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문재인·김무성 정국 주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올라… 국정운영에 탄력
김무성 체제 탄탄대로… 대권주자로 주목
야권 구심점으로 떠오른 문재인에 힘 쏠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더운 여름만큼이나 열기를 뿜었던 7.30 재보궐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야 초박빙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11 대 4. 새누리당은 날개를 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몰하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선거였는가. 후보자들은 당선 경쟁으로 숨가빴다. 자칫 한명 한명의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로 보였던 것은 아닐까. 국민의 여론을 사회의 공기라는 이름으로 담아내는 여론조사 전문가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재보선을 유권자 나아가 국민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우선 이번 선거 결과에서 정치권 전반을 향한 국민들의 강한 혐오를 읽을 수 있었다. 재보선 특히 혹서기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과히 낮은 투표율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본영이랄수 있는 부산 해운대·기장갑의 최종 투표율은 22.9%에 그쳤다. 지역 유권자에게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일보다 휴가와 휴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굳이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번 선거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광주 광산을의 경우 23.3%의 초라한 투표율이었다. 자신의 고향 사람들에게조차 환영 받지 못하는 정당의 모습이라면 과연 존재 가치가 있을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둘째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절실했다. 물론 다른 요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정치 거물들의 위상은 거침 없이 허물어졌다. 수원병(팔달)의 손학규, 수원정(영통)의 임태희, 평택을의 정장선, 김포의 김두관 등은 하나하나 대선후보감이다. 손학규 전 의원은 오랜 잠행 끝에 출마한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드라마틱한 당선을 만들어 냈다. 이 선거에서 손 후보가 보여 주었던 인물 경쟁력과 호감도는 49.1%의 투표율로 이어졌다. 이번 전남 순천·곡성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51%의 투표율로 바통을 이었다.

인물에 대한 감동적인 몰입은 당선으로 열매를 맺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적어도 2030세대의 참여가 더 많이 보장된다는 것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택을 선거구의 사전투표율은 전체 평균(7.98%)에 2%포인트나 모자란 5.75%에 불과했다. 결과는 평택을의 3선 의원을 긴 침묵으로 빠트렸다. 언론에 집중 조명된 소위 '수원 벨트'에서 거물의 국회 귀환은 순조롭지 못했다. 새로운 인물을 갈구하는 유권자들에게 그들이 왜 나왔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면 적극적인 한 표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림1

셋째로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보수화 경향과 고령화의 급진전 현상을 보여 줬다. 2030세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0% 남짓이다. 40대 이상이 전체 유권자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번 선거는 낮은 투표율에선 보수정당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그림1). 정당의 입장에선 사회의 보수화와 고연령화의 보수화를 통해 반사이익을 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의 건전성 측면에서 특정 세대에서 특정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낮았던 곳은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자가 많았을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상당히 불리한 선거 구도를 깨고 순천·곡성에서 승리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연령대 공략이 주효한 것으로 나타난다. 고령자가 많은 출신 지역 곡성과 곡성 출신의 고연령자가 많이 사는 순천 지역을 타겟으로 삼았다. 결국 이 후보 역시 다른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보수적 유권자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곡성 득표율 70.55%)

그림2

재보선은 끝났다. 당장 이번 결과는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사퇴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어떤 여론이 형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정당 지지율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결과에 대한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40% 중반대의 견고한 지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참패에 따른 추가적인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그림2). 이미 거의 밑바닥까지 내려와 있는 20%대의 지지율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오랫동안 없는 점을 감안하다면 급상승 요인도 없다. 게다가 당 지지율의 중요한 축인 안철수 대표의 야권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은 11.8%까지 고꾸라졌다.(리얼미터 7월21~25일 전국 2,500명 유무선 RDD자동응답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2.0%P)

다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이 마무리되면서 대통령의 2기 내각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특성상 선거를 통한 간접적 평가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부정 평가 요인이 약화되고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으면서 긍정 평가는 상승할 것이다. 광복절 기념사, 추석 명절 행보, 적극적인 대북정책 등으로 국정운영의 주도권 역시 대통령에게로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차기 대권 지형의 변화다. 향후 약 1년 8개월 동안 큰 규모의 선거가 없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올라선 김무성 대표의 어깨가 한껏 올라갈 전망이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상황을 보면 지지율이 30% 가깝게 올라가면 사회 전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가장 인기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영향력이 작동하고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됨). 한편 김한길과 안철수 공동대표를 대체하는 구심점은 일단 문재인 의원(차기 대권 지지율 1위-7월25일 발표 리얼미터 조사 결과)이 될 공산이 크다. 인기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만만치 않지만 역학 구도상 당내 구심점이 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향후 정치권의 구도는 박 대통령과 문재인, 박 대통령과 김무성, 문재인과 김무성의 대결, 긴장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권력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재보선 전에도, 후에도 변함 없이 '민생'일 것이다. 대통령, 정당의 대표 그 누구일지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 원한다면 두 글자를 가슴에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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