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경쟁과 협력해야 정권교체 가능
'안철수 시대 갔다'고 단정할 수 없어
문재인-안철수, 양김(兩金)과 비교해 보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양김(兩金) 즉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호 간에 경쟁자이자 동지였다. 오랜 기간 야당 정치인으로서 협력하고 견제했으며, 차례차례 대통령에 당선되어 여야 지도자로, 그리고 원로 정치인으로 상호작용하며,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양김이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 뒤 이명박 정권 말기에 무력하게만 보였던 야권 대선 가도에 정치 신인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차례로 정치권에 등장했다. 양김이 해내지 못했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며 대선 지형에 큰 충격파를 던졌지만 아름다운 단일화, 화학적 단일화가 되지 못한 탓에 아쉬운 패배의 주인공들이 되긴 했지만 여의도 정가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하기만 하다.

문재인/연합뉴스

2017년 대선이 3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어떤지 살펴보자. 리얼미터 8월 셋째 주 주간 집계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17.7%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다음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8%로 오차범위 내인 0.9% 포인트 격차로 추격하고 있다. 3위는 문재인 의원으로 13.7%를 기록했다. 이들이 빅3를 형성하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안철수 전 대표의 큰 폭 하락이다. 올 1월 안 전 대표는 야권주자 군에서 24.4%를 기록해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2위 문재인 의원은 16.5%로, 안 전 대표와의 격차는 7.9% 포인트나 됐다. 현재 1위인 박원순 시장은 당시 8.8%로 3위에 그쳤다.

안철수/연합뉴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한 이후 기초의회 공천 폐지 공약 철회 및 광주시장 전략공천 과정에서 1차로 하락했다. 결국 7.30 재보궐선거에서의 야권 참패로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한 자리 수 지지율로 급락하고 대선주자 순위도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연초만 해도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안 전 대표는 기초의회 공천 폐지 공약 철회로 6.4 지방선거는 9대 8 신승을 거뒀는지는 모르지만, 합당의 명분이었던 공약을 철회하면서 기득권 세력 앞에 무릎꿇는 이미지를 낳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7.30 재보선에서 대패했다. 그리고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정치'는 사라지고 '안철수'만 남은 그의 이미지는 그렇다면 회복이 불가능한 것일까?

박원순/연합뉴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의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그래서 아직은 "안철수 시대는 갔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권 3수 끝에 정계은퇴를 선언할 때만 해도,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리라 예상했던가. 또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도움 없이는 다른 야권 주자들이 대권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2017년 대선의 상수인 것이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는 6.4 지방선거에서 큰 격차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꺽은 후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 구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 게다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상당 부분 흡수해 새정치의 대체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아직 당내 계보, 즉 세(勢)가 크지 않아 여전히 유동적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현재 2~3위로 쳐져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무려 48%를 득표한 야권 단일후보였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대선 후보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단식 동참 과정에서 보인 그의 입장은 그 의도와는 별개로 외연확대 보다는 기존 지지층의 지지율 제고를 더 고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여전히 안철수가 필요하고, 또한 박원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3년 후 대선 가도에서 지금의 지지율처럼 문재인, 안철수 두 의원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리고 박원순 시장도 지금의 강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양김, 아니 3김처럼, 세 사람이 야권의 대권 지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분명한 것은 세 사람이 적정 수준의 견제, 경쟁 관계를 유지하되,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해야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보수화되고 있는 정치지형에서는, 화학적 단일화가 완전하지 않으면 진보세력의 집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이면서 동시에 대권 주자들인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어깨에 정권교체에 해답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킹이거나 킹메이커이거나. 아니면 정권교체 실패 후 평범한 재선 의원 혹은 정계은퇴냐. 사실 그다지 먼 얘기가 아니다. 이번 추석이 지나고 다음 추석이 세 번 더 지나면, 킹인지 아닌지 대략 윤곽이 잡혀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추석 밥상에서는 누가 가장 덕담을 듣고, 누가 가장 악담을 들을지 궁금해지는 가을 문턱이다.

■이택수 대표 프로필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리얼미터 대표이사(현),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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