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리포트 ①]
진화 멈춘 삼성전자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우리 경제에 파급효
삼성 무너지면 국민경제 전체 위기… 재도약 방안 찾아야
휴대전화, 반도체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업종 개발해야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2조 원이라고 공시했다. 이것은 올해 1분기보다 15.2%, 작년 같은 분기보다는 24.5% 감소한 실적이다. 매출액은 52조원을 기록하여 1분기보다 3.1%, 작년 동기보다는 9.5% 각각 줄었다. 매출액 실적은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낮다. 한마디로 어닝 쇼크가 발생한 셈이다. 그러자 '삼성전자가 위기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짝퉁 아이폰'으로 불리는 샤오미가 중국시장에서 무섭게 부상하면서 삼성 위기론을 확산시켰다. 실제로 샤오미는 2분기에 14%의 점유율을 기록해 중국시장 1위로 부상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18.3%에서 12%로 6%나 하락하여 중국시장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휴대전화가 삼성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심각한 우려가 당연히 나올 법하다. 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는 머지않아 고가 제품의 경쟁으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저하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과연 위기인가?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도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성공이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기술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씨의 발언, 소위 '황의 법칙' 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어느 기업도 삼성전자에 도전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기술 혁신과 가격 인하는 눈부셨다.

휴대폰의 경우 삼성전자는 LG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CDMA) 방식을 채택하여 성공을 거뒀고, 2~3세대 이동통신 분야를 선도했다. 그러자 시분할(TDMA) 방식을 채택했던 에릭슨과 노키아 등의 이동통신 선두 기업들까지 부호분할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세대 이동통신을 위해 이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세워 휴대전화 시장을 선도할 때에는 정면으로 도전하여 경쟁에 나섰던 것도 삼성전자였다. LG전자 역시 여기에 가세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그런데 최근에 왜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제기될까? 한때 영화를 누렸던 기업들이 쇠락해 간 역사적 사례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삼성전자와 비견될 만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소니의 성공과 쇠락을 들 수 있다. 소니는 1960년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TV를 발매했다. 이어 1968년에는 획기적인 반도체소자인 마그넷다이오드를, 1974년에는 고성능 트랜지스터였던 LEC를 개발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워크맨 등의 제품을 출시하여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1986년에 세계 최초로 8mm VTR을 개발한 데 이어 1990년에 8mm 캠코더를 개발한 곳도 소니였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가전 시장은 물론이고 게임기 시장에서도 소니는 막강한 경쟁력과 성장력을 보여줬다. 1990년대까지 소니는 세계 최강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자유롭고 개척정신을 가진 젊은이를 'sonny boy'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본 소니의 성쇠

하지만 일본 경제가 1990년대에 초장기 경기부진의 늪에 빠져든 것과 거의 때를 같이 하여 소니는 길고긴 쇠락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2005년에는 309억 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경영진이 총사퇴하고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새 경영자로 영입해야 했다. 그는 소니의 경영수지를 개선시키기는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2010년에는 2,600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그 뒤로도 경영수지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13년 경영진에서 물러나 이사회 회장이 됐고, 올해 6월에는 그 자리에서도 사퇴했다. 세계 최강의 소니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새로운 성장 업종을 개발해내지 못한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럼 삼성전자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삼성전자의 비약적인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가 지금 한계상황에 접근해 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64G DRAM이 개발된 이후에 '황의 법칙'은 2008년에 무너졌다. 휴대전화의 진화 역시 예전같지 못하다. 이에 대해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해하기 쉽게 개인용 컴퓨터(PC)의 사례를 살펴보자.

