가 우리 정부에 의해 확인돼 더욱 우려된다. 또 11월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 확장 공사를 완료하면 은하3호보다 더 큰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도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에 진입한다는 보도마저 잇따르고 있다. 요컨대 지상, 공중, 해상에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점점 임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금년 들어 무려 19차례에 걸쳐 111발의 시험발사를 통해 보여준 각종 미사일(프로그, 노동, 스커드 미사일, KN-02, KN-10)과 300mm 신형방사포의 위력은 한국 내 주요 미군기지와 계룡대까지 사정거리에 포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예사롭지 않다.

여러 정황과 세 차례의 핵실험 패턴을 고려하면 '핵 고도화' 작업을 완성했다는 고급 기술력과 ‘핵 자위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4차 핵실험 단행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북한은 나름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가’로서의 지위를 공표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미국과의 단독 군축회담 당위성을 선전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따라서 핵 자위력을 통한 ‘핵 불바다론’을 단순한 공갈(bluffing)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발달로 인해 대남 기습 공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은 상상하기 어려운 제재를 받게 될 것" 등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기만하면 '비핵화 선행 약속을 이행할 만한 '선량한 국가'라고 믿겠다는 것인가. 이제 더 늦기 전에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시간 여유가 없다. 우리는 벼랑끝 절벽에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발상 대전환, 6자회담 틀 고집하지 말아야

우선 식물 환자나 다름없는 6자회담 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4자회담도 검토하되, 협상 초반에 그 틀 안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집중적인 비밀협상을 추진하는 방안도 권하고 싶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내실 있는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협상 당사자들이 기존 협상 전략과 전술의 변경에 따르는 체면 손상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협상 추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협상 틀'도 효력이 없는 것이 뻔하다고 판단된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반입을 검토해야 한다. 전술핵 재반입은 결코 기존 비확산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 사전조치 압박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버티는 중국에게 강한 군사외교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이는 또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동시적인 핵 보복 능력'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함으로써 한반도 내 1대1의 핵 대치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반도 내 '핵 리모델링'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한반도 내에서 핵의 기본 원리인 '공포의 균형론'을 살려내자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같은 방어적 군사조치보다 훨씬 실효적인 핵전쟁 예방 조치가 될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 정책’에 따라 사실상 6자회담을 멀리하는 가운데, 머지않아 북한의 핵 실전 배치가능성에 사전 대비하기 위해 사드 배치나 MD구축과 같은 방어적 군사조치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하는 것 같다. 우리도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직(6자회담 수석대표) 폐지에 맞추어 한반도평화본부장직제 폐지를 신중히 검토하는것이 낫지않을까.

전술핵 재배치 검토는 북한의 핵 협상 압박하는 마지막 수단

구 소련도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강력한 '전략방위구상'(SDI)에 밀려 핵감축 협상에 적극 참여하다가 결국 붕괴되었다. 이러한 냉전체제의 와해가 다시 독일 통일이라는 ‘깜짝 역사’를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우리가 바라는 ‘통일 대박’을 위해서라면 한번 복기해 벤치마킹해 보는 게 어떨까. 전술핵 재배치야말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핵협상 참여를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압박을 통해서 북핵 포기를 유도하는 것이 더 실효적일 것이다. 북핵 포기 후에 재반입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재철수하면 된다. 이러한 '지그재그식 전술핵 재반입과 재철수‘라는 우회 전략이 북핵을 폐기시키고 ‘통일 대박’이라는 기회의 창을 보장해 주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바로 지금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한국의 ‘통일대박론’과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을 함께 꽃 피우게 할 결정적 시기이다. 14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기대를 좀 걸어본다.

■ 전옥현 교수(58) 프로필

대전고, 서울대 외교학과- 주 유엔대표부 공사-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 주 홍콩 총영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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