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통일시대 준비하자 ②] 통일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통일 대박' 여부는 통일 준비에 달려
정권 임기 내 성과에 연연 말아야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통일 시대 준비하자 ① 국민 71% "통일은 해야 하나 서두를 필요 없다" 대답한 까닭 (클릭)

지난 7월 중순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세월호 정국 탓에 국민적 주목을 크게 끌지는 못하지만, ‘통일 준비’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핵심 어젠다로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통일 대박’이란 말을 갑자기 끄집어낸 뒤 통일 준비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통일대박론을 놓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그것이 제기된 배경에는 점차 약화되는 국민의 통일의식을 환기시키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래의 통일이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결과는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좌우될 수 있다. 통일대박론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이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어쨌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통일 대박 여부는 통일 준비에 달려

이제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았다. 새로 구성된 통일준비위원회가 그 답을 마련하게 되면 통일대박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통일 준비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 통일 준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당연히 남남갈등 탓이다. 통일 준비라는 용어는 이명박정부 후반기에 이미 사용된 적이 있다. 당시 통일준비는 단지 통일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넘어 ‘햇볕정책’이 강조했던 ‘분단 관리’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려는 의도에서 개념화된 것이었고, 구체적 방법론으로서 통일비용의 준비에 초점을 맞추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정부의 통일 준비 작업은 국민적 호응을 받지 못한 채 별 성과 없이 정권 임기와 함께 종결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염두에 두고, 현 정부는 통일 준비가 단순히 통일비용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진보 진영을 의식하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에서 강조되었던 ‘포용과 원칙의 균형’을 상기시킨다. 또한 통일준비위원회에 진보 진영 인사를 포함시키고, 진보적 시민단체의 참여를 요청함으로써 통일준비위원회를 통일 준비의 공론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통일 준비의 기본 방향은 건전하고 바람직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통일 준비의 과제들을 구체화하고, 추진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출발점의 건전함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통일 준비의 과제는 사실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이미 명시적·묵시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어느 정부에서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요컨대 통일 준비 과제만을 두고 보면, 우리 사회에 이미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남갈등 극복해야

그러나 동일한 과제라도 역대 정부의 성격에 따라 추진의 우선순위나 접근 방법에서 차이가 뚜렷했고, 이는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다. 향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을 창의적으로 마련하더라도 그러한 과거의 유산이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듯하다. 통일준비위원회의 본격적 활동이 전개되기도 전에 우려를 앞세우는 것은 향후 통일 준비 작업이 더욱 신중하고 긴 안목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임을 재삼 강조하려는 의도에서이다.

이 맥락에서 통일 준비 방법을 숙고하기 위해 먼저 통일 준비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일 준비 과제는 일차적으로 한반도 통일의 저해 요인이나 통일로 인해 예상되는 여러 난관들에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과 직결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저해요인은 핵개발을 비롯한 북한 정권의 체제생존 전략과 한반도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주변 강대국의 입장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당장 제거될 수 없는 현실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당면한 통일 준비 과제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이와 연계된 내적 역량의 축적을 통해서 대외적 여건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민·관·연이 참여하는 '통일준비 거버넌스' 구성해야

사실 통일 준비 과제들 중에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직접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내적 통일역량의 축적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통일 준비의 적합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예컨대 민·관·연이 참여하는 ‘통일준비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적절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남갈등 극복뿐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통합에 필요한 의식 및 이념 분야의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념과 가치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효과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민주시민교육과 통일교육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통일을 위해서는 충분한 경제 역량이 요구된다. 국민 누구나 경제성장을 원하지만, 통일기반 조성에 더욱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질서 있는 경제성장'과 '통일을 계기로 새로운 경제성장을 추동할 수 있는 경제모델'을 정립한다는 넓은 의미의 경제역량이다.

내적 통일역량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환경에서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과제를 성취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의 과제는 교류·협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립함으로써 분단으로 인한 한민족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민족동질성을 확대하며 북한의 변화 기회를 확대하여 통일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문화 '작은 통로' 교류에서 군사적 신뢰 구축으로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먼저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작은 통로'의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점차 그 통로를 확대하는 방법이 유용하다. 남북한 간 교류·협력의 제도화가 이뤄지면 군사적 신뢰구축과 같은 큰 문제의 해결도 한층 쉬워질 것이다. 이와 나란히 동북아 국제환경에서의 과제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국제정치적 현실을 잘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한반도 분단의 현상유지보다 현상변경(통일)이 더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통일의 당위성만 내세우는 외교보다는 동북아 국가들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교류·협력을 활성화함으로써 분단의 현상변경을 위한 도약대를 만드는 분단관리 외교가 중요하다. 동시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북한체제의 변화가 촉진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분단보다 통일이 유리하다'고 주변국 설득해야

이러한 통일 준비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는 언제나 국내환경, 남북한 관계, 국제환경 사이의 밀접한 상호 연계작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간 통일지향적 선순환의 모멘텀을 확보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통일 준비 과제의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단의 현상유지에 대한 강대국의 선호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 관계개선을 활용하고, 남북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난관은 국제환경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권 임기 내 성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그렇지만 과제들이 동시에 모두 추진될 수는 없다. 성격에 따라 시간적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물질적 이익이나 이념 중 어느 것과 관련되는가에 따라 과제의 추진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의 결정 과정이 남남갈등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실용적 접근과 상호이해의 과정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익의 판단은 이념에 좌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접근 태도가 요구된다. 요컨대 현 정부의 통일준비 노력이 진정으로 의미있고 역사에 긍정적으로 평가 받으려면 임기 내 어떠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이유는 임기 내 통일 문제에 큰 업적을 남기려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통일 준비가 축적되는데 기여하지 못했던 역대정부들의 잘못을 되돌아보면 분명해진다. 남남갈등의 현 상태에서는 단기적 성과보다 상호이해를 위한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통일이 실현될 때까지 앞으로의 어떠한 정부에서도 그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통일준비위원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문화적인 기반을 확립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지대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학성 교수 프로필

서울대 독문학과- 독일 뮌헨대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현), 통일부 자문위원(현),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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