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국정관리 시각에서 접근해야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편집자 주=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공무원연금 지급 수준을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깎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같은 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공무원연금 축소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기고를 게재합니다. 이에 대한 반론 글도 게재할 수 있으니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2009년 실시한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학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조정하고 개혁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지난번 제도 개혁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획기적 개혁이 아니라 점진적 개혁이었기 때문에 이번 개혁 논의는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도 너무 자주 손질을 하다 보면 안정성이 훼손되고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 이번에 개혁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한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관료조직과 공무원이 공직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해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매우 싸늘하다.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별도로 공무원연금 제도를 두는 것은 관료를 위한 특권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위해 두 제도를 통합하거나 공무원연금 지급 수준을 대폭 낮추어 실질적으로 똑같은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관료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사정책의 수단이라는 제도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그 같은 접근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정관리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이 공직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려면 관료제의 정치적 중립과 경제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를 위해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을 더욱 철저히 시행하고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여 공직윤리와 기강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무조건 규제만 한다고 공직윤리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하면서 적극적으로 공직윤리를 제고하고 업무 충실도를 높이는 핵심적 수단이 공무원연금이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제도 개혁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5년 단위 개혁보다는 일단 자동조정 제도 도입해야

그렇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적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연금 제도의 일부 조항을 바꾸어 '더 내고 덜 받는' 제도 개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 5년마다 연금재정 개혁을 실시하여 혼선과 불안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가 재정보전의 한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보험료와 연금 지급수준을 자동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연금재정의 부담이 최정점에 이르는 2040년을 기준으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정부의 재정 보전률을 미리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필요할 때마다 미세 조정하는 것이다. 자동조정 과정에는 이미 수급권을 확보한 은퇴자들도 참여하여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건전성과 제도의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개혁 방안은 공무원 정년 연장을 통한 기여 기간 연장과 연금 수급 기간의 축소이다. 재정 적자의 근본 원인이 인구노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의 증가와 수급 기간의 장기화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보다 훨씬 더 획기적으로 연금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 등 고령자를 고려한 보직과 보수체계의 도입 등 인사행정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와 함께 33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기여 기간을 재직 기간 전체로 연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개혁이 이뤄진다면 연금 기여율이나 연금 지급률 조정과 같은 모수 조정에 비해 보다 획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권혁주 교수 프로필
서울대 정치학과-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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