1974년에 8bit PC가 발매된 이후 차츰 인기를 끌자 업그레드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1980년대에는 16bit PC가 등장하여 사무실을 빠르게 점령했다. 1990년대에는 32bit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가정에까지 파고들었으며, PC 생산업체들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PC 생산과 업그레이드의 선두주자였던 IBM과 애플 등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컴팩 등 후발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졌다. 2000년대에는 64bit PC가 출시됐으나, 선두기업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중국 등 후발개발도상국들의 진출까지 활발해지자 대부분의 선두기업들은 PC사업을 포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거의 모든 제품은 생애주기(Life Cycle)를 가지고 있다. 발매→성장→성숙→정체 등의 과정을 겪는 것이다. 그 중 성장과정에서는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진행되며, 이때는 업그레이드를 주도하는 선두기업들이 눈부신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이것은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영원히 지속되면 생애주기라는 용어는 필요 없다). 신규 수요는 차츰 사라지고 기존 제품에 대한 대체 수요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만 진행된다. 기술적으로는 추가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더라도 상업적으로는 이게 이뤄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PC의 경우 XT, 286AT, 386AT, 486AT 등을 거쳐 펜티엄 급까지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이후에는 더 이상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업그레이드가 상업적으로 거의 멈췄다. 휴대전화 분야에서는 2014년 여름 현재 업그레이드가 숨을 헐떡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당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 같지는 않다.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는 염가로 생산할 수 있는 있는, 고도의 생산성을 갖췄으므로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분야에서도 상표력과 고가제품이라는 명성이 여전히 막강하다. 휴대전화는 실용제품이지만 과시제품이기도 하므로, 상표력과 고가제품이라는 명성은 매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강점들도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염가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물량공세로 시장을 공략하여 성공을 거두면 곧 고가제품 시장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과거의 PC산업에서 선두기업들이 쇠락했던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만약 삼성전자가 진짜로 위기에 처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2012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01조 원을 기록하여 우리나라 GDP의 약 4%를 차지했다.(GDP를 거래액으로 환산한 비중)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303조 원에 달해 GDP의 약 6%를 차지했다. 만약 삼성그룹이 위기에 처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제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국가경제까지 붕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문제는 우리 국민이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중대 사안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려면

삼성전자가 다시 도약할 계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우선 휴대전화의 경우 진화할 영역이 아직 남아 있다. 영상 통화와 해외 통화의 요금이 엄청 비싼데, 이것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휴대전화 분야에서도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반 통화나 문자 전송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반도체의 경우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는 주문형이 대부분이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이므로,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면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CPU는 '소품종 대량 생산'이 특징이므로 삼성전자가 진출하기에 적합한 분야이다. 삼성전자는 그만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알파칩의 개발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텔이 그것을 원천 봉쇄하고 말았다. 삼성전자가 그 개발을 지속하면 인텔칩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다. 이 장점을 이용하면 CPU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컴퓨터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OS)가 필요하고, OS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계어(Mechanical Language)가 필수적이며, 기계어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상용어(Commercial Language)가 필요하다. 컴퓨터의 다른 모든 프로그램 역시 상용어로 기계어를 불러내어 만들어진다. 만약 32bit CPU를 64bit CPU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기계어에 우리 언어의 단어들을 심어놓으면, 상용어는 거의 필요 없게 되어 컴퓨터의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질 것이고, 시간당 정보처리 용량이나 속도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용성이 없는 얘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혁신적 사고를 가지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런 CPU가 개발되면 인텔이나 퀄컴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시동을 걸고 3분 후에 출발하는 자동차와 시동과 함께 출발할 수 있는 차가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더욱이 그 개발은 특허권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아니, 높은 로열티를 받아낼 특허권들을 다수 확보할 수도 있다.

끝으로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 업종을 개발해낸다면 더욱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닐 뿐 아니라 불투명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쇠락을 면하기 어렵다. 소니의 경우는 전자기계 분야 의존에서 탈피하여 부동산 중개시장과 의료요양 분야에서 활로를 찾으려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삼성전자도 소니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 산업은 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인데 이런 장치산업과 조립산업은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이상을 견뎌내기 어렵다. 선진국에서 영화를 누렸던 조선이나 철강 등의 도시들이 폐허화된 것은 그 증거이다. 국가적으로도 산업고도화는 필수적 과제인 셈이다. 그럼 어떤 산업을 일으켜야 경제를 살려내고 국민이 경제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 높은 국민소득을 견뎌낼 업종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최첨단 업종이고, 다른 하나는 정밀화학과 정밀기계와 부품소재처럼 고도의 기술과 장기간의 숙련이 필요한 업종이며, 마지막 하나는 자동차나 핸드백 등의 명품처럼 과시형 업종이다. 삼성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놓여 있다.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1차적으로 삼성그룹 리더와 엔지니어들의 두뇌와 자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